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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문둥병에 걸린 염백우

작성자
Lv.1 한초희
작성
06.11.20 12:23
조회
6,809

작가명 :

작품명 : 논어

출판사 : 민예사

3. 문둥병에 걸린 염백우(冉伯牛)

상대의 입장을 생각해 보는 것, 그 입장에서 스스로를 바라보는 것. 역지사지요 사지역지라, 아무리 덕망이 높고 학문이 박학다식 하다 한들. 그 뜻을 제대로 펼치기도 전에 불치병에 걸려 죽어가는 운명이 자신을 덮쳤다면. 배운 만큼 깊어진 지식처럼 그 지식의 구렁은 자신을 보이지 않는 늪으로 빠뜨릴 것이다.

염백우는 그러하였다. 덕망이 높고 지식이 일천한 염백우의 병은 문둥병의 징후를 나타내었으며,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받아들여야 하는 자연의 강제력 앞에 그는 사람들을 피하게 되고, 그렇게 해서 피하게 된 사람들은 점차 멀어져갔고. 종국에는 그를 찾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인간에 대한 저주, 지식에 대한 저주, 스스로의 기구함에 대한 운명적인 저주. 이 세 가지의 금기가 어울려지니 사람은 정신적으로 피폐해 지고 그렇게 패여진 정신은 신체를 갉아 먹으며, 치유에 대한 자연적 의지를 도의적으로 밟아 내리는 결과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런 염백우에게 공자가 찾아와 물었다.

“요새의 병중은 어떠한가? 여전히 좋지 않은가? 하지만 마음만은 편히 생각해야 하네, 마음이 편치 안은 것은 군자의 치욕이기 때문이야”

이렇게 말을 마친 공자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염백우를 피하기는커녕, 그의 모습 그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겠냐는 명문을 남기게 된다.

“만약 자네가 그 병을 부끄러이 생각하여 얼굴을 가리고 있다면, 그것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닐세. 네 병은 천명이지! 그리고 천명은 천명인 대로 받아들이고 조용히 견디며 따르는데 그 길이 있는 것이야! 그것이야 말로 군자가 가야 할 큰 길인 셈이지, 그 길을 걷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용.지.인 의 덕을 완성하여 정신적인 근심이나 두려움이 없는 심경을 개척할 수 있는 것이라네”

가끔 이 말을 되새겨 보며 생각하는 단어이지만. 진정으로 남의 입장을 이해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이 저 말을 하는 것과, 이해하려 하는 사람이 저 말을 하려는 것의 무게 차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생각한다. 받아들이는 입장을 두 세 번, 아니 세 네 번 이상 생각해 보고 그에게 해 주어야 할 말이 무엇인가? 자연의 강제력 앞에 순리를 어긋나지 않도록 행동하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야 말로 이 시대를 살아갈 사람들에게 필요한 대인관계로서의 자세가 아닐까?

[아침에 도를 들어 깨달았으면, 저녁에 죽어도 여한이 없구나](里仁篇)

도 라는 것은 천명에 따르는 순리의 근원일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알게 된 사람들이 하루 하루를 소중하게 나누어 단 한시라도 소홀함이 없는 삶을 지켜 가는 것이야 말로 공자가 이야기 하는 “도” 일지 모른다. 모든 것은 천명에 달려 있고, 병든 사람이건 강한 사람이건, 그렇지 않은 사람이건 모두가 하나의 커다란 천명에 의해 살아간다. 그것이야 말로 하늘이 추구하는 진정한 평등의식임을!

모든 것이 완전히 분배되고 똑같은 입지에서 살게 되는 유토피아가 평등의 원리에 접근해 있기 보다는 분배되지 않고 천연 그대로의 삶! 누가 인위적으로 천성적으로 수정과 삭제를 가하지 않은 개인들의 인생! 그것이야 말로 하늘이 부여한 천명과 평등의식일지 모른다. 자연의 강제력 앞에 수긍하고 스스로의 삶을 이끌어 언제 죽어도 여한이 없도록 자신이 걸어온 길을 닦아 보도록 하자! 이천년 전의 공자는 그렇게 염백우를 통하여 미래상을 그려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혜로운 자는 정신적으로 두려워하지 않고, 어진 사람은 근심하지 않으며, 용감한 사람은 무서워하지 않는다. 이는 당연한 것이 아니겠느냐? 왜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이고 행동하려 하는 것인가?]

-草凞-

많이 읽었다. 과시하지 말라..

말을 잘한다. 과시하지 말라...

스스로가 나서지 않아도 될 순리라면 나서지 않는 것이 좋으며

특정한 목적을 바라고 쓸 글이라면, 확실하게 써라

한 마디의 말로서 평생토록 지키며 행할 것이 있는가?

흔적 하나를 남기더라도

최선을 다해 살고, 부끄럼 없이 살아야 한다.

그리고 내가 원하지 않는 주제를 타인에게 강요하지 말아라

(위정전 중)

염백우는?

중국 춘추 시대의 유학자로서. 이름은 경(耕). 백우는 자. 공문십철의 한 사람으로, 덕행의 선비로 잘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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