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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합시다

작성자
Lv.99 만리독행
작성
23.07.30 14:28
조회
159

 1992년 4월에 저는 운전면허증을 교부받았습니다. 기분이 째지더군요. 이 기분으로 아버지의 봉고차를 몰고 이웃 도시인 경남 진주시로 운전했죠. 저는 하동읍에서 중학교까지 다녔고, 진주시에서 고등학교와 전문대를 나왔습니다. 그래서 진주시의 지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압니다. 하동읍을 제외하고는 지리를 가장 잘 아는 도시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겁도 없이 (도로연수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진주시로 들어간 겁니다. 


그런데 시내주행을 하면서 많이 당황했습니다. 평상시에 다른 사람의 차에 탔을 때 보던 것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승용차의 운전석에서는 운전자가 전후좌우를 살펴야 합니다. 목적지로 가는 도로, 교통표지판, 신호등, 옆에서 끼어드는 차, 뒤에서 오는 차, 지나가는 행인까지 살펴야 하죠. 하지만 운전자 옆의 조수석에서는 빌딩, 행인, 간판, 경치 등을 보게 됩니다. 조수석에 탄 사람은 뒤에서 오는 차를 볼 수 없고, 딱히 어느 방향을 주시해야 하는 강제도 없습니다.  


이 순간 저는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운전자가 보는 세상과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보는 세상이 이렇게 다르구나. 세상은 한 가지이지만, 운전자와 조수석에 앉은 사람은 서로 다른 것을 보게 되는구나. 세상에서 가장 가까이 앉은 두 사람인데도 서로 보이는 게 다르다면, 더 멀리에 있는 사람은 더 다른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이렇게 수십 년 동안 세상이 서로 다른 모습을 보면서 살게 된다면, 생각이 서로 달라지는 것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다. 세상은 하나이지만, 사람은 위치, 각도, 시간에 따라서 서로 다른 모습을 보면서 수십 년 동안 살게 된다. 내가 본 세상의 모습만이 참/옳음이라고 확신하면 안 되겠구나. 그건 단지 내가 살면서 본 세상의 모습에서 생겨난 것일 뿐이지, 다른 모습을 보면서 살아온 사람들은 얼마든지 다른 것을 참/옳음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다른 사람의 생각도 존중해야 되겠구나. 내가 그 사람의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해서는 안 되겠구나.’


이 날 이후 저는 다른 사람의 생각에 대해서 관용하는 태도를 갖게 되었습니다. 내가 가진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서로 대화를 해서 이견을 주고받을 때도, ’내 생각으로는 이렇다‘라는 정도에 그쳐야지, ‘내 생각만이 옳고, 그러니 내 생각을 받아들여라’라고 강요하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이 날 이후로 저는 제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기는 하지만,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데에까지는 가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강요로 비칠 수도 있지만, 제 본심에 강요는 전혀 없다는 말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사회 과목에서 배운 자유와 평등과 다양성을 연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3가지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어 있습니다. 자유를 잃은 노예는 존엄성이 없습니다. 평등을 잃은 인간 역시 존엄성을 일부분 부정당하는 것입니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생각의 자유, 말의 자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할 수 없게 됩니다. 운전을 처음 한 날 제가 깨달은 것은 바로 이 다양성에 대한 것이었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우리는 다양한 사안에 대해서 찬성이나 반대를 하면서 각자의 의견을 글로 쓰게 됩니다. 이 주장에는 다들 나름대로 근거가 있습니다. 물론 일부의 주장은 가짜 지식, 가짜 뉴스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와중에 팩트가 뭐냐를 따지게 되기도 합니다. 판단의 근거가 되는 요소에 대해서 사람들은 서로 다른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우리가 상점에서 무언가를 살 때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게 가격일 수도 있고, 디자인일 수도 있고, AS일 수도 있고, 평가일 수도 있듯이 말입니다. 


저는 정치를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여름휴가를 산으로 갈 것인지, 바다로 갈 것인지, 방콕을 할 것인지, 해외로 갈 것인지 선택하는 것과 같습니다. 여기에는 옳고 그름, 참과 거짓, 아름다움과 추함이 없죠. 그냥 선택과 결과만 있을 뿐입니다. 선택을 하기 전에는 이것저것 잘 따져 보고, 선택을 한 후에는 결과를 고스란히 몸으로 감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은 어리석은 선택을 하여 나쁜 결과를 몸으로 감당하게 되기도 할 것이고, 가끔은 현명한 선택을 하여 좋은 결과를 온 몸으로 느낄 수도 있게 될 겁니다. 


저는 제 존엄성을 남이 침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저도 다른 사람의 존엄성을 침해하지 않겠습니다. 서로 의견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제일 좋을 듯합니다. 팩트에 대한 논쟁은 조사를 함으로써 끝내는 것이 제일 좋을 것이고요. 가끔 가다 보면, 욕으로 이기려고 드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이런 사람을 욕으로 이길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욕을 들으면 당연히 화가 나지만, 욕으로 응수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자’는 것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내 의견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이죠. 그래야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가 있으니까요. 


혹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자’는 말을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라’로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면, 그건 정말 오해입니다. 여름휴가를 ‘산으로 가자’는 사람은 ‘바다로 가자’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Comment ' 3

  • 작성자
    Lv.37 소설핑
    작성일
    23.07.30 22:45
    No. 1

    정치는 선택사항이죠. 근데, 뭐든지 골수분자들이 문제가 되죠.
    일반적인 지지자들은 대부분 중도성향에 가까운 지지자들은데 보수든 진보든 광신도들이 존재하고 정치권들도 그걸 이용하고 그게 문제인 것 같아요.
    역대 중도층이 최고치를 찍었잖아요. 저도 중도층인데 진보든 보수든 서로 잘한 것이 분명히 존재할 때가 있고 잘못한게 존재할 때가 있잖아요.
    어쩔 때 진보가 잘해서 진보칭찬하면 빨갱이라하고
    어쩔 때 보수가 잘해서 보수칭찬하면 태극기라합니다.
    이런 흑백논리 좀 없어졌으면 좋겠네요.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9 만리독행
    작성일
    23.07.30 23:50
    No. 2

    정치는 선택의 문제라는 개념을 탑재해야 풀릴 문제일 것 같습니다.
    여름휴가를 산으로 가든 바다로 가든 방콕하든 해외로 가든 단지 선택일 뿐이죠.
    예를 들어 북핵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대화로 풀 수도 있고, 압박과 봉쇄로 풀 수도 있습니다.
    결과를 보면 둘 다 북핵문제를 푸는 데에 실패했지만 말입니다.
    자신의 선택만이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상대방의 선의를 악의로 해석해 버리면 상대가 악으로 보이게 됩니다... ㅠ ㅠ

    이런 거 저런 거 따지기 싫어하는 중도층도 많이 있고,
    이 중도층의 표가 선거 결과를 결정하고 있죠.
    그래서 중도층의 마음을 잡으려고 각 진영에서 노력하는데,
    좋은 정책과 좋은 성과로 경쟁하는 것도 있고,
    상대편의 불법이나 과오를 집요하게 비난하는 식으로 경쟁하는 것도 있죠.
    선거 전략상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일입니다....
    (콘크리트 지지층은 애초에 표가 바뀌는 일이 없습니다...)

    어느 진영이든 성급하게 비난하고 몰려 다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대화하기가 제일 어렵습니다.
    팩트를 들이대도 부정해 버리는 식으로 믿음이 강한 사람들이거든요...
    말로 해서 못 이기면 라벨링으로 억지로 이기려고 들지요.
    종북이다, 좌파다, 빨갱이다, 극우다, 독재다, 차떼기다, ...
    젊었을 때는 열정이 있고 시간이 있어서 이런 논쟁도 할 만했지만,
    나이가 드니까 설득할 열정과 시간이 아깝습니다... 그 시간에 차라리 판타지를 읽지요.

    찬성: 1 | 반대: 6

  • 작성자
    Lv.99 sunwh196..
    작성일
    23.07.31 05:02
    No. 3

    말은 상대를 존중합시다요 내용은 내말이 맞다 주구장창 외침

    찬성: 7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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