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넘게 중흥했던 로마제국이 1400년대에 멸망하고 영국-프랑스 간의 백년전쟁 이후의 1500년대는 그야말로 유럽이 들끓어오르던 그런 시기였습니다.
오스만 제국이 동지중해의 패권을 잡고, 합스부르크 가문이 유럽의 패자로 올라가고,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하고, 마젤란이 세계일주를 했던 그 시기는 세계의 패권이 동방에서 점차 서방으로 넘어가기 시작한 단초가 되었습니다.
아메리카, 인도 방면으로 이미 항해무역을 시작한 포르투갈, 에스파냐에 이어 후발 주자로 항해시대를 시작하지만 끝내 세계의 패권을 가지게 되는 영국, 엘리자베스 1세의 아버지인 헨리 8세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대항해시대에서 살아남기]를 추천 드립니다.
주인공 고대일은 역사빙의물의 주인공 답게 영국사를 연구하는 사학자입니다. 본인이 피땀흘려 쓴 논문은 교수들 간의 정치질로 인해 퇴짜맞고 소주로 병나발 불다가 1541년의 영국 대장장이인 데일 블레이크에게 빙의합니다. 물론 상태창이니 능력치니 하는 것은 전혀 못받은 채로 말이죠.
하지만 빙의전에 썻던 논문과 연관된 시기에 떨어진 주인공은 그 지식으로 대장 업계에서 승승장구, 대항해시대에 참전할 발판을 마련하게 됩니다.
대항해시대는 대 낭만시대이기도 합니다. 항해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대륙, 새로운 향신료가 발견되고 그것으로 유럽은 점점 부유해져 갑니다. 해적과 모험의 시대에 주인공이 과연 어떠한 위치에 설 것인지가 기대되는 그런 소설입니다.
분명 배타고 해적잡고 모험하는 글이 될 것인데 글에는 묘한 디테일이 살아 있습니다. 작가님이 영국사를 개인적으로 좋아하시는구나 라는 부분이 보여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글이 술술 넘어가면서도 전개가 다소 억지스럽거나 주인공 편의적인 부분은 분명 있습니다. 주인공이 중세에서 제 위치를 잡기 위한 전개 정도로 이해하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공모전도 끝나고 다소 소강상태였는데 볼 만한 글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적당히 가볍지만 디테일이 선명한 소설, [대항해시대에서 살아남기] 한번 보고 가세요.
...그러고보니 주인공 저거 논문 박사도 아니고 석사논문인데 ㅠㅠ 그대로 살아있었으면 대학원 생활 연장이니 빙의 개꿀이네요.
+ 수정 붙인다는걸 까먹었습니다. 초반의 대장장이는 빌드업입니다. 그것치고는 1권 분량이 살짝 넘는다는게 단점이네요. 영국인 대포대장장이도 재밌을거같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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