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규정을 어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아래에 추천 글이 있어서요. 어쨌건 추천 게시판이니만큼 추천과 관련한 내용만 쓰겠습니다. 스포도 자제하겠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문피아에서 필력이 좋다거나 좋은 글이라거나 하는 말들이 비인기 작이라는 말과 동의어가 된 것 같아서 씁쓸할 때가 많습니다. 추천할 글 역시 그런 것 같아 더 씁쓸하고요.
검은왕.
제목처럼 우선 쉽게 읽히는 글은 아닙니다. 그것이 글이 어지럽거나 난잡해서는 결코 아닙니다. 어쩌면 너무나 쉽게 읽히는 글에 익숙해진 저의 탓일 것입니다. 속독법을 알지 못하는 제가 대각선으로 읽어도 이해가 되는 글이 난무하는 지금의 웹소설 시장을 보자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장르문학, 혹은 웹소설을 읽는 목적이 어떤 문학적 가치나 삶의 철학을 발견하기 위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킬링타임, 어쩌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기 위한 목적이 주가 되겠지요. 작가님들 역시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 사실이고 말입니다. 그러니 문체니 주제니 하는 것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도 당연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으면서 읽어야 할 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수많은 추천을 받은 피어클리벤의 금화와 같은 작품도 있습니다. 이 글은 이와 같이 화려한 수사로 장식된 글은 아닙니다. 오히려 훨씬 무겁고 불친절한 문체를 사용하죠.
피어클리벤의 금화가 귀족의 언어를 사용한다면 같은 귀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글은 오히려 용병의 언어, 레인저의 언어를 사용합니다. 화려함 대신 단순하면서도 쓸쓸한, 아름다운 미사여구 대신 절망의 언어가 그것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검은왕의 문체는 차갑고 무거우며 또한 어둡습니다. 마치 글의 배경이나 검은왕이라는 제목처럼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쩌면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당연할 것입니다. 하지만 글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이 문체만 한 것이 없다는 생각도 함께 듭니다. 글을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느껴지는 겨울의 한기와 절망과도 같을 언어. 솔직히 웬만해서는 만들기 어려운 분위기가 아닐 런지요.
그것은 오롯이 작가의 역량일 것입니다.
요새 흔히 논란이 되는 사이다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글에서 고구마니 사이다니 하는 것을 찾을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그냥 작가님이 만들어 놓은 세계관과 이야기 속에 함몰되다 보면 이유 없이 추워지고 뜨거워지고, 아프고 그렇습니다. 최소한 저는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조회 수나 추천 수가 너무 낮습니다. 물론 제 취향을 다른 분들께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단지 최근에 수준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그런 생각이 드시는 분들은 꼭 이 글을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끝으로 어쭙잖은 글이 작가님이나 독자들께 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부연하자면 아직 문피아에는 읽을 작품이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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