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도직입적으로,
난 동년 출간된 사신보다 추혈객을 손위로 놓는다. 사신에서 볼 수 있었던 그 지독함은 추혈객의 지독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설봉은 하나의 소재와 수많은 자료를 그만의 무미건조한 문체 속에 꼭꼭 숨겨둔다.
그리고 소재는 글 전반에 넓게 깔리고, 자료는 곳곳에 슬쩍 그 동체를 드러내며 글을 맛깔나게 만든다.
추혈객은 여지껏 보아온 설봉의 작품들과 궤를 달리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 어마어마한 재질, 그리고 치밀함 등은 암천명조로부터 대형설서린까지, 모두 꿰뚫는 그의 주인공상이긴 하나, 추혈객의 주인공 물목과 후안은 단연 독특하다.
천하 모든 영물은 그의 손아귀 안에 있다.
힐굴족의 사내, 지고지순한 하나의 사랑만을 보고 살아가는 사내,
추혈객 사령운.
그러나 작품 전반에 나오는 사령운이란 이름보다 물목이란 이름이 더욱 기억에 남는 그.
천형의 사슬, 사로증.
힐굴족의 여인, 지고지순한 사랑, 천하를 움직이는 재지.
추녀 은예예.
그러나 그녀의 이름은 세상 그 어느것보다도 아름다운 후안이다.
모든 것은 검문을 위한 그의 음모.
그 음모 속에 선대와 현세가 중첩되고, 사로증을 고치기 위해 중원으로 나온 물목과 후안이 휘말린다. 육대주와 비부, 그 사이에 숨막힐 듯 몰아치는 이야기. 그 모든 것이 설봉만의 무미건조한 문체와 어울려 한 편의 꽉 조이는 '명품'을 만들어낸다.
물목과 후안은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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