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판타지를 몇 번 읽어봤지만, 국수먹을래 작가님의 작품에는 특유의 맛이 있다.
솔직히 가볍게 읽을 만한 작품은 아니다.
물론 중간중간에 나름의 개그가 있기는 하지만, 조금 느슨하게 해줄 뿐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밝게 해주지는 않는 것 같다.
작가님의 가장 큰 특징은 작품에 나오는 비극에 드라마와 서사가 있다는 것이다.
등장한지 얼마 안된 조연의 비극을 짧고 굵게, 그리고 임팩트 있게 표현하신다.
그것은 뭐랄까.
일반적인 다크 판타지가 좋아하던 인물이 죽어서 답답하고 슬픈 거라면, 작가님의 작품에서는 곱게 죽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그나마 이야기의 비중이 있는 주조연들은 그렇게 까지 괴롭히지는 않으신다.
나는 이게 독자에 대한 배려라 생각하는데....
여튼 일개 엑스트라가 불쌍해서 안타까울 정도다.
악당들은 대부분이 싸이코패스에 악의가 똘똘 넘치며, 잔인하고 가학적이다.
인간을 박제하고, 머리를 잘라 아이템으로 사용하고, 영혼을 가지고 놀며, 동생의 몸을 빼았아 누나를 겁탈하고....
대충 뭐 이런 느낌이다.
여기까지가 작가님 작품의 전체적인 성향이라면, 이번에는 <다크 페더스>라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할 차례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복수라는 광기에 먹힌 마왕이다.
일찍이 자신의 적이 자신에게 그랬듯이, 아이들을 죽이고, 싸우지 못하는 이들을 학살하며, 신체의 일부를 잘라 본인에게 먹이고 존엄성을 파괴한다.
약속은 지키지 않으며 밥먹듯이 사람을 죽이고 상대를 괴롭게 하기 위해서(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수단을 강구하려 한다.
원래 작가님의 작품의 주인공이 과격한 면은 있지만, 유독 이 작품의 주인공은 과격하다 못 해 잔혹하고 악독하다.
이는 사실임과 동시에 비유적인 의미이기도 하다.
스켈레톤인 주인공은 피와 눈물이 메말랐다.
여자를 사랑해서 성적인 관계를 맺을 수도 없고, 따스한 온기를 나눠 줄 수 없다. 피부가 없어서 온기를 느끼지도 못 한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해줄 심장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남은 것은 분노와 증오, 광기 뿐이니.
그저 죽이고 괴롭힐 뿐이다.
그럼 다른 인물들은 어떨까?
과장을 보태자면 그들은 하나같이 이기주의자다.
제 아비를 죽이는 패륜아, 남편을 죽인 여인, 상인의 아내를 탐한 기사, 사람을 사고파는 전쟁상인, 과거의 지인을 죽인 흡혈귀, 가스라이팅이 특기에다가 남 등쳐먹는 게 특기인 멍멍이 태양신.
하나같이 정상인 사람이 없다.
무엇보다 나름 중간 보스급이라 할 수 있는 악당놈들은 현실에서 접할 수 있는 ㅈ같은 ㅅㄲ들에다가 잔혹성과 악의를 몽땅 집어넣은 최악의 쓰레기들이어서 보기만 해도 빡이 친다.
참고로 작가님의 특징 중 하나가 빌런들을 대게 매력적인 악당 보다는 일종의 ‘절대악’, ‘당장이라도 치워야 하는 폐기물 및 쓰레기’처럼 묘사하는 것이다.
빌런들의 수법이나 위험성은 정말 치명적이고 위험하지만, 그 본질은, 그러니까 인격적인 부분에서는 한낱 삼류악당에 불과하다는 소리다.
말 그대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 작품세계.
이건 단순히 고구마 사이다 그 이전의 문제다.
굳이 말하자면 캡사이신을 병째로 들이부운 피자를 사이다와 함께 입안에 쑤셔넣는 기분이랄까.
물론 답답하기만 한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시원한 사이다를 찾거나 대리만족을 위해 읽을 만한 작품은 더더욱 아니다.
자신이 마조거나, 혹은 무거운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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