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e in the wrong place at the wrong time.”
직역하면 당신이 잘못된 장소와 시간에 있었다는 뜻이지만, 보통 너는 그저 운이 없었다고 위로하거나 대체 왜 그때 거기 있어서 문제를 일으켰냐며 듣는 이를 꾸짖고 나무라는 표현으로도 쓰인다. 어쩌면 선조의 삶도 그렇게 위로하거나 꾸짖을 수 있지 않을까?
제 아들에게조차 거리낌없이 드러냈던 혐오스러운 인성과 자기 한 몸 건지겠답시고 보여주었던 페트병 뚜껑만한 그릇의 깊이와 넓이. 손자인 인조와 더불어 천세토록 두고두고 욕을 먹는 혼군이 그의 일면이라면, 반대로 목릉성세라는 표현이 존재할 정도로 임진왜란 7년을 제외한 치세에 보여주었던 능수능란한 임금으로서의 면모 역시 이연이라는 왕의 또다른 측면이 아닐까 한다.
그러므로 이 시간선의 초월적 존재들은 이연에게 또다른 기회를 주었다. 지옥행을 피하고 싶으면 그가 가진 의심하는 능력, 도망치는 능력, 갖은 수작을 부리는 능력을 후한 말에 허도 한복판에서 헌제가 되어 알맞게 발휘하라는 미션이다. 그의 적은 치세의 능신, 난세의 간웅이라는 조조이다. 둘이 싸움을 붙여놓고 구경하기에는 이만한 맞수들이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야말로 드림매치라 불러도 별다른 손색이 없으리라.
각종 쇼맨십과 흉계가 판치며 회차가 쌓일수록 중국인들이 자꾸 죽어나가는 삼국지 시대, 과연 선조의 혐성과 쪼잔함은 한실을 부흥시키는 황제로서의 재능으로 꽃피어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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