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고대 문명에 모두 존재하는 피라미드가 한반도 지리산에도 존재한다. 왜 모든 고대문명은 서로 교류도 없던 시절 비슷한 피라미드를 건설하고 왜 한결같이 신전을 황금으로 장식했을까?
인류 역사의 신비한 상징들..., 교황청 앞의 솔방울 조형물, 이집트 오시리스 지팡이의 솔방울, 부처의 머리모양, 제주도 하루방, 우리나라 상투는 모두 한 가지를 가리키고 있다고?
인간과 인류 역사의 숨겨진 비밀을 따라가는 주인공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그렇지! 바로 이거지!”
판타지 특히 고대 미스터리에 환장한 나는 작가의 작품소개에 적힌 장엄한 대서사에 읽기도 전에 가슴이 웅장해졌다. 그리고 지리산에 있다는 피라미드를 찾는 여정에 기꺼이 동참하기로 했다.
2024 공모전에 출품된 작품들을 리뷰하고 있는 오쎈입니다.
저는 주로 알려지지 않은 신인작가들의 글을 주로 리뷰합니다.
왜냐하면 클리셰에 익숙한 기성작가들 보다 신인작가들에게선 날것 그대로의 향을 맛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번에 준비한 것은 ‘지리산에 피라미드가 있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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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가정에 입양되어온 어린 주인공(여중생)은 학교에서 이국적인 모습에 일진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집에서는 양부모로부터 모르모토 취급을 당한다. 주인공에게 유일한 위안은 ‘훔이’란 작은 조약돌.
지역 유지인 양부모는 외국 각지에서 입양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상한 실험을 감행한다. 주인공은 입양되어온 6명의 아이 중 막내다. 아이들은 양부모로부터 매일 수련동에서 빛맞이, 빛쪼임, 빛주사를 맞는다.
빛맞이, 빛쪼임은 썬텐하듯 빛을 피부로 받아들이는 훈련이고, 빛주사는 빛을 미간과 뒷머리에 직접 쏘아 뇌가 빛을 인식하게 하는 쇄뇌였다. 가장 끔찍한 것은 잘못이라도 했을 때 독방에서 당하는 빛담굼이란 고문이었다.
어렸을 때 입양된 어린 주인공은 다른 형제들과 달리 자신만은 친딸이라 굳게 믿으며 모진 훈련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그 믿음이 깨어진 것은 머리에 커다란 헬멧이 씌워진 채 고압의 빛주사를 맞으면서 였다.
형제들 중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졌으면서도 유독 성취가 없었던 주인공은 양아버지에 의해 과도한 전류로 죽을 위기에 처한다. 결국 주인공이 정신을 잃었을 때 양아버지와 엔지니어가 다투는 과정에서 자신이 막마루에서 데려온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양아버지라는 자가 어린아이들에게 행하는 실험은 초능력이었다. 양부모의 그릇된 야망 속에 희생당하는 아이들이 소시오패스 적일 수도 있지만 어린 주인공의 행동은 천진난만하다.
그리고 ‘훔이’란 신비한 돌과 소녀의 고향인 막마루마을. 어린 주인공의 뿌리찾기 과정에 나타나는 등장인물 또한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다.
작품이 고대의 신비와 오컬트적 미스터리를 다루면서도 결코 무겁지 않다. 정선된 문장과 부드러운 전개, 그리고 고증은 작가가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해온 것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입안에 음식이 들어가자마자 여러 가지 맛이 한데 어우러지다가 씹을 때마다 다섯 가지의 맛이 줄을 서서 차례대로 입장하듯 혀의 감각을 두드렸다. 그리고는 목을 넘어가며 다시 합쳐진 풍미가 온 입안을 메꿨다. 마치 퍼졌다가 오므라들고 원을 만들다가 빙빙 돌기도 하는 부채춤이 입안에 펼쳐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캬! 어떻게 음식 맛을 이렇게 찰지게 표현해낼 수 있을까? 정말 글맛에 취해본 것이 언제 적이던가!
이런 작품이 공모전이란 풍랑에 묻혀 버리지나 않을까 안타까운 마음에 부족한 글이나마 한 손 보태고자 추천의 글을 올려본다.
‘지리산에 피라미드가 있다.’는 현재 14화까지 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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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 글
먼저 끽광 작가님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추천글을 쓴 답시고 초반 몇 회만 읽고 작품의 본질을 깨닫지 못한 채 리뷰했던 점 깊이 사과 드립니다.
어제 14화까지 모두 읽으며 이 작품이 단순한 판타지가 아닌 일제강점기 이마니시 류에 의해 왜곡된 우리 고조선의 역사, 더 나아가 환국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훔이’란 것이 들숨과 날숨의 개념인 ‘옴’과 ‘훔’이 아닌지 또한 ‘빛 맞이’란 것도 선조들이 행하던 선도(仙道) 수련이란 것과, 깨달음의 경지를 독특하게 상투에 빗댄 것이 참 신선했습니다.
주인공이나 등장인물들의 이름조차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에 선생님이 얼마나 이 작품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 알 것 같습니다.
부디 공모전 결과에 상관없이 완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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