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타고 다니던 시절에서 100년 쯤 지나다보니까,
말의 속도나 이동거리를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말타고 두 달 걸리는 거리,
말타고 다섯달 걸리는 거리,
이렇게 표현하는 글이 종종 보이는데...
그런 표현을 쓸 거면 말의 평균적인 속도와 이동거리 정도는 조사하고 썼으면 좋겠습니다.
대체 무슨 세계관이 그 모양인지...
말의 속도는 평보, 속보, 구보, 습보로 나눠지는데요,
평보는 그냥 산책하듯이 걷는 속도로 시속 6.6.킬로미터
속보는 좀 빨리 걷는 속도로 시속 13.2킬로미터 (트로트의 트롯입니다)
구보는 말 타고 달리는 속도로 시속 19.2킬로미터
습보는 말이 전력질주 하는 속도로 시속 60킬로미터까지 가능합니다.
습보는 말 그대로 전력질주라서,
경주나 전투에서 기마돌격할 때가 아니면 그리 달릴 일이 없고,
오래 달리지도 못합니다.
일반적으로 말을 탈 때 속보와 구보를 병행하며,
중간중간 휴식하고 밤에 잠을 재우며 하루 8~9시간씩 이동합니다.
(어느 나라나 역참은 평균 20킬로미터 거리로 설치하는데,
이는 중간에 휴식시간을 주지 않고 구보(시속 20킬로)로 계속 이동하기 위함입니다)
말 한 마리로 여행한다 칠 때,
속보와 구보를 반복하고, 휴식과 수면을 반복해서,
하루 평균 120~150킬로미터를 이동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말타고 3일이 걸린다고 하죠.
역참에서 말을 갈아타며 달리는 파발마는 만 하루만에 서울 - 부산을 이동하기도 합니다. 하루 꼬박 달린 전령은 곧장 기절하겠지만...)
이 단순한 계산을 보면,
말 타고 두 달 걸리는 거리 = 60일 x 120km or 150km = 7200~9000킬로미터입니다.
서울에서 말타고 이스탄불 갈 거리입니다.
중세시대로 보자면,
고려시대 개성 김 씨가 동로마 제국 이스탄불 하짐 댁으로 놀라가는 거리입니다.
(서울 > 이스탄불 직선거리 7900킬로미터)
상식적으로 말 타고 두달 걸리는 거리면,
그냥 별개 세계입니다.
근대 이전이라면 말 타고 두 달 거리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살아갔습니다.
심지어 말 타고 다섯 달 달려야 바다가 보이는 판타지 대륙도 있더군요.
도대체... 바다란 존재를 어떻게 알아낸 건지 궁금합니다.
지구 반대편에 바다가 있는 셈인데...
학사신공처럼 원래 그런 세계관인가, 하고 봐도,
그건 아닌 거 같더군요.
작가님이 아무 생각 없이 그리 표현한 것 같은데...
판타지라고 우습게 보지 말고,
글을 쓸 때는 최소한의 조사를 하고 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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