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카르카손 작가의 내 혁명에 단두대는 필요없다(이하 혁명없다)는 대 혁명 시기의 프랑스 분위기를 적절히 가져와 배경의 토대로 삼은 글입니다.
나름 어질게 영지를 다스려왔다고 믿은 후작이, 분노와 광기에 휩싸인 민중들의 손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어린 나이.
소후작이라 불리는 어린 나이로 회귀하는 것이 소설의 시작입니다.
#낭만
낭만이란, 무어라 단정짓기에는 제법 난해한 단어입니다.
구글 선생님에게 물어보면 주정적(主情的)·이상적(理想的)으로 사물을 파악하는 심리적 상태. 또는, 그런 심리 상태로 인한 감미로운 분위기. 이런 해석을 내놓습니다만.
솔직히 저런 해석은 낭만이 없지 않나요?
저는 낭만을 이해할 때. 지나가버린 과거의 흔적을 더듬는 것이라 곧잘 말하곤 합니다.
이미 지나가버린 일이기에 더 애타게 그리워지고,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기에 마음 깊숙히 자국으로 남는 것.
군사부일체.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는 한 몸과도 같다는 충절의 문구라던지.
약자를 지키고, 주군에게 충성하고, 교회의 가르침을 받드는 기사도라던지.
상대가 미드 요네를 픽하면, 나도 야스오로 응답하는 무사도라던지.
낭만은 그런 것입니다.
불합리하지만, 그 불합리함을 알고, 인정하기에 누릴 수 있는.
혁명없다는 귀족의 낭만이 넘치는 글입니다.
#카스테라
혹시 카스테라 만들어 보신 적 있으십니까?
아니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카스테라를 먹어 보신 적 있으십니까?
아마 없으실 겁니다.
왜냐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카스테라는 곰팡이가 살짝 생길 때까지 가야 그 이름 값을 하기 때문이죠.
귀족의 낭만 역시 그렇습니다.
대혁명의 직전까지, 곯고, 썩고, 부패하고.
민중의 고혈을 짜낼 수 있을만큼 짜내어 피워낸 꽃.
거름 없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은 없는 법입니다.
입에는 웃음을 머금고, 손짓에는 기품이 실렸으며, 복식은 화려한 멋이 있는 시대. 그것이 바로 대혁명 직전의 귀족들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주인공 역시 알고 있습니다.
귀족의 발 밑에서 꿈틀거리는 이들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그렇기에 우리는 이 낭만을 가슴졸이며 바라볼 수 있는 것입니다.
#회귀
그렇기에 주인공은 실패한 자신의 인생을 바로잡기 위해 행동에 나섭니다.
소후작이라 불리우며 방구석에 틀어박혀 있던 과거의 한심한 주인공은 이제 없습니다.
오랫동안 전쟁과 정치 속에서 영지를 지켜내었던 노련한 귀족은 행동함에 있어 거침이 없습니다.
자신의 영지와 영지민들을 혁명의 광기에서부터 지켜내기위해.
미래가 바뀌어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습니다.
주인공에게는 명확한 목표가 처음부터 있었으니까요.
저는 이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회귀자가 마음을 다잡는 것을 서술하는 방식은 여럿 있겠습니다만,
목뎅겅이라는 이벤트가 주인공의 회귀를 위한 비극에서 끝나지 않고 주인공의 사고방식을 확실히 깨인 인간으로 만드는 장치로 삼았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쩝...
앞서, 혁명없다의 매력인 낭만에 대해서 언급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그것과 비등하거나 그 이상한 매력 요소가 한가지 더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려한 묘사.
뭐라고 할지... 중간 중간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사람 마음을 사로잡는, 귀족적인... 수려한... 그런 부분들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히로인 묘사도 참 신이 날 정도로 예뻐서... 정말 좋았습니다.
기존 역사에서 마법이나 악마를 집어넣는 방식도 참 유쾌한 것이라 좋았습니다. 독창적이라고 해야할까요. 견문이 짧아 정말 독창적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 기준에는 그랬습니다.
다만 정말 쓸데없는 걱정입니다만, 속도가 빠른 것이 조금 걱정입니다.
25화에서 혁명이 일어났거든요.
뒤마의 삼총사를 읽는 기분으로 천천히 읽고 있었는데, 조금 당황스럽네요.
물론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소설의 전체적인 주제가 혁명이라는 점을 보았을 때,
작중 전개를 따라 뭔가가 나와서 환기를 할 시기이긴 했는데...
개인적인 취향 문제입니다만, 좀 아쉽습니다. 맛있는 카스테라가 사르륵 녹아버린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혁명 전의 불안한 사회의 공기도 참 매력적인데...
어쩌면 잘 구성해둔 배경과 소재의 포텐셜을 너무 빨리 깎아먹은게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기대가 되니까 걱정이 되는 것이긴 합니다만...
걱정 반 기대 반...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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