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게 교통신호 위반 차량입니다. 한 마디로 신호를 무시하고 지 꼴리는 대로 운전을 하는 차량이죠. 그러다 보니, 신호등만 보고 횡단보도를 건너갔다가는 차에 치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차량이 멈추었는지 확인을 한 다음에 횡단보도를 건너가야 합니다. 어린이들이 이런 확인을 잘 안 하다가 사고가 일어나곤 합니다.... ㅠ ㅠ
교통신호 위반만 사고를 유발하는 건 아닙니다. 차선 위반도 사고를 유발하고, 우회전이나 무리한 차로 진입도 사고를 유발합니다. 무단횡단하는 사람도 자주 나타나고, 과속하는 차량도 많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다 교통사고의 원인이 됩니다.
1992년 방위병으로 군부대에 출퇴근하던 시절에 부대에서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연대에 들어가서 부식을 수령하려던 차량이었는데요, 시골길에 정차한 시내버스를 추월하려고 했습니다. 승객은 버스 앞으로 돌아나와서 바로 도로를 건너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마음이 급했는지 좌우를 살피지 않고 서두르다가 치었던 것입니다. 피해자는 중상이었고, 운전하던 현역 상병은 영창 갔습니다. 부대 분위기는 개판이 되었죠.
저는 도로를 걷거나 운전하면 다른 모든 운전자들이 신호를 위반하고 차선을 위반할 거라고 잠정적으로 가정합니다. 누가 규칙대로 운전할지, 누가 규칙을 위반하고 운전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한 마디로 모든 운전자들을 미친 운전자라고 가정하는 것이죠. 그래서 ‘저 차량이 나를 피해야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저 차량을 피해야 한다’라는 방어운전을 합니다. 또 ‘저 사람이 나를 피해야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저 사람을 피해야 한다’라는 방어운전을 합니다.
요 며칠 동안 비가 많이 와서 50명 정도의 사망자/실종자가 생겼습니다. 느닷없이 일어난 산사태처럼 불가항력적인 사고도 있었을 것이고, 피할 기회가 있었지만 피하지 못한 사고도 있었을 겁니다. 약간의 노력만 들이면 피할 수 있었던 사고는 사람을 미치게 만듭니다. 오송 지하차도의 경우는 신고자는 접수한 경찰이 정상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복잡한 시스템은 몇 단계를 거치는 동안에 중간 단계에서 차질이 생길 수 있지요. 만약 신고자가 경찰에 의해서 교통통제가 이뤄질 때까지 지하차도 부근에서 기다렸더라면, 이 사고는 피할 수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신고자도 자신의 일을 해야 하므로, 기다리지 않았을 겁니다.
오늘 길을 걷다가 문득 방어운전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방어안전이라는 말을 생각해 냈습니다. 글자 한 자만 바뀌었으니, 어감이 비슷합니다.
방어안전의 개념은 간단합니다.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곳을 미리 점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이걸 24시간 체크하고 있어야 합니다. 정직원이 아니라, 일당 알바를 써도 됩니다. 지도와 메모 기능을 갖추면 좀 더 쉽게 파악이 될 것 같습니다. 나중에 정부가 AI를 만들면, 사람 대신에 AI가 이 일을 맡아도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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