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왕 아르투르는 감히 말하자면 잘 쓴 작품입니다.
지금처럼 수많은 작품들이 범람하는 시대, 저만 해도 당장 선작목록에 읽는 작품이 10개가 넘어가고 매일매일 5천여자가 업데이트 되는 상황에서 한 작품에 깊은 관심을 쏟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많은 작품들은 서사구조와 인물들을 상당히 간략화합니다.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고 승승장구하는 주인공, 명료한 숫자로 현황을 보여주는 상태창, 그리고 평면적이기 이를 데 없는 인물들까지.
많은 정통 판타지들은 역으로 이 모든 경향성을 거부하다가 침몰했습니다.
남발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넘쳐나는 고유명사, 대체 얘가 왜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서사, 이해할 수 없는 얄팍한 고뇌... 인물의 일대기보다는 인물이라는 수단을 통해 작가가 상상한 세계를 보여주겠다는 시도는 야심에 넘쳤지만 대부분은 실제 역사를 편집증적으로 따라하거나 또 다른 판타지들의 복제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기사왕 아르투르는 저런 정판의 일반적 특징과 상당히 다른 소설입니다.
주인공의 목적은 명확합니다. 왕자로서 자기 혈통에 걸맞는 위치를 차지하는 것. 어찌 보면 전형적인 영웅서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고전적인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처럼 주인공, 아르투르는 도리에 충실하면서도 결코 사소한 일에 얽매이지는 않습니다. 그 점이, 최소한 답답하지는 않다는 것이 장점이기도 합니다.
대왕이던 아버지가 남긴 나라를 저들끼리 갈라먹으려 내전을 벌이는 적자인 형들에게 쫓겨난 서자로서 어떻게 더 위대하게 성장할 지, 과정과 결과가 모두 기대를 품게 한다는 것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2020년 가장 기대되는 소설 중 하나입니다. 강력하게 추천드리니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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