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집사 작가는 프로 작가가 아닙니다. 처녀작인 로또2등을 연재하면서 헌터/재벌/회기물로 대표되는 현대판타지의 추세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빙자한 비아냥)을 받고 1부를 회기물로 마무리하여 독자들에게 경악을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보통 작가는 한 작품에 매진하여 그것을 마무리하고 다음 작품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분은 특이하게도 로또2등에 당첨되다, 인당리 퀘스트, 거짓말을 하다 세 작품을 연재하고 있는 중입니다. 거기에 비정기로 올라오는 백가세가와 미남의 일생까지 더하면 다섯 개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셈입니다. (최근 메인은 인당리, 서브는 거짓말, 로또2등은 전편 수정중이고 백가세가와 미남은 그야말로 비정기)
이쯤 되면 장난하냐, 하나에 집중하라는 불평이 나올 법도 한데 불량집사 작가의 팬들은 대체로 이해하는 분위기입니다. 그가 쏟아내는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독특하고 재미있으며 선작을 지우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야기가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데 어찌 쏟아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위 5개 작품의 특징, 그러니까 불량집사 작가만의 특징은 진중한 문체와 전개 방식에 있습니다. 최근 문피아 랭킹에 오른 작품들은 하나같이 목표지점을 제시하고 바람같이 달려가는 문체를 사용합니다. 상황 설명, 주인공의 독백이 반복됩니다. 그리고 작가들께 죄송합니다만 저는 이런 부분은 독백만 쓱 보고 넘어갑니다. 그래도 내용 이해에 아무런 무리가 없거든요.
불량집사 작가는 그와 다르게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문체를 사용하여 주인공의 생각과 시각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그 하나하나를 그냥 넘어가도 내용 전개는 따라갈 수 있지만, 글이 왜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궁금하다면 읽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그 '하나하나'의 내용이 재미있습니다.
바로 아래 거짓말을 하다 추천글이 올라와 있기 때문에 인당리 퀘스트의 내용을 소개드리자면, 어머니의 병환으로 고향인 인당리로 귀향한 이선재 라는 주인공이 그곳을 발전시키고, 자신의 꿈을 만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이게 무슨 얘기냐 하겠지만 실제로 그렇습니다. 헌터/재벌/회기물도 아닌 참 별 거 아닌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것이 인당리 퀘스트의 묘미입니다.
또한 로또2등의 주인공이 3년 정도 후의 인당리로 이사가는 것으로 되어 있어서, 그 두 사람이 어떤 케미를 보여줄 것인지도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전작/후작도 아니고 연재 중인 두 개의 글이 크로스! 하나의 사건을 각기 다른 두 사람의 시각으로 볼 수 있을지? 이쯤 되면 제목만 다르지 하나의 글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어쨌든 그것은 먼 훗날의 이야기.
인당리 퀘스트를 보면서 저는 인간에 대해서, 사회에 대해서, 꿈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고 - 그 중 하나는 진짜 글쓰는 재능은 이런 거구나 -, 노력하게 됩니다. 장르소설이 단지 킬링타임용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런 소설을 찾는 분께 불량집사 작가의 글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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