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쓰는 SF 단편들을 올리는 곳입니다. 주로 인간과 우주에 대한 저의 생각 혹은 기술의 특수성들을 다루곤 합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보다는 SF쪽으로 나아갈 생각입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쓰기에 연재주기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아래는 단편들중 하나인 ‘거인들의 나라‘ 의 일부입니다. 감사합니다.
어느 평범한 날. 이유와 전조 없이 세상이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흔하게 발견 가능한 6mm 크기 불개미는 하루만에 6m 크기만큼 거대해졌고 381m 크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하루만에 381km 크기만큼 거대해졌다. 그야말로 세계가 넘쳐흐를 상황이였지만 지구도 동일한 비율로 거대해졌고 세계 삼라만상 모두도 마찬가지였기에 아무런 차이도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물리의 법칙에 자비란 없었다. 거대해졌다는 것도 느끼지 못한 거대화 된 생명체들은 갑작스럽게 묵중해진 그들의 체중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몸이 약간 무겁게 느껴질 뿐이였다. 하지만 곧 그들은 한걸음을 내딛는 것 만으로도 마라톤을 뛴 것 마냥 노곤맥진해질 지경에 도달했고 바닥에 쓰러져 옴짤달싹 못하게 됬다.
그것만으로도 지구 생명체의 멸망이라 부를 수 있겠지만 질량과 함께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중력은 끔찍한 참사를 더 끔찍하게 만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바닥에 쓰러져 옴짝달싹 못하게 된 생명체들은 증가한 중력에 말 그대로 짓눌리며 온몸이 바닥에 뭉개지기 시작했다.
척추동물들의 척추는 크게 휘어지며 뱃가죽까지 내려오다 결국 끊어졌다. 바닷생물들은 갑작스레 증가한 수압과 기압을 이겨내지 못하고 발버둥치다 터져 죽었다. 육지생물들의 내장은 뱃가죽에 부침개처럼 달라붙다 서로간에 짓이겨져 끊어졌다. 식물들 또한 중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부러지거나 휘어져 바닥에 처박혔다. 그렇게 지구는 6억 3천만년 전처럼 단세포 미생물들만이 존재하는 세계가 되었다. 당연하지만 인류가 1만여년동안 쌓아 올린 모든 역사와 찬란한 문명은 산산조각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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