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탄"이후 오랜 기다림 끝에 그 모습을 드러낸 장경님의 "성라대연"
다양한 평가와 반응 속에 대체로 수작이라는 평이 지배적인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을 먼저 피력하자면, '성라대연"이 특히 상업적으로 얼마나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작품성과 재미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은 개인적으로 장경님의 "울트라캡숑" 팬임을 떠나서도, 아쉽습니다. 아쉽고요?
이번 장경님의 "성라대연"은 과거 작품들에서 보여준 비슷한 줄기를 이루면서도 몇몇 새로운 글쓰기 방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장경님의 과거 일련의 작품에서 주인공을 비롯해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삶의 애환과 서글픔을 가슴속에 품고 있습니다. "한"이라기보다 그냥 말로, 글로 형용하기 힘든 아릿한 아픔 같은 것 바로 애잔함 말입니다. "성라대연"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인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악한들도 더 이상 악한일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무협의 가장 큰 기본구도인 선악의 대결구도가 그의 작품에서는 희미해지고 맙니다. 혹자는 갈등구조가 없어 몰입도가 떨어진다고 평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주인공 역시 글 전체를 이끌기 보다 부분 속에서 묻혀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 부문이 "성라대연"의 가장 뛰어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국창작무협에서 드문 전개방식이기도 합니다.
물론 주변인물들에 대해 지나치다 싶은 배려 탓에 주인공의 비중이 너무 작지 않나? 하는 평이 나올 수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성라대연"의 전반부 4권까지에서 대부분의 독자들이 지적한 부문도 "주인공 소호의 비중이 너무 작아 몰입도가 떨어진다"라는 것이었는데 아마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가 됩니다.
이 부문에 대해서, 주인공이 글 전체를 이끌어가지 않고 부분적으로 이끌어 가는 전개방식에 긍정적인 독자도 있고, 부정적인 독자들도 있습니다.
저는 물론 긍정적인 입장입니다. 이유를 들자면, 주인공위주의 단편적인 구성보다 복잡하고 읽기가 쉽지는 않지만 인물들이 살아있는, 사람냄새가 좀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많은 독자들이 그러한 전개방식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일례로, 장경님이 지금 "고무림"에 연재하고 있는 "황금인형"도 그러한 지적이 있어 왔고, 꼭 그 이유가 아닐지라도 "황금인형"의 수정본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글의 전개방식은 전적으로 작가의 몫이므로 더 이상 언급하는 것은 작가에 대한 실례가 될 것 같아 이쯤에서 그치겠습니다. 하지만 "성라대연"의 전개방식이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들고, 뛰어 났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성라대연"을 읽으면서 가장 이질적이었지만, 또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은 바로 문체였습니다.
조사를 가급적 생략한 간결한 문체가 그것이었는데, 처음에는 어색한 감이 없지 않았는데 갈수록 문장이 매끈하게 살아나더군요. 시어에서나 볼 수 있는 운문체라고 하면 너무 과장일까요?
또 주어와 서술어가 도치된 듯한 몇몇 구절도 글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 줍니다.
무엇보다도 글 중간 중간 삽입된 노래들이 인상적입니다. 등장인물들의 삶의 애환을 가장 적절하게 보여주는 장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굳이 흠을 찾자면, 클라이맥스가 조금 약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천밀원" "수진환" "아민"의 결론이 폭풍우로 치닫기보다는 유유히 흘러갔다 고나 할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책 내용과는 상관없는 책의 출판 간격입니다. 물론 출판사 나름의 이유와 사정이 있었겠지만 출판 간격이 긴 나머지 내용의 흐름이 단절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성라대연"은 탄탄한 구성, 치밀한 인물묘사 그리고 작가특유의 개성적인 문체가 살아있는 수작임이 분명합니다.
아쉬움 속에 8권째를 덮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는 실망이다!"라고 조잘되는 검명의 모습입니다. 아마도 지금까지 장경님의 작품속 인물들 중 가장 사랑 받는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자신 있게 점쳐 봅니다.
엄등, 이장무의 등장은 "황금인형"에 대한 보너스라 생각합니다. 물론 장경님의 한결같은 말씀대로 "성라대연" "황금인형"은 별개의 이야기임이 분명하지만, 저는 자신 있게 이렇게 권하고 싶군요.
"황금인형"을 2배 아니 10배이상 재미있게 읽으려면 꼭 미리 "성라대연"을 읽으라고 말입니다.
어줍잖은 작문실력으로 두서없는 글을 용감하게 몇 자 적어봤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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