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에 대한 논의가 자주 등장하길래 몇 가지 의견을 정리해 보고자 한번 글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많은 분들이 답을 주시더군요. 참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지금 댓글에 대한 이야기 중 오타에 관한 여러 의견들을 읽어 봤는데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은 것들이 있습니다. 바로 오타를 지적하는 방법과 태도에 대한 이야기들입니다.
오타를 지적하는 것은 아주 단순하게 보면 누군가가 자신의 불편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글을 읽을 때 집중을 방해하거나 글에 대한 흥미를 반감시키거나 또는 자꾸 신경쓰이게 만드는 일이어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을 방지해 달라는 요구입니다.
그런데 이런 요구를 예의를 갖추고 바른 태도로 요구하라는 의견들이 많네요.
이것은 무척 부당한 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이 그런 말에 대해서는 암묵적으로 수긍한 후 논의가 이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태도를 문제삼는 것은 정당한 논의의 방법이 아닙니다. 네 말은 맞지만 네 태도 때문에 네 말을 들어주기 싫다는 것은 단지 자신이 들어주기 싫은 이유를 억지로 찾아내는 것 밖에 되지 않습니다.
글은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하여 작성하는 것입니다. 일기가 아닌 한, 그리고 특정한 누군가에게만 보여야 하는 비밀이 아닌 한 글은 읽어 주길 바라고 작성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글을 보기 싫으면 보지 말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너 아니어도 읽어주는 사람 많다는 입장만 내세운다면 그것은 과연 정당하고 옳은 태도일까요?
질문을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식의 논의를 시작한다면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윗 문장에 대해서는 아무리 논의를 해도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태도를 논의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태도를 문제 삼거나 예의를 문제 삼으면 원래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나눌 수 없게 됩니다. 어차피 글을 통해서 만난 사이라면 글을 통해서 의견을 나누어야 합니다.
문장이나 단어에서 느껴지는 태도가 그 사람이 취하고 있는 현실의 태도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공손하고 예의 바른 글이라고 해서 그 글을 작성할 때 무릎꿇고 몸가짐을 단정히 한 채 타이핑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욕설이 들어 있고 비하하는 단어들이 문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상한 손짓을 한 채 입으로 욕설을 하면서 타이핑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글에서 태도를 느끼는 것은 자신의 상상이고 추측입니다. 무조건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태도와 예의없음을 무시하고 글의 내용만을 보려고 한다면 어려울 것도 없어 보입니다.
많은 분들이 읽어주고 아껴주는 글을 쓰시는 분이라면 상상력도 풍부하고 소양도 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무리 예의없고 불량한 태도로 보이는 글이라 할 지라도 기분 좋게 받아들여 줄 수 있지 않을까요?
댓글은 반드시 반영해 달라는 의견일 수도 있지만 알아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 클것입니다. 그것이 소통의 기본이니까요.
내 마음과 정성을 좀 알아 줬으면 좋겠다.
작가분들의 글에 달린 댓글에는 독자분들의 이런 마음이 들어 있을 겁니다. 그러니 알았다는 의사표시, 노력하겠다는 의사표시만 있더라도 댓글로 인한 싸움박질은 줄어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고집이 강한 댓글이나 고집을 넘어서 아집에 해당하는 댓글도 있을 겁니다. 그런 글로 인하여 분탕질이 생긴다면 기분 나쁠 수도 있겠지요. 품어주고 안아준 다음 복수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작품에서 그 댓글을 쓴 분을 모티브로 한 인물을 등장시켜서 죽여버리거나 아니면 반성하게 만드는 내용을 넣어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글에 대한 댓글이 무엇을 이야기 하든 그것은 태도나 예의라는 잣대로 들이대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내용에 내용으로 대해야지 태도에 태도로 대한다면 싸움밖에 나질 않습니다.
오타나 개연성에 대한 지적은 그 지적에 대한 논의로 끝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태도나 예의에 연관시키는 순간 모든 논의는 거기서 끝나게 됩니다. 적어도 글을 사랑하시는 분들이 모인 곳입니다. 글에 대한 이야기는 글에 대한 이야기로 맺음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태도나 예의를 따져서 싸움을 하기에는 이 공간이 너무나도 아까우니까요.
오타가 하나도 없어서인지, 아니면 재미가 없어서인지 댓글이 10개도 안되는 어설픈 작가의 말이었습니다. 좋은 밤 되시고 혹시라도 제 글에 기분 상하신 분이 있다면 절대 그럴 의도로 작성한 글이 아님을 알려 드리며 사과 드립니다.
Comment '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