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글쎄... 뭐랄까...
우선 설봉님의 글을 한마디로 평한다면
'재밌다.'
또는
'긴장감이 넘친다'
이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렇다.
산타, 추혈객, 독왕유고(맞나?-_-),사신... 모두 예측불허의 내용에
하나같이 인물묘사가 세밀하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설봉님의 소설에는 모든 사건에 대한 개연성이 부여된다.
천봉종왕기는 설봉님의 소설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다.물론 최근에 읽은 사신도 그렇지만, 천봉종왕기는 내가 무협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때 접한 작품이자, 특이한 설정때문에 그런 것 같다.
최근에 다시 한번
읽을 기회가 있어서 더 기억에 남는지도 모르지만...
천봉종왕기는 정말 특이하다.
우선 주인공이 감여가이다. 감여가란 무엇인가? 지관, 즉, 명당을 찾고
묘자리 알아봐 주는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주인공 반여량은
보통의 감여가들과 다르다. 감여계에서(무림이 있듯 감여가들도
그들만의 세계가 있다.)이단으로 낙인찍힌 동기감응 감여를 익힌 것도 그렇고,
감여를 돈 벌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 아닌 삶 그 자체로 익히는 것도 그렇다.
시작은 주인공이 요즘말로 하면 슬럼가에 살고있는 아름다운 소녀 한한
을 만나면서 시작한다.
한한은 한마디로 말하면 악녀다. 반여량은 한한에게 빠져 그녀가 시키는 대로 하고,
그녀를 위해 감여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 그렇게 그는
스승 안철주의 기대를 저버리면서 까지 그녀를 위해 헌신한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그녀의 배신 뿐. 그 후로 그는 폐인생활을 하지만,
호남성인가? 호북성인가? 기억은 잘 안나지만, 한 성의 패주인 곽가장의 부름에
의해 다시 감여를 시작한다.
그 후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
곽가장 원로의 죽음을 추적하기 위해 동기감응을 이용해 음기(정확히 말하면 악기)
를 쫒기도 하면서 정체모를 흑의인들에게 습격을 당하고, 곽가장 무인들의 암투가
벌어지고...
어느 것 하나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더이상 스토리 설명을 해 주면 읽을때 맛이 떨어지니 접어두고...
어쨌든 여기서도 설봉의 특징인 개연성이 나타난다.
곽가장 무인들 개개인의 과거와 함께 얽히고 섥히는 곽가장의 비밀...
그리고 아버지 곽가장주를 향해 반기를 드는 다섯 딸들...
동기감응 감여법을 무공에 접목시키는 주인공 반여량.
그리고 반여량이 겪는 곽가장주의 다섯째 딸과 한한사이에서의 갈등.
어느 것 하나 범상치 않은 것이 없다.
그리고 반전 역시나 뛰어나다.
자신들을 습격한 흑의인들의 정체. 그것이 밝혀지는 순간
독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물론 이것은 무협을 많이 읽은 독자라면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진정한 반전은 끝부분에 있다.
곽가장주가 죽으면서 남긴 서신 하나.
그 서신은 설봉님이 계획한 모든 반전이 하나로 함축되어 있다.
독자들은 그 서신 하나를 읽는 순간 말로 할 수 없는 희열과 경악,
그리고 분노(?)를 느낄 것이다.
천봉종왕기는 그런 소설이다. 시종일관 긴장감 일색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하지만 긴장도 지나치면 해가 되는 법. 설봉은 그것을 3권 초중반부에서 한템포
늦춘다. 그 덕에 독자들은 책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천봉종왕기에도 약점은 있다. 이것은 사신에서 발견된 약점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약점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니 다른 사람들은 신경쓰지 말기 바란다.
바로 인물의 과거.
모두 개연성이 있지만, 꼭 필요치 않은 데도 불구하고 늘여 쓴 부분이 있다.
그리고 수없이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비중이 크지 않은 캐릭터인데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기대를 하게 만든다. 즉, 독자들의 기대치를 너무 충족시켜 다음 내용이 궁금하게 만들어 독자들의 심신을 지치게 만든다. 그리고 나의 경우는 읽으면서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헷갈릴 때가 있다. 이건 머리나쁜 나만 그런 것일테니 그냥 넘어간다.
어쨋든, 설봉님은 뛰어난 작가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설봉님의 특징인 해박한 지식과 정확한 정보, 그리고 전문성은
읽는이의 흥을 한껏 돋운다.
천봉종왕기.
식상한 요즘 무협에 지쳤다면,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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