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멘크란츠의 소개글은 간단합니다.
실연 당하고 버림 받은 한 남자가 용병이 되어 길을 떠났다.
[전쟁][흑색화약시대][용병]
정말 특정 사람들이 보면 좋아할 소개글이죠. 저 같은 사람들이요... 저는 흑색화약시대라는 것에 꽂혀서 봤고 이후 전개가 기묘해도 참고 봤습니다. 그런데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소설에서 흑색화약시대라는 건 제가 생각한 의미와 달랐습니다. 물론 흑색화약시대를 느끼게 해줄 만한 장치나 요소들은 충분하지만... 흑색화약시대가 배경인 건 흑색화약의 연기가 난무하는 시대라는 게 아닌, 과도기적인 시대, 검사들이 혼자서 날뛰기 힘든 시대를 의미하는 거였습니다. 주인공한테 참 힘든 시대라는 걸 여기서 느꼈어야 했는데.
블루멘크란츠의 초반을 보면 꽤나 고전적인 스타일로 시작합니다. 실연 당한 남자가 좌천을 받고 상관의 미친 명령을 듣고 자살에 가까운 돌격을 했다가 군공을 세운다...
저는 여기서 ‘아, 흑색화약시대고 전쟁이니까 여기서 군공 세워가면서 성장을 하나?’하는 마음으로 두근거리며 봤습니다. 물론 그랬다면 한 2~3달 전에 추천글을 썼을 겁니다. 이 작품은 그런 식의 전개를 쓰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군공을 세웠는데도 누명을 써서 감옥에 들어갑니다.
아, 여기서부터 뭔가 불길하기 시작했죠. 뭐지? 이 일반적인 감성과 다른 감성은? 요즘 웹소설들은 소재가 마이너하더라도 감성은 메이저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걸 틀어버리는 부분에서 저는 두려워하면서 다음 분량을 읽었습니다. 이 문제가 잘 해결되어서 뭔가 공을 또 세울지도 모르잖습니까? 전화위복으로 한 번 비트는 건 흔한 방식인데...
물론 주인공은 또 엿을 먹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또 끝나지 않습니다. 귀한 사람 구해주고 다리가 망가지는 것부터 시작해서 결투사로 부려먹히다가 팽당하고 해외에 가서 취직하나 했더니 거기서 또 엿을 먹고 먹고 먹고 먹고... 주인공은 계속해서 떠돌아다니고, 어디에서 쌓아올린 성취들은 부정당합니다.
사실 쓰면서도 제가 왜 계속 읽었는지 살짝 의문이 들었는데, 일단 기본적으로 소설의 호흡이 좋고 매력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칼 한 자루 차고 시대를 방황하는 주인공이 어디까지 갈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계속 방황하기만 했다면 추천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저는 그 때까지 이 소설이 무슨 소설인지 전혀 파악하지 못했었거든요. 그런데 74화가 올라오고 읽고 나니 ‘아, 이 소설이 무슨 소설이구나’하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시대에 뒤쳐진 남자가 스스로를 되찾는 고전적인 테마를 다루는 소설이었습니다. 눈치를 못 챘던 거죠. 74화 동안 빌드업을 했으니...
그러고 나니 이제 이 소설이 어떤 소설인지 알았고, 추천을 할 용기가 생겼습니다. 이 소설의 결말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저도 확신이 서지 않지만 어떤 결말이 나오든 간에 추천을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걱정이 되니 마지막으로 한 번 당부드리지만, 이 소설은 시대에 뒤쳐진 주인공이 계속해서 고통 받고, 괴로워하며 방황하는 소설입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한 번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모로 뿌듯한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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