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상'을 떠올리게 하는 소개글과는 딴판으로 이 소설은 징집따리 스타팅입니다.
태수를 지내셨다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동생들을 혼자 키웠다는 설정이라 원소군에 끌려와서야 살짝 집안 덕을 보는 정도? 뭐 인맥 사회인 후한시대에서 이 정도 버프도 없으면 경우가 없는 것이고요.
주인공의 고생은 유머러스하게 넘어가는 편이라 청량한 사이다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도 많이 버거우실 것 같진 않습니다.
어쩌다 과거트립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꽤 미흡한 등, 작가님께서 잠재력을 다 발휘하지 못했다는 감상은 듭니다.
하지만 독자가 삼국지 소설을 보는 주된 이유는 결국 전쟁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기대됩니다.
시체 속에서 구르고, 희멀건 죽을 먹으면서 고생하고, 가족같은 부하들에게 체계적인 훈련을 토대로 쓸 수 있는 전술이 늘어나고, 현대에서 주워 온 밀리터리적인 지식을 응용해서 성과를 내고, 전형적인 대역이고 삼국지 물이다만 그래도 다른 금수저 스타팅으로서는 느껴지기 어려운 간절함이 깃들어 있어선, 다들 아시죠? 그 운동 땀 뻘뻘 흘리고 나서야 느끼는 뿌듯함? 이 소설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런 느낌입니다.
주변 인물들은 고대인 전사 아니랄까봐 호탕하고, 문관 라인들은 정치질 하고, 부하들은 은근히 유능한 인재들이 와 있고, 주인공은 그 와중에 제일 아부를 잘 합니다. 아무튼 군생활 말고도 아기자기하고도 아리까리한 전개가 일어나서 큰 기복 없이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크게 한 방 터트리지는 않는데, 듣고 있으면 웃긴 그런 정겨운 친구 같습니다.
현재는 조조불신론을 원소에게 설파한 게 동네방네 소문이 나선 조조의 귀에도 들어갔네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Commen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