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아포칼립스 #바이러스 #크리쳐물
우주 천마를 보고 SF 장르의 다른 소설을 찾아 헤매던 저는 회색 앵무라는 제목과 섬네일에 박힌 앵무새의 동그란 눈동자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소설인가? 의문에 빠진 저에게 작품 소개는 이 소설의 인류가 달에 거주지를 건설했다는 사실을 저에게 전해 줄 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제목이 회색 앵무인 이유는 뭐란 말인가?
이 궁금증이 제가 회색 앵무를 펼쳐본 이유입니다.
회색 앵무는 제가 찾던 SF 우주 활극은 아니었습니다. 작품 소개에 나오는 달 거주지는 바이러스가 발생하는 장소일 뿐, 회색 앵무는 전체적으로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 같은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붕괴된 정부, 인간들을 사냥해 물자를 얻는 사냥꾼들, 그리고 그들을 피하거나 맞서기 위해 돌아다니는 평범한 주인공은 아이만 없을 뿐 더 로드의 풍경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이 글에는 하나가 더 있습니다. 회색 앵무. 덩치도 크고 인간을 습격하는 사악한 생명체. 무엇보다 무시무시한 건 소리를 잘 흉내 낸다는 부분이죠.
그렇습니다. 중간중간 곁가지로 여러 가지 일들이 지나가고 카테고리는 SF와 현대 판타지지만 제가 파악하기로 이 소설은 영화 ‘괴물’ 같은 크리쳐물입니다. 소설의 제목이 회색 앵무인 이유도 아마 이 소설이 크리쳐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공포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이 글은 나름의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별생각 없이 읽기도 좋습니다. 글의 내용은 제가 중학생이던 시절 도서관에서 한 권씩 빌려 읽었던, 내용은 어렴풋하지만 소름 끼치는 느낌만은 생생하게 남아있는 호러 단편 선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글은 초반에 달에서의 바이러스, 붕괴된 문명, 사람을 사냥하는 사람들을 툭툭 던져 놓고는 이내 본론을 보여줍니다. 거대한 회색 앵무새죠. 그러나 회색 앵무가 없을 때도 앞의 저 설정들은 그럴듯하게 작용합니다. 다른 사건들이 일어나 앵무새를 다시 만나기까지의 공백 동안 적당한 긴장감을 형성해줍니다.
거기에 본론인 회색 앵무는 등장하자마자 곧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회색 앵무를 대상으로 한 주인공의 두려움은 생생하고 회색 앵무의 능력 역시 대단하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제 곁 어딘가에 있다고 상상하면 그렇게 소름 끼칠 수 없습니다.
호러 소설에 흔히 보이는 타입인 주인공의 캐릭터 성은 때때로 극의 진행을 위해 희생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호러 소설의 주인공에 누가 관심을 두겠습니까? 저는 다만 회색 앵무새가 또 언제 나올지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릴 뿐입니다.
여러분이 만약 평소에 내 집 앞 모퉁이를 돌면 무시무시한 괴물이 있기를 애타게 기대하고 있었다면, 혹은 문득 뭐가 있을지 모르는 두려움에 고개를 빼꼼 내밀어 골목 너머를 확인한 적이 있었다면, 이 소설은 탁월한 선택일 것입니다.
찬성: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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