잘 써야 한다거나 대중적으로 떠야 한다 그런 이야기가 아닙니다.
첫 소설은 무조건 자기가 쓰고 싶은 걸 써야 한다 라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지요.
처음부터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소설을 쓸 수는 없습니다.
애초에 써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은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세분화된 흐름을 따라 책을 선택 합니다.
그 세분화된 흐름들을 보통 개성이라 부르죠.
첫 소설은 좋든 나쁘든 그 소설을 쓴 작가의 개성이 날것 그대로 드러나는 것 입니다.
앞으로 계속 글을 써나가는 작가라면 일종의 이정표라고도 할 수 있죠.
이 부분은 기성 작가들에게도 온전히 드러납니다. 인물이 바뀌고 플롯이 바뀌어도
첫 소설의 분위기는 이후 작품에 계속 남죠.
그런 부분을 사람들은 개성 또는 스타일, 아우라, 작풍 등으로 부릅니다.
이 쯤에서 왜 첫 소설이 중요하냐 그 이유를 말하자면 앞서 언급한대로 첫 소설에 글쓴이의 개성이 온전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뭘 하든 만드는 사람에게는 개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개성 없는 소설은 필연적으로 언젠가 도태되죠. 첫 소설부터 출판사의 컨택을 노리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 그런 개성이 나올 여지가 사라지게 됩니다.
일단 컨택이 잘되는 유형의 소설을 보고 그 소설을 그대로 카피하게 되니까요. 소위 양판소라는 게 그런 식으로 생산되게 되죠.
짧게 보면 그게 최선이 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길게 보면 무덤을 파는 행위라고 생각 합니다.
예술이라는 말을 들으면 경기를 일으키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예술이란 고리타분한 게 아닙니다. 애초에 그 고리타분함도 강한 자의식에서 비롯되는 것들이죠.
강한 자의식은 매우 독특한 개성을 말합니다.
자의식이 없는 작가는 기계나 다름 없습니다. 즉 개성이 없는 작가죠. 대중소설도 본질은 예술 입니다. 내면에서 꿈틀대는 강한 자의식을 참아내지 못하고 소설로 써내는 거죠.
그런 부분에서 굳이 순문학이니 대중문학이니 경계를 나눌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저는 대중소설 작가들이 예술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남과 다른 것을 만들겠다는 강한 자의식으로 뭉친 자들 말이죠. 물론 팔아야 한다는 대전제를 무시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지금 같은 시기이기에 더욱 개성적인 작품이 중요하다는 거지요.
그래서 첫 소설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저는 글을 쓰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삥 입니다. 풋내가 풀풀 풍기는 애송이죠. 하지만 기존의 것과는 다른 무엇을 쓰고 싶다는 욕망은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모든 소재들이 모두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이라고 하더라도 말이지요.
아무도 보지 못한 새로운 걸 써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습니다. 무협에 이런 경지가 있지 않습니까?
안다면 이제 잊어라.
저는 그게 이렇게 들렸습니다. 불가능을 안다면 이제 잊어버리라구요. 잊고 항상 새로움을 추구 하라는 말로 말입니다.
제 기억에 판타지 소설이 가장 재미있던 시절은 내 글이 책으로 출판될 걸 모르던 아마추어들이 글을 써 올리던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저 나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재밌어서 돌아버릴 것 같은 글을 올리던 하이텔, 나우누리 시절 말입니다.
기계적인 프로보다는 즐길 줄 아는 아마추어가 백배는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평생 작가 소리 못들어도 몇 사람들에게 저 새끼 재밌는 글 좀 쓰네 하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 되는 게 더 좋은 것 아닐까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물론 이게 이상론에 불과하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모두가 ‘십알 이건 정말 상상도 못했을거야.’ 하는 글들을 즐겁게 써나갔으면 합니다. 두번째 세번째 소설에서는 불가능해도 최소한 첫 소설에서는 그랬으면 합니다.
졸렬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야밤에 욱 치미는 게 있어서 썼네요. 좋은 밤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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