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카이첼
작품명 : 리얼리티
출판사 : 문피아
다른 감상글들이 다 잘 쓰인 것들 뿐이라 제 비루한 감상글이 창피하네요. 그래도 이 소설을 읽으며 느낀 재미를 한 분이라도 더 같이 느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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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게임판타지를 좋아합니다. 게임판타지 특유의 가벼움이 좋습니다. 레벨, 스텟과 같은 수치들로 인한 그 알기 쉬움이 좋습니다. 제가 이 소설 리얼리티에 기대한 것도 그런 손쉽게 넣을수 있는 경쾌한 재미였습니다.
그런데, 리얼리티는 조금 달랐습니다. 시원한 목소리의 가수가 부르는 신나는 가요를 원하며 읽기 시작한 글이었는데, 거기 있던건 단지 빗소리였습니다.
현실의 주인공은 소위 '셔틀' 입니다. 게임은 그에게 도피처가 되지요. 그러나 그것은 완전한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에게도 혹시 불만족스러운 현실을 잊기위해 다른것에 몰두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에게는 있습니다. 그러나 머릿속으로 아무리 통쾌한 장면을 만들어내도, 컴퓨터속에 아무리 빠져들어도 매일 아침 일어나면 저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현실을 맞이 하러 가야합니다. 그때, 문득 깨닫죠. 내가 얻은 도피처는 가짜라는 사실을. 그리고 스스로에게 한심함을 느낍니다. 그러나 정신차려보면 저는 또다시 지금의 저보다 더 뛰어난 자신을 설정하고 상상하며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에게 게임은, 저에게 있어서의 망상과 같겠죠. 게임을 하는 자신이 한심하고 미운데, 그만둘수 없는 겁니다. 그리고 무서워 합니다. 게임을 하는 자신이 더이상 한심하다고 느끼지 않게 되는 것을 말이죠. 주인공은 게임에 빠져 현실을 잊어가는 오타쿠들과 자신이 다르다고 말하고 그들을 경멸합니다. 그리고 내심 그들을 이해하는 자신 또한 경멸합니다.
그러나 그의 도피처는 점점 더 현실성을 지니게 됩니다. 현실과 다르게 자신을 거절하지 않는 세상에 점점 빠져들게 되죠. 그가 억지로 쌓아올린 벽이 무너지고, 가면에 금이 가기시작하죠. 그는 혼란스러워 합니다. 그리고, 혼란의 지속됨에서도 작은 변화를 향해 발을 내딛죠.
카이첼님의 소설은 처음 접하는 것인데, 크게 감탄한 것이 두가지 있습니다. 하나가 그 배경지식입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언쟁을 읽다보면 그 준비성에 부러움, 아니 질투심을 느낄정도입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감탄한 하나가, '공감'의 능력입니다.
앞에서 이 소설이 빗소리와 같다고 했었죠. 주인공이 내뱉은 심정 하나 하나가 가슴에 무겁게 떨어집니다. 글을 읽다보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무겁게 젖어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목구멍까지 무언가 차올라서 소리지르고 싶은 저를 발견합니다. 그게 제가 부족한 표현력에도 감상을 쓰고있는 이유입니다.
경쾌함도 좋습니다. 그러나 가끔은, 조용한 거리에 울려퍼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감상에 빠져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저와 함께, 이 빗소리를 들어주시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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