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12.08.15 10:31
조회
1,070

“자네, 잠시 앉아보겠나?”

그 남자는 거무튀튀한 로브에 후드를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상당히 수상해 보이는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자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진 대충 짐작이 가지만, 그저 단순한 음유시인이라네. 너무 경계할 필요 없어.”

그는 자신을 음유시인이라 말했지만 아무리 보아도 음유시인이라곤 느껴지지 않았다. 음유시인이라기에는 너무도 칙칙한 분위기와 조그만 악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홀의 중앙에서 이미 류트를 튕기는 바드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으며 그 주위에 흔히 음유시인이라 불리는 이들이 무리를 이루어 순서를 기다리는 듯 보였다. 그는 나의 시선을 의식한 것인지 고개를 돌려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는 엄지로 그들을 가리키며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아, 설마 자네 내 말이 거짓이라 생각하는 것인가? 흠…… 확실히 돈벌이라면 저쪽이 더 쏠쏠하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 저런 구차한 짓을 할 필요도 없거니와 난 나대로 할 일이 있으니 말이야.”

그는 턱을 매만지며 옅게 미소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뭐, 나 같은 경우엔 저쪽보다 당신에게 흥미가 있달까? 당신의 차림새나 행동거취를 보건데……. 여기 널린 애송이들과는 다르게 보이거든.”

나는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손을 살며시 검자루에 가져갔다. 누군가에게 쫓기는 처지는 아니었으나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자 중 필시 순수한 의도를 가진 자일 리 없었기에.

“워워, 진정하시게. 난 다만 그대와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라니까? 흠, 긴장했더니 목이 컬컬하군. 이봐! 여기 흑맥주 두 잔!!”

그는 진정하라는 손짓을 보이며 급사를 불렀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앳되어 보이는 급사가 흑맥주가 가득 담긴 두 개의 잔을 가져왔다. 그는 급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감사를 표한 뒤 호기롭게 잔을 들이켰다.

“크으으……. 아, 자네도 들게나. 내가 사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난 그가 건넨 잔을 밀어내었다. 그의 행동으로 보아 급사와는 상당한 친분을 가진 듯했다. 그런 그가 이 술에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내가 저런 자의 호의를 입는 것 자체가 꺼림칙했다.

“경계심이 심한 자이군. 뭐, 그건 그것대로 좋지만……. 여튼, 잔은 들지 않아도 좋으나 자리는 뜨지 않아 줬으면 해. 난 꼭 당신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거든?”

그는 가라앉은 음성으로 나에게 말하였다. 그는 약간 뜸 드리더니 이내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이 대륙엔 두 개의 거대한 세력이 존재하지 서방의 제아네스, 북방의 란세트론……. 뭐, 이건 세 살 먹은 갓난아기도 아는 이야기니 넘어가도록 하지. 요 몇 년간 대륙의 정세는 그야말로 혼돈이었어. 자네도 알겠지만, 그 천재라 칭송받던 ‘그레이’란 자가 서방의 패자인 제아네스에게 반기를 들며 일어났고 그의 일가친척은 말할 것도 없이 친분이 있던 자까지 깡그리 척살시켜버리지 않았던가? 또한, 대륙 각지에서 들고 일어난 정체불명의 단체…… 알고 있나? 이런 술집에서 곧잘 화제가 되곤 하는데, 자신들을 ‘추구자’라 칭하였다지? 더 웃긴 건 그들이 제아네스와 란세트론을 대륙에서 몰아내겠다고 떠들고 다닌 다니……. 자넨 어떻게 생각하는가? 제국에서는 그들이 단순한 테러집단이라 일컫지만, 그들을 접한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단 말이지.”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상체를 길게 빼며 얼굴을 가까이 붙였다.

“그리고 그들의 수장이 그 ‘그레이’란 자라는 소문도 있지. 자네 그들을 생각은 어떤가? 단순히 서민들의 허무맹랑한 소문에 불과한 걸까? 아니면 그들이 진정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것일까?”

그의 얼굴은 후드로 가린 얼굴이 드러날 정도로 얼굴을 맞붙였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자인 것은 확실했으나 어딘가 낯익은 인상이었다. 그는 머리를 정리하려는 듯 후드 안으로 손을 넣어 머리를 쓸어내렸다. 그의 머리카락이 손을 따라 내려왔다. 머리카락은 밝은 잿빛을 띠고 있었으며 그의 눈동자 또한 그와 같은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순간 나의 머릿속에 한 사람의 별칭이 스쳐 지나갔다.

“혹시 흥미가 있거든 찾아오시게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손으로 동전을 나에게로 튕기고서 술집을 빠져나갔다. 그가 나가기 무섭게 좀 전의 앳된 급사가 다가와 나에게 물었다.

“더 필요한 것이 있으신가요?”

나는 그가 나간 것을 확인하고 급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천진난만한 그의 장난기 어린 얼굴은 무언가를 비밀을 품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가 남기고 간 동전을 바라보았다. 금화도 은화도 아닌 은은한 잿빛이 감도는 그것은 이 세상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생소한 동전이었다. 나는 그것을 바라보며 가볍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급사에게 그 동전을 건네며 말했다.

“이걸로 살 수 있는 적당한 걸 부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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