殺身天下無
하늘 아래 살신(나를 죽임)이란 없다.
이 작품은 <序文>에서 밝혔듯이 강호에서 펼쳐지는 삶과 죽음에 관해 말하고 있다. 작품을 읽다 보면 배경과 인물관계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는데, 각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묘사가 돋보인다. 흐르는 물과 같은 서사는 수위를 조절하듯 빠르게 진행하다가도 유유자적 느리게 걷고 있다. 때로는 폭풍이 몰아치듯 숨 가쁜 전개가 펼쳐지다가 어느 새 적막감에 휩싸여 다음 장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크고 요란한 액션은 겉으로 나타내기보다, 대사 하나하나에서 오는 철학적인 관념에 큰 울림으로 다가와, 숨죽여, 시간이 지나면서 전체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一筆揮之
작가의 내공은 글씨를 단숨에 죽 내리쓰는 일필휘지처럼 단번에, 독자를 흡입하고 있다. 작품을 읽다 보면, 그 순간만큼은 나도 ‘구하신’, ‘고란’, ‘백표’, ‘주명운’이 된다. 때로는 그들의 삶과 나란히 하고 있다. 읽는 순간 잠시나마 모든 것을 잊게 해주는 <살신천하무>는 현재의 삶을 반영하고 있다. 삶은 무엇인가, 어디로 가고 무엇을 해야만 하는 가, 무엇이 正義고 어떤 것이 올바른 가치관인가. 正道는 무엇인가, 세상 테두리에 定石은 있지만 삶의 정석은 일정치 않다. 다만, 害가 있을 뿐이다.
머나먼 여정을 향해 수많은 인물들은 각자의 삶속에 최선을 다한다. 그것이 때로는 남의 삶을 대신하고 내가 아니더라도 결국 그 삶은 지금 이 시간을 벗어나지 못한다. 뒤엉켜있는 실타래의 운명을 풀어 헤쳐 나가는 그들의 삶이 결코 쉽지 않기에 더 와 닿는 것이다. 삶은 주인공만의 것이 아니다. 그들을 받혀주는 조연들이 있기에 삶이 빛나고 윤택해진다. <살신천하무>의 등장하는 조연들은 주인공들 못지않은 질척한 삶 속에서 각자의 몫을 다하고 있다. 이제는 본격적인 강호의 세계가 펼쳐진다.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 이 작품 또한 앞날은 알 수 없다. 다만, 작가의 筆力을 믿고 그저 말없이 바라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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