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프로즌
작품명 : 일곱번째기사
출판사 : 곧 출간 예정인 듯
어제 처음 일곱번째 기사 보기 시작해서 오늘 새로 올라온 글까지 다 읽었습니다. 물론 재미있으니까 다읽었지만, 늘 그렇듯이, 역시나 좀 아쉬운 부분이 있어 몇마디 적을까 합니다.
처음, 매우 맘에 들었습니다. 특히나 요즘 이계판타지물의 설정에 대해 주인공이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말할 때는 참 좋았습니다. 예비군이라는 설정도 서바이벌 마니아인 친구의 설정도 억지스럽지 않았고, 특히나 처음 이계로 와서 3,4일간 고생고생해가며 숲을 헤매다가 오크를 만나 도망치고, 기사들을 만나 체포, 목숨의 위협을 느끼는 부분은 기존 이계판타지에서 '참 공교롭기도 하구나 어찌 저리 주인공에겐 좋은 일만 생기는지....'라고 생각되던 부분에 대한 유쾌한 일격이었습니다. 삭막한 중세에 이방인이 가서 조우하자마자 환영받는다는건 제 상식으론 이해가 안갔었거든요.
작가님 나름대로 공부하신 흔적도 많이 보이고, 중세를 재현한 것도 어느 부분에서는 꽤나 그럴듯합니다. 주인공의 조금은 소심한 듯한 성격고 꽤 정겹고요.
그런데 후반에 가면 갈수록 기존의 이계판타지, 영지판타지와 비슷해지더군요. 현대의 주인공이 머리가 훨씬 좋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는 일면 동의하지만 주인공의 어설픈 개념 정의에 듣는 사람마다(그쪽에선 저마다 천재 소리 들을만한 사람들이) 감탄하는 장면은 ㅡㅡ;; 주인공이 초반에 비꼬던 작품들과 많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이 드네요. 뭐랄까 주인공의 경우만 특이하게도 등장인물들이 과잉반응을 한다고 해야하나 그런 느낌이 떠나지 않더군요.
그런데 여기서 저에게 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럼 주인공은 현실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가 죽어야만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리얼리즘을 강조한 작품들을 내가 보고 싶어하는가라는 의문과 함께... 뭐 제가 워낙 잡식이라 그런 것도 좋아하긴 하지만 주인공에게 좋은 일만 생기는 글도 좋아하는 편이더군요. 예를들어보자면 임준욱님의 '농풍답정록'이 그와 가까운데, 왜 '일곱번째 기사'에선 묘한 위화감을 느끼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뭐 제가 워낙 모순적이고 모자란 인간인지라 확실하게 말하긴 뭣하지만, 다른점이 한가지는 있더군요. '일곱번째 기사'는 '설명'하려 든다는 것이었습니다.
무협이나 판타지에선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착하거나 용감한 행동을 합니다. 보통은 그래야 인기가 있죠. 주인공이 나쁜놈이라고 설정한 몇몇 소설의 주인공들도 자세히 보면 착한일 무지 많이 합니다. 그래야 소설속에서나 밖에서나 인기가 있으니까요. 똑똑한 것도 그렇죠. 주인공이 멍청하다고 설정은 해놓을수 있지만 실제로 멍청하게 행동하지는 않습니다.(그래서는 안된다고 많은 작가분들이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위에 언급한 '설명'얘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이계 판타지로 한정시켜서요. 이계에 떨어진 주인공! 사실적으로 개연성 있게 쓰자면 조선시대에 표류했던 서구인들처럼 돌맞아죽거나 어디 잡혀있기 십상이죠. 그렇지 않더라도 이세계 곧 외계에서 강력하고 따뜻한 동료를 얻는 일은 힘듭니다. 그래서 작가분들은 무리를 합니다. 주인공의 한두마디에 조연들이 반한다거나, 단시간에 인품에 반한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하지만 세상살아보면 이런거 좀체로 보기 힘듭니다. 주변 사람의 행동 하나에 말 하나에 감화되기란 쉽지않죠. 그런 것들이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 모여서 존경과 인정이 되는 것이 보통의 세상입니다. 그러니까 작가들은 설명을 해야합니다. 그 주인공의 말한마디가 어떤 의미가 있기에, 그 조연에게 어떤 배경이 있기에 반한 것이다라고 독자들을 설득하죠. 하지만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설명부터 한다는건 뭔가 미흡하다고 작가분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요. 결국 아무리 말을 주렁주렁 달아봐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흡하단 느낌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한번이 아니면 그게 쌓여가죠. 아 이소설 재밌기는 한데 뭔가 억지스러워. 라고 말이죠.
전 그런 간지런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 그 글을 읽기가 싫어집니다. 좀 쪼잔하달까 그런게 있어서요 ^^; 정말 글과 캐릭터에 확신이 있다면 굳이 그런 설명들은 달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의 글에서 이유를 찾아내는 사람들은 재밌게 그 글을 읽을 것이고, 아닌 사람들은 말겠죠 뭐. 좀 무책임한가요? ^^; 제가 작가가 아니니 어쩔 수 없다고 변명을 합니다. '변명'!!!! 이게 중요한데, 대부분의 설명은 '변명'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더군요.
모쪼록 작가도 아닌놈이 작가를 가르치려 든다고 기분나빠하지 마시고, 그냥 애정을 가진 독자의 의견이라고 받아들여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읽은 소설이 조금만 더 재밌었으면 좋겠다고 욕심을내는 독자였습니다.
출판 축하드리고 이틀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