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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탄암왕, 해보자 이거지?

작성자
Lv.1 인위
작성
04.06.25 12:25
조회
2,108

비탄암왕, 해보자 이거지?

  비탄암왕 표지에 유난히 눈이 가는 것은 거기에 내 친구와 똑같이 생긴 녀석이 암기를 들고

서 있기 때문이다. 이 녀석 출세했다. 그렇다보니 표지의 제목에 자연스레 손가락이 가는데

매끌매끌하니 톡 튀어나온 글자가 싱그러운 느낌을 준다. 깔끔하다.

  그래 여기까진 좋다. 문제는 뒷면이다. 나의 행복감을 향한 도전이다.

뭐 앞뒤로 디자인이 판박이라고 눈 흘기는 게 아니다. 그렇게 쪼잔 하진 않다.

뒷면의 축약 글이 비탄암왕과 내가 암쟁암투를 벌이게 된 계기다.

  뭐 아직 책을 손에 들지 못한 사람을 위해 똑같이 적어 주겠다.

*************************************************************************

당가타에서 태어나 강호무림에 우뚝 선 자.

수많은 고수와의 쟁투 속에 뿌린 피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린 자.

그가 던진 유엽비도는 천하를 갈랐으나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한과 슬픔은 가를 길이 없었다.

당문을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자.

당문의 이름을 천하에 알렸으나

배척받고 조롱받은 불우한 자.

그리하여 평생을 고통과 고독 속에서 산 자.(원츄 세우고~)

아무도 그의 암기 일수유를 피할 수 없었으나

그가 간절히 원하던 애정과 사랑은

번번이 적중되지 못하고 스러져버렸다.

후세 사람들은 그를 위대한 무인이기 이전에

슬픈 사람으로 기억하고 추모한다.

비탄암왕(悲嘆暗王)

그 이름은 당문에서 시작되어

드디어는 그 명성이 하늘에 닿았다.

*************************************************************************

  이 축약글을 읽으면 한마디로 멋있다. 멋있게 쓴다고 썼다. 딱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소설 같은 파란만장한 슬픈 인생을 살아온 녀석이로구나. 징하다. 징해.”

자칫 몰입하면 눈물 뚝뚝 흘리며 부둥켜안게 된다.

  그런데 이게 주인공 이야기니 문제다.

슬프면 품격이 좀 높아지는 듯 보이는 게 인지상정. 어느덧 나의 심상에 슬프고 애절한 곡조가

쿵다다닥 소리를 내기 시작했는데, 온통 암울하니 숨이 막힌다.

  저 축약 글은 소설 외각 스토리를 일목요연 짚어준다.

첫째, 배척받고 조롱받은 불우한 자.

  뭘 해도 오해를 사고 뭘 해도 조롱받을 거란 걸 미리 알려준다. 아무리 잘나가는 듯 보여

도 곧 동전 뒤집듯 추락할 것이 분명하다.

뭐 그 정도는 괜찮다. 문제는 다음이다.

둘째, 그리하여 평생을 고통과 고독 속에서 산 자.

   이 한마디로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자는 죽게 된다는 것이 확정됐다. 죽지 않는다 할지

라도 잘해야 남의 여자다.

동시에, 평생을 고통 받는 다는 문장을 눈이 있어 읽는다면, 엔딩이 얼마나 다정한 것일지

여러분도 행복에 겨워 부들부들 떨게 될 것이다.

  좋다. 모자란 지 쐐기까지 박는다.

“그가 간절히 원하던 애정과 사랑은 번번이 적중되지 못하고 스러져버렸다.”

  이거 큰일이다. 소설 읽으며 한 순간 한 순간 두려워하게 생겼다. 주인공이 잘나가도 뒤이

어 찾아올 나락을 두려워할 것이고, 사랑이 잘 진행되는 듯싶어도 곧 이어질 파행에 숨 막

히지 않을 수 없다.

  천하제일? 필요 없다. 현대에 사는 우리들은 돈과 명성이 부질없다는 것을 잘 알....

아니 이건 제쳐두자. 말이 헛 나왔다.

  천하제일? 필요 없다. 웰빙바람과 함께 현대에 사는 우리들은 개인의 행복이 무림제패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잘 안다.

  흥! 이건 독자로서의 월권을 행사하려는 게 아니다. 개인적으로 슬픔을 사랑한다. 눈물의

정화를 이해한다. 하지만 떡하니 암울한 미래를 확정해 드러낸 것은 무슨 무서운 일이란

말인가!

  뒤의 축약 글이 없다면 주인공의 미래에 대한 큰 기대를 끊임없이 품었을 것이다.

비록 슬픔과 절망의 소용돌이에 눈물방울을 떨구더라도 그 격차만큼의 아름다움을 찬양했

을 것이다.

  하지만 그 설마에 쐐기를 박으니 그 모든 게 무슨 소용이랴!

이제 내가 바라볼 수 있는 주인공의 미래는 오직 천하제일을 향한 길밖엔 남지 않았다.

희망적인 것은 그 하나뿐이다.

  그런데 그것마저도 위험한 것이,

‘당문의 이름을 천하에 알렸으나 배척받고 조롱받은 불우한 자’의 문맥상 의미는,

많은 활약을 보이며 절정 고수가 되어가는 과정에도 많은 오해로 배척과 조롱을 감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힘이 약해도 주위의 찬양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

만 힘이 강하더라도 배척을 받으면 고독할 따름이다.

  뭐 좋다. 소설이 축약 글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천마 묵비영 때 배웠다.

비탄암왕 1,2 권을 직접 읽어보니 뒤편 축약 글에도 거짓이 있더라.

첫째. 수많은 고수와의 쟁투 속에 뿌린 피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릴 수는 없다.

(쪼잔한 지적이라도 참아라. 거짓은 거짓이다.)

둘째. 그의 암기 일수유는 아무도 피할 수 없었다고 하지만 이미 다들 피하더라.

(아마 소설 마지막 절정에서 숙적과 싸울 때서야 ‘아무도’ 못 피한다는 게 옳아지겠지)

셋째. 당문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건 아니더라.

당문 이전에 자신의 일신에 마음을 두기 시작했다. 그것은 당익화도, 그리고 그를 옆에서

지켜본 당세종도 마찬가지다.

뭐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강호 동도들은 한숨을 쉬겠다. 하지만 어쨌든 위안은 되잖은가.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여러분. 걱정할 필요 없다.

1, 2권을 직접 읽어 본 내가 단언하건데, 숱한 불안을 안고 그렇게 읽어간 비탄암왕은 의외

로 유쾌하고 나락 또한 작았다. 3권에선 어떤 비수를 내 가슴에 찌를 지 이미 짐작은 가지

만 단언할 순 없다.

  여기까지가 감상이다. -_-; 엉뚱한 길로 샌 것 같아도, 이게 소설을 읽으며 끊임없이 머리

를 떠나지 않았던 생각들이다. 동감하고 끄덕일 분도 있겠지만 오히려 공감은 커녕 눈살

찌푸릴 분도 있으리라.(정말?)

  되었다. 작가가 어련히 알아서 할 것이다. 겨우 축약 글 가지고 딴지 걸은 죄로 소문은 많이

퍼트리겠다. 재미있는 작품이니 꼭 보자.

  내가 괜히 이 글에서 '좋다'를 여섯 번이나 반복했겠는가?

비록 비탄암왕을 깨끗이 보여주는 상쾌한 글을 적으려 하였던 소망은 간데 없지만

그래도 추천은 한다.


Comment ' 7

  • 작성자
    돈오공
    작성일
    04.06.25 12:48
    No. 1

    인위인위님. 대단하십니다. 검색을 해보니 6월 22일 부터 오늘까지 나흘 동안 8개의 감상글에 10권이 넘는 독서량... 그것도 모두 다른 책들이라니...

    도대체 잠은 언제자고 밥은 언제 드시는지.. 책도 책이지만 감상글을 적자면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터인 데...

    혹시!...................................................................
    백수 아니세요?
    (-퍽!;;; 이크! 튀자=3=3=3=3=3=3=3)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인위
    작성일
    04.06.25 12:55
    No. 2

    흑 곧 외국에 배낭여행 떠나면 기념품이라도 보내드리려 했건만...
    흑흑... 그래 백수라서 안심되오?
    PC방 편의점 알바 뛰다 일거리가 없어 놀고있는 처지에 대못을 박는구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벽모의 묘
    작성일
    04.06.25 12:56
    No. 3

    저도 비탄암왕 재밌게 봤습니다. 굳이 옥의 티을 지적하자면 '애먼'이라는 단어의 쓰임 정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돈오공
    작성일
    04.06.25 13:02
    No. 4

    인위인위니~임.
    알면서. *^_^*
    윗 글은 다 잊으시고 기념품.....
    초심을 잃지 마세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53 비적최루탄
    작성일
    04.06.25 20:35
    No. 5

    비탄암왕은 속독보다는 만독을 권합니다.
    인위인위님의 의견에 올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야옹
    작성일
    04.06.26 00:53
    No. 6

    특이한 감상..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1 그해겨울2
    작성일
    04.06.26 01:47
    No. 7

    보표무적 빌려볼려고 목빠지게 찾다가 대타로 집어들었던게 미안할 만한 작품.
    비적최루탄님 말씀처럼 천천히 아껴가며 읽게되는 책.
    개인적으로 지존록, 쟁선계, 보표무적과 함께 소장본이 될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제발 좀 빨리빨리 나와주기를.
    애간장 태우지 말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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