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여관 #차원이동 #인생 2막
평범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이세계에 불려가 ‘세계를 구해주세요!”라는 부탁을 받고 마왕을 물리친다…. 는 이야기는 이제 너무 진부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력적인 이 소재를 활용하기 위해 수많은 변주가 이뤄졌습니다. 알고 봤더니 용사를 불러온 놈들이 진짜 나쁜 놈들이었다거나, 다른 세계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깽판치던 곳이 사실은 주인공 세상의 먼 미래였다거나…
‘용사 때려치고 갓물주’ 역시 용사 이야기의 다양한 갈래 중 하나입니다. 지구에서 끌려와 몇천년간 구른 끝에 마왕을 잡고 해피엔딩… 이어야 했지만, 신급으로 강해져서 집에 갈 수 없게 되버렸다!는 이유로 주인공의 판타지 생활기는 조금 다른 형태로 이어집니다. 힘의 99%를 봉인한 상태로 낯선 세계에 떨어져, 사람들에게 숭배를
받아내야 하는 주인공의 직업은… 여관 주인이네요!
‘XX가 힘을 숨김’ 식의 소재가 한동안 인기를 끌기도 했었지만, 사실 이 소재는 무협 시절부터 이어지는 매우 유서 깊은 클리셰입니다. 객잔주인이 알고보니 은둔고수! 라거나 동네 주정뱅이 거지 노인이 개방 방주! 라거나. 하는 소재가 많았죠. 너무 오래 봐온 만큼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적정량만 사용한다면, 독자들의 입맛을 당길 수 있는 좋은 조미료가 되어줍니다.
‘용사 때려치고 갓물주’는 초코파이 같은 소설입니다. 너무나 오래 먹어왔고, 무슨 맛인지 잘 아는 만큼, 달달~한게 땡길 때 큰 고민 없이 집어들 수 있죠. 특히 이 작품은 요즘은 오히려 보기 드물 정도로 ‘XX가 힘을 숨김’ 류의 설정에 충실합니다. 이런 작품은 첫 화를 보는 순간, 대략적인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할 수 있지만, 생각한 대로 작품이 깔끔하게 흘러가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죠. 만약 예상치 못한 반전이 등장한다면 더더욱 즐거울 거구요.
개인적으로는 소설의 분위기가 느긋한 점도 좋았습니다. 첫 화에서는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쏟아낸다는 느낌이었는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 2화부터는 훨씬 여유있는 템포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느낌이에요. 짧은 연재 분량에서도 나름대로 일어날 사건은 일어나고, 신캐릭터도 등장하고, 할건 다 하고 있는데. 느긋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요? 작품의 장르에서 느껴지는 익숙함 때문일지, 다른 이유가 있을지, 그 이유를 찾기 위해서라도 이 작품을 좀 더 읽어볼 것 같습니다.
‘용사 때려치고 갓물주’는 이제 겨우 6화가 연재된 작품입니다. 첫 맛은 너무나 익숙한 기본형 초코파이였지만, 이후의 전개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죠. 다른 소재가 추가돼 더 맛있는 바나나맛 초코파이가 될 수도 있고, 예상외의 전개가 이어지면서 아예 다른 과자 – 몽쉘 같은?-로 변할지도 모르죠. 뭐. 지금처럼 작가님이 하루 2~3화를 올리는 열정을 유지해 주신다면,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가 나아가든 즐겁게 응원하며 읽게 될 것 같습니다
Commen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