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장영훈
작품명 : 절대강호
출판사 : 청어람
근래 들어 개인적인 일들이 많아서 책방에 자주 들리지 못했는데, 문피아 감상란에서 연일 화제가 되는 절대강호 때문에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책방으로 달려갔습니다.
이틀간 8권까지를 모두 소화해내면서 세 번 놀랐습니다. 8권에 이르기까지 흐트러짐 하나 없는 작품의 질에 놀라고, 뛰어난 몰입감에 놀랐으며,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전작들과는 꽤나 다른 분위기에 놀랐습니다.
이 감상글에서는 그 중 가장 후자에 대해서 이야기를 늘어 놓아볼 생각입니다. 일단 직전 작품인 절대군림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분은 그다지 없을 겁니다. 그리고 더 이전의 작품들과 비교해보더라도 이번 절대강호는 특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그걸 결정지은 가장 큰 요소는 '딸'의 존재입니다. 사실 첫 권에서 주인공이 홀아비에 가까운 기러기 아빠(?)라는 설정인 것을 보고 은근히 눈쌀이 찌푸려졌습니다. 왠지 제 취향이 아닌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각 권을 거듭해 넘어갈수록 초기 설정을 제대로 살려서 작품 속에 녹여냈다는 느낌에 흡족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 물론 이전 작들의 주인공들도 사연없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들과 적호의 차이는 '과거 vs 현재진행'이라는 점입니다. 딸을 위해 절대로 죽을 수 없는 아버지의 모습은 처절하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작가님은 이런 요소를 기반으로 하면서, 세력간의 줄타기를 덧붙여서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계속해서 이어나갔습니다. 덕분에 빨려드는 것같은 몰입감이 아주 장난이 아니더군요.
사실 이 작품 속 '딸'과 같은 장치는 다른 작가님들의 글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나만 예로 들자면, 우각 님의 십전제 같은 경우가 이와 흡사하지요. 생명이 경각에 달한 쌍둥이 동생을 대신해 전면에 나서 적들을 물리쳐가는 천우진의 모습과 그 분위기도, 느낌도 조금은 다르지만 거의 유사한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장치는 독자들이 주인공의 심경이나 행동에 더욱 공감하기 쉽게 만들어줍니다. 결과적으로 상당한 몰입감을 발생시켜주니 정말 좋은 소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필력이 뒷받쳐주지 않는 상태에서마저 쉽게 가져다 쓰기는 어려운 요소이기도 합니다.
너무 지나치면 오글거림 등으로 오히려 몰입감을 방해할 것이요, 반대로 부족하면 있으나마나한 어정쩡한 설정에 그치고 말게 됩니다. 즉, 이런 소재를 작품 전반의 분위기 속에 잘 녹여내는 것 자체가 작가의 필력에 달렸다는 이야기지요. 그런면에서 이 절대강호는 장영훈이라는 중견 고수(그러나 대가(大家)를 향해 점차 나아가고 있는)의 손 끝에서 제대로 꽃피워진 작품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이제 글을 마치면서, 앞으로 남은 권들에서 제가 바라는 것은 '지금만큼만 해주길...'이라는 단순해보이면서도 쉽지 않은 소망입니다. 개인적인 예상으로는 3~5권 사이에서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부디 용두사미가 아닌 화룡점정으로 끝나길 기원해봅니다.
에이... 하긴, 장영훈 작가님인데 설마 용두사미로 끝내겠느냐 싶네요. 그저 적호가 바랬듯 진정으로 행복해할 수 있는 결말이기만 꿈꿔봅니다.
사족) 사실 긴장감을 고조시켜주는 일등공신은 세력간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멋지게 표현해낸 덕분이죠. 그러나 그 부분까지 논하려니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지레 겁먹고 -_-; 짧게 넘겨버렸습니다. 그런데다가 전작들에서도 이런 줄타기 요소는 어느정도 포함되어 있었던 거라서 차이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와도 약간 어울리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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