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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5 바다별
작성
16.04.07 11:15
조회
2,312

제목 : 차단

작가 : 제바스티안 피체크, 미하엘 초코스

출판사 : 단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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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bgeschnitten, 2012

  작가 - 제바스티안 피체크, 미하엘 초코스

 

 

 

 

 

  표지를 보면, 구름이 잔뜩 낀 바닷가에서 태양을 등지고 서 있는, 또는 태양을 보고 있는 한 여인의 실루엣이 인상적이다. 감동적인 성장 이야기나 사랑 이야기를 주제로 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냥 넘기려고 했는데, 작가 이름을 보는 순간 ‘응?’하고 놀랐다. 내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그 이름은 절대로 저런 서정적인 표지와 어울리지 않았다. 다시 확인했다. ‘눈알 수집가 Der Augensammler, 2010’와 ‘눈알 사냥꾼 Der Augenjager, 2011’으로 재미와 놀라움을 안겨줬던 그 작가가 맞았다. 그렇다면 이 책은 조용한 분위기의 표지를 갖고 있지만, 내용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 뜻이다.

 

  법의학자 헤르츠펠트는 부검하던 시체의 머리에서 한 쪽지를 발견한다. 거기에 적힌 딸 한나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본 그는 경악한다. 누군가 그의 딸을 납치하고 찾을 수 있는 힌트를 시체에 남긴 것이다. 경찰에 알리지도 말고, 범인이 숨겨놓은 힌트를 찾아 딸을 찾아야 하는 헤르츠펠트. 그에게 남은 유일한 힌트는 헬고란트라는 섬에서 발견된 한 남자의 시체였다. 하지만 태풍 때문에 고립된 그곳에서 그를 도울 수 있는 유이한 존재는 관리인인 엔더와 만화가인 린다뿐이었다. 침입자에게 공격을 받아 부상을 당한 엔더를 지키면서, 린다는 전화로 헤르츠펠트의 지시대로 시체를 해부해야 한다. 그러면서 그들을 노리는 침입자도 피해야 한다. 한편 시체의 신원을 확인하던 헤르츠펠트는 한나를 납치한 사람의 정체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이 모든 일은 4년 전에 체포된 사들러라는 변태성욕자 사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고, 세 번째 장을 넘기면서 ‘헐!’하고 놀랐다. 그리고 읽어가는 내내 ‘어떡해’라는 마음과 ‘헐!’이라는 생각 그리고 ‘으아’하면서 인상을 찌푸리는 과정이 계속 반복되었다. 그 정도로 이야기는 충격과 놀라움 그리고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여자아이들을 납치감금해서 반복적인 강간과 온갖 고문을 가한 끝에, 결국 아이가 스스로 자살하게 만드는, 흉악범이라는 말조차 아까운 사들러. 납치강간고문은 했지만, 살인은 하지 않았기에 그는 가벼운 형량을 받고 출소한다. 하지만 납치강간고문을 했다는 건 이미 그 아이를 죽인 것이다. 책에서 자세히 묘사가 되지는 않았지만, 찢어 죽여도 시원찮은 그 XX가 어떤 짓을 했는지 대충 짐작을 할 수 있었다. 이미지가 그려지면서 나도 모르게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떻게 그런 짓을! 그런 상황에서 자살은 그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해방구였다. 자살하도록 강요했다고 할 수 있다. 그건 살인이다.

 

  그런데 직접 살인하지 않았다고 3년 형만 선고한 것은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다. 아니 왜! 도대체 판사 머릿속엔 뭐가 들었기에! 이런 분노는 나만이 느낀 것이 아니었나보다. 그래서 그들이 행동에 나선 것이다. 놈이 가벼운 형량을 받는데 도움을 줬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말이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몇 년 전에 사람들을 경악시킨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 조두순 사건이라 불리는 일이다. 8살짜리 여아에게 온갖 몹쓸 짓을 한 그가 앞으로 5년 후에 출소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세상에나! 그가 출소할 때쯤이면, 피해를 입은 여아는 스무 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 여아가 입은 피해를 생각해보면, 그가 받은 형량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 두 저자가 소설 전반에 걸쳐서 얘기하지만, 성폭행범에 대한 형량은 죄질에 비해 너무 낮다. 거기다 더욱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왜 감형을 시키는 것이다. 술이 무슨 면죄부라도 되는 건가? 모든 사람들이 다 술을 마시고 강간폭행살인을 저지르는 게 아니잖아?

 

  법치국가에서 피해자는 어떤 기회도 갖지 못하는 반면, 범인은 그 모든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대사에 공감한다.

 

  아, 사들러의 범행이 너무 잔인해서 상대적으로 묻혀버린 린다의 스토커가 벌인 짓도 잊으면 안 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에게 자신의 감정을 강요하는 건 집착이고 정신병이다.

 

  이 세상은 너무도 넓고 미친 사람도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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