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47 헤븐즈
작성
13.03.26 07:53
조회
4,337

 얼마 전이라고 해도 몇 달 전이 된다. 그때 당시 나는 전역을 얼마 앞두지 않은 일명 말년 병장이었다. 하지만 보직은 취사병, 취사병이었던 사람들은 알겠지만 취사병에게는 말년이든 뭐든 부식이 오면 무조건 일해야 하는 규칙 아닌 규칙이 있다. 이것을 규칙 아닌 규칙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매너상 예의상 하는 경우가 더 크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그렇게 일을 다 끝내고 조금 주어진 쉬는 시간에 나는 군생활 동안 놓고 있었던 펜을 들어서 글을 끄적이기 시작했다. 그때 막내가 나한테 와서 말을 걸었다.


“XXX병장님, 뭐하십니까?”

 내 프라이버시상 이름은 XXX로 해뒀다. 어찌됐든 나는 그 질문에 곧바로 ‘글쓴다.’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예전에도 몇 번이고 그렇고 지금도 문피아에서 열심히 남들에게 글을 보여주려고 열심히지만 현실에서는 왠지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얼굴을 알려지지 않은 것과 알려지는 것의 차이가 이만큼 크구나. 그때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굳이 숨길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나는 ‘글쓴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막내 녀석이 신기하단 듯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헤에! 대단하세요! 글도 쓰세요!”
 그런데 옆에서 책을 보고 있던 내 친한 후임도...


“와. 대단하네.”

 나로써는 식은땀밖에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때 당시 나는 심심풀이로 쓰고 있었던 것에 불과했고 글쓰는 행위가 그렇게까지 대단한 일인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때 알았지만, 책을 잘 보지 않는 보통 사람들(책을 보는 것이 별나다고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한국에서는 책을 꾸준히 읽는 사람은 적은 편이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하겠다.)에게 독서를 취미로 두는 것과 작문이란 것은 뭔가 엄청난 고차원적인 취미로 보이는 것 같았다.


 지금도 아침에 수업을 나와서 책을 보고 있다보면 친구들이 와서 “와. 오늘도 책이냐? 질리지도 않냐? 오늘 아침에 내가 본 글자라고는 음료수 이름밖에 없는데.”라면서 책을 보는 것조차 뭔가 특별한 일로 만들어낸다.


 나는 그런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책을 보는 것도, 작문을 쓰는 것도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물론 나는 한낱 아마추어 작가이기 때문에 작문을 쉽게 말할 자격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글쓰는 행위를 뭔가 다른 차원의 것으로 보고 자신으로써는 결코 다가갈 수 없는 것이란 벽을 만드는 평범한 사람들을 보면 이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마 독자분들 중에서도 글이 너무 어렵게 느껴져서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러했다. 일단 내용이나 그런 것은 둘째 치더라도 나 또한 그런 경험을 했고 경험과 경험이 쌓이다 보니 어느새 20만자까지 쓰게 되었으며 지금은 연참대전의 통과도 눈앞에 둘 수 있게 되었다. 


 글쓰는 것은 쉽게 말하자면 자신의 내면을 밖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밥 먹고 싶으면 밥 먹고, 놀고 싶으면 노는 것과도 같은 행위다.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나 글을 그대로 밖으로 표출해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그리고 여기서 명작가와 아마추어 작가가 나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얼마나 이미지와 글을 정확하고도 알맞게 묘사해내는가에 따라 나눠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위의 말 자체가 어렵게 느껴지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런 분들께는 우선 일기를 쓰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 일기의 양은 노트 한 페이지를 꽉 채워야만 한단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오늘 딱히 특별한 일은 없었는데.’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작하다 보면 어느새 절반이 되어있고 어느새 꽉 채우게 되어있다. 그리고 어느새 오늘의 교훈까지 쓰고 있게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우선 자신의 일상을 글로써 표출해는 것부터 시작하면 나중에는 자신의 이미지를 글로써 표출해낼 수 있게 된다.


“벽을 만드는 것도 인간이고, 벽을 부수는 것도 인간이다.”


 정말로 작가들이 부러운 분들이 계시다면 우선 자신이 만든 벽부터 부셔야 한다.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연재한담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129693 한담 감상평 보내드립니다. +28 Personacon 엔띠 13.03.26 3,423 0
129692 한담 독자의 푸념 +26 Personacon 霧梟 13.03.26 6,053 0
» 한담 작가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2 Lv.47 헤븐즈 13.03.26 4,338 0
129690 홍보 [일연/판타지] 로벨리아 연대기 & 죽음, 후에. +1 Lv.1 [탈퇴계정] 13.03.26 2,345 0
129689 한담 글쓰는 여러분들께... (독자는 보지 않으셔도^^) +16 Personacon 금강 13.03.26 3,057 0
129688 한담 글의 분량과 연재주기 +8 Lv.4 코감기 13.03.26 2,991 0
129687 추천 골렘의뇌 님의 인공지능골렘 +5 Personacon 백수77 13.03.26 5,759 0
129686 알림 연참대전 수정 알립니다. Lv.27 글렁쇠 13.03.26 2,484 0
129685 알림 3월 25일 연참대전 집계 - 13일차 +16 Personacon 강화1up 13.03.26 2,961 0
129684 홍보 [판타지/현대판타지]바르바로이 연대기 지도 +1 Lv.23 검마르 13.03.25 3,164 0
129683 한담 한번에 글을 얼마나 읽으시나요? +25 Lv.12 김백경 13.03.25 2,939 0
129682 공지 오랜 기다림, 끝없던 터널, 그리고 이제 그 출구... +18 Personacon 금강 13.03.23 5,416 0
129681 한담 교정과 관계된 이야기 - 국어사전의 중요성 +2 Lv.6 獨孤求敗 13.03.25 3,465 0
129680 한담 1회만 조회수가 많아서 속상하다?(댓글이 달아지지... +9 Lv.61 정주(丁柱) 13.03.25 2,895 0
129679 추천 [추천]일연/탁월한바보님의 레드페이스. +8 Personacon 강춘봉 13.03.25 5,977 0
129678 추천 문피아 가입 10년 바르바로이 연대기 +4 Lv.99 에이스 13.03.25 5,647 0
129677 한담 글 쓰는것 쉽지 않네요. +4 Lv.2 외로운용 13.03.25 2,513 0
129676 한담 글쟁이의 오만은 경계하세요. 그리고 독자분들에게. +6 Lv.34 노경찬 13.03.25 4,759 0
129675 한담 작품간 세계관의 공유에 대해서... +17 Lv.5 Calendul.. 13.03.25 1,521 0
129674 한담 마법전은 어떻게 묘사하는 것이 박진감이 넘칠까요? +8 Lv.18 나카브 13.03.25 2,424 0
129673 홍보 [일반/라이트노벨] 해부클럽을 알고 계시나요? Lv.1 [탈퇴계정] 13.03.25 1,958 0
129672 한담 요즘 소설들이 왜 다 3인칭일까요? +24 Lv.52 사신의연주 13.03.25 6,686 0
129671 한담 홍보에 목마른 그대를 위해! +1 Lv.1 [탈퇴계정] 13.03.25 3,078 0
129670 한담 아웅 홍보할 기회를 놓쳤군요 +5 Lv.13 사생 13.03.25 3,929 0
129669 홍보 [일반/게임] 백악기 시대 홍보합니다! +4 Lv.51 신광호 13.03.25 4,365 0
129668 한담 오자 얘기 나온김에 제가 필생의 신념(?)으로 고치... +26 Lv.99 척제현람 13.03.25 3,026 0
129667 한담 안타까운 작가님들... +8 Personacon 백수77 13.03.25 3,253 0
129666 한담 오탈자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29 Personacon 금강 13.03.25 4,651 0
129665 요청 깊이 있는 글 추천해주십쇼 +5 Lv.80 underlig.. 13.03.25 2,935 0
129664 한담 오자 교정요청 댓글은 작품에 대한 애정입니다. +25 Lv.39 청청루 13.03.25 4,697 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