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무사 현대를 살다
작가 : 아칸
출판사 : 루트미디어
*편의상 존칭 생략합니다.
결론부터 말해서 이 작품은 전형적인 마공서의 테크트리를 타고 있다.
초반부분 개연성 없는 주인공의 행동 및 억지 설정.
절대 고수 주인공이 조폭 좀 만져주며 깽판 부리는 현대물.
70년대 만화 수준에나 볼 것 같은 유치한 이벤트.
하향평준화 된 양산물에 단련된 나 역시 3권을 보는 것이 꽤나 고통스러웠다.
왜 3권이냐면 한꺼번에 3권을 대여했기 때문이다.
그냥 아무 생각이 없이 즉홍적으로, 생전 근처에도 가지 않았던 마공서 스멜의 제목을 선택했는데, 지금도 무슨 생각이었는지...
나 역시 그렇지만, 장르 소설을 최소 10년, 20년을 본 독자들에게
근래의 뿌리 없는 현대물들을 정독하는 것은 이만저만한 고문이 아니다.
마치 물 속에서 숨이 막힌 것처럼, 미칠 것 같은 답답함, 정식적 피로, 짜증,
물론 중간에 포기하면 된다. 책을 집어 던지면 된다.
다만 이 작품의 경우, 당시 느슨했던 마음, 관대한 심정, 돈 아까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 결국 끝까지 책을 완독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이 작가에게 가능성을 봤고, 추천글까지 쓰게 된 것이다.
일단 온갖 ’망‘삘 나는 설정, 대략 일만번 쯤은 우려졌을법한 현대물 설정은
도를 닦는 심정으로 훌훌 넘겨보자.
그냥 주인공은 고구려때로 타임슬립해서 절대무술을 익힌 후 두 자녀와 함께 현대로 귀환한 먼치킨이라는 정도만 기억하면 된다.
핵심은 사이코패스 범죄자인 창민과 주인공의 대립구도이다.
창민은 엘리트코스를 밟은 의사로서 사람을 죽이는 것을 즐기는 인물이다.
다만 사회적 지위와 현실을 유지하기 위해, 그 대상을 악질 범죄자로 국한한다.
미드의 덱스터와 유사한 인물이다.
고지식한 사고관의 주인공은 창민의 살인을 범죄로 규정한다.
비록 그 대상이 죽어 마땅한 범죄자이지만, 개인이 법의 심판을 대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구태의연한 몇 번의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예고 살인, 그걸 막으려는 주인공, 그 와중에 대한민국의 온갖 부패한 모습들과 기업, 경찰, 학교 등에 만연한 사회적 비리들(역시 현대물에서 천번쯤 우려먹은..)이 드러나고 주인공은 자신의 도덕관에 회의를 느끼고 갈등한다.
사실 여기까지가 책의 내용 전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내용상으로는 더이상 새로운게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이 중반쯤 넘어가면 분위기가 매우 편안해진다.
이걸 뭐라 표현할지 참 애매하다.
조폭, 경찰, 학교 비리들 한번씩 나오고, 작가가 더 이상 소재에서 힘을 주지 않기 시작하면서, 템포가 살짝 느려진다.
그러면서 개인의 선악과 갈등 부분의 묘사에 있어서 여유가 있다 해야 하나..
좀 더 진중한 접근을 하게 되는데, 어쩌면 작가 스스로 4~5권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캐릭터에 적응한 결과일 수도 있고, 하여튼 앞부분 보다는 인위적인(장르적인 / 가식적인) 묘사에서 벗어나 공감이 가는 캐릭터를 만들기 시작한다.
캐릭터 묘사가 입체적이 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과정들이 꽤나 견디기 힘들었다.
1000 페이지가 넘게 한 세계를 묘사하다 보면 당연히 그럭저럭 볼만해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다들 알고 있듯이...
요즘의 장르문학 하향평준화는 그런 사례조차 찾기가 힘들 정도로 처참한 게 현실이다.
그런 현실 속에서, 제대로 캐릭터를 잡을 수 있게 되는 신인 작가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심정은 뭐랄까.. 진흙 속에서도 꽃은 계속~ 계속~ 피는구나~ 이런 심정?
하여튼 첫인상과는 달리 작가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만족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작가 본인은 정신없이 달리다보니 잘 모를 수도 있었겠지만, 오래된 독자가 보기에는 분명 작품을 만들던 중에 시야가 달라졌음이 보인다.
부디 후속작에서도 이 감각을 놓치지말고 계속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글을 모두 봤다면 알겠지만.. 제목에 표현한 ‘내공’이란 의미는 한마디로..
’가능성만 보고 마공서를 견딜 수 있는 능력‘을 지칭한다. 오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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