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실제 대작을 쓰는것은 아니기에 소설 속 소설의 내용은 아예 없거나, 뼈대만 갖춰진 상태로 넘어가거나, 혹은 실제 대작이었던 작품의 제목을 차용해서 독자들에게 내용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작품이 많습니다.
그런면에서 그 작가가 하는 일은 기존의 작가를 주인공으로 하는 현대판타지와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작소설이 여러번 쓰여지는 과정은 없고 대신 하나의 작품에 집중합니다.
이야기의 주 뼈대는 작가 주인공인 강태산의 이야기와 그가 쓰는 소설의 주인공인 지스가 이끌어갑니다. 지스의 이야기도 구체적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소설 속 소설인 액자식 구성을 갖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소설 속 인물이 튀어나온다는 상투적일수도 있지만 영리한 장치가 등장합니다.
강태산의 목표는 악의 퇴치나 지구 수호가 아닙니다. 그저 작가로 성공하는것이 목표이기때문에 자신이 창조한 인물들을 굴려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반대로 소설 속 인물들은 자기가 속한 세계 안에서의 삶이 있고 바라는 희망이 있지만 강태산에 의해 고난을 겪게됩니다. 소설속엔 매번 등장하는 선악갈등이 있으나, 그 결과는 소설속 인물이 아닌 작가 강태산에게 달려있습니다.
즉, 이 작품은 작가와 등장인물간의 갈등구조를 통해 내용을 전개합니다. 사이사이에 각자의 직업적 고충과 갈등, 원만한 협의를통한 내부소설의 성공적 행보가 주는 기쁨 등 다양한 요소가 들어있습니다.
인물 소개의 경우 소설속 인물이 현실로 나올 수 있기때문에 직접적인 대사를 통해 자신의 특징이나 마음을 표현하며, 옆에있는 강태산의 관찰자 시점을 더해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인물상을 그려냅니다. 이때 소설 속 인물이 소설 밖에 있는 현실이라는 세상을 인식하기 때문에 그것을 감안한 대화가 이뤄지게 되고, 이를 통해 '그 작가가 하는 일'이란 소설을 읽는 독자, 즉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말하는듯한 뉘앙스를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작가와의 협상을 통해 설정이 변할 수 있다는 여지가 있으므로 진부한 캐릭터 또는 약속된 전개를 피해갈 수 있습니다.
강태산은 관찰자 시점으로 인한 한계를 보여주는데, 본인 스스로 작품에 대한 이해부족을 반성하며 완성도를 끌어올려가는 과정을 통해 성공이란 키워드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Comment '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