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의 KCC에는 안드레 에밋(사진) 등 공을 오래가져가면서 리듬을 찾아가는 선수들이 많다. |
ⓒ 전주 KCC 이지스 |
프로농구 전주 KCC 이지스는 다음 시즌 성적이 가장 궁금한 팀 중 하나다. 이름값 있는 멤버만 놓고 봤을 때는 충분히 우승후보로 꼽을 수 있겠으나 이른바 밸런스 적인 측면에서 불안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우승권 경쟁, 6강 탈락 양쪽의 그림이 모두 그려진다고 할 수 있다.
선수면면만 놓고 보면 KCC는 단연 호화라인업이다. 송교창(21·201cm)이 국가대표급 포워드로 성장한 가운데 지난 시즌 부상으로 거의 활약을 하지 못한 전태풍(37·178cm), 하승진(32·221cm)이 돌아왔다. 거기에 비시즌간 리그 최고의 토종공격수로 꼽히는 이정현(30·191cm)을 FA 역사상 최대 금액인 9억 2000만 원에 영입했다.
외국인 선수 구성 또한 지난 시즌에 비해 더욱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드레 에밋(35·191cm)은 부상만 없다면 여전히 득점왕을 노릴만한 특급 용병이다. 거기에 과거 우승의 영광을 함께했던 에릭 도슨(33·200.8cm)을 다시 불러들였다. 도슨이 어느 정도 해줄지는 모를 일이나 리카르도 포웰, 리오 라이온스 등 시너지 효과가 적었던 선수들과 비교해 조합적인 측면에서 한결 나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경상(27·180cm), 김민구(26·191cm), 김지후(26·187cm), 박세진(24·201.5cm), 주태수(35·200cm), 송창용(30·192㎝), 신명호(34·183cm), 이현민(34·173cm), 최승욱(23·192cm) 등 각 포지션별로 가동 인원 역시 풍부하다. 적어도 보이는 전력만 정상가동 될 수 있어도 어떤 팀과도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번 포지션 큰 의미 있을까?
농구에서 1번 포인트가드가 팀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5명이 호흡을 맞춰서 플레이해야하는 특성상 이를 진두지휘하는 1번의 역량에 따라 팀의 위력이 달라질 수 있다. 이를 입증하듯 기아(현 모비스) 강동희, KCC 이상민, 동양(현 오리온) 김승현, 모비스 양동근 등 역대 우승팀에는 대부분 걸출한 1번이 함께했다. 이는 NBA(미 프로농구) 역시 다를바 없었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팀 색깔에 따라 1번의 비중이 적은 팀이 간혹 있는데 그럴 경우 구태여 1번이 본래의 역할을 하지 않아도 조직적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대표적 케이스가 2번의 3연패에 빛나는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왕조다.
과거 불스 왕조시절에는 전통적 1번이 함께 하지 않았다. 1번 쪽에 빅네임도 없었거니와 마이클 조던, 스코티 피펜으로 이어지는 2~3번 라인에서 기본적 리딩을 워낙 잘해줬다. 거기에 '트라이앵글 오펜스'로 인해 구태여 1번의 리딩이 크게 필요치 않았다.
물론 특급 포인트 가드가 있었다면 어느 정도 비중은 가져갔을 것이다. 하지만 설사 존 스탁턴 같은 빼어난 1번이 함께 했다 해도 기존 팀 전력에 끼치는 시너지효과는 크지 않았을 것이다는 평가다. 이미 불스는 1번의 리딩이 크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완성된 팀이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불스의 1번은 슈터 스타일 존 팩슨, 스티브 커 혹은 수비에 강점이 있는 론 하퍼 등 정통파 포인트 가드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선수들이 맡는 경우가 많았다. 어차피 리딩은 팀 전체적으로 잘 돌아가니까 1번은 팀이 자신에게 맡긴 역할만 충실히 하면 됐다. 말이 포인트가드지 2-3-4번을 서포터 하는 역할이었다.
KCC 역시 이같은 불스의 시스템을 참고할만하다. 경기 내내 그러한 패턴을 고수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상황에 맞춰 변형 라인업의 한축으로 끌고 갈만 하다는 의견도 많다.
모 포탈사이트 KCC 공식팬카페 운영자 전필주씨는 "에밋의 존재로 인해 1번의 비중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공을 많이 잡는 스타일인 이정현까지 합류한 이상 키 작고 수비 약한 포인트가드가 꼭 함께 할 필요는 없어졌다"며 "이정현이 최근 들어 리딩과 공격조립에서도 좋은 능력을 선보였던지라 수비와 전체적 신장을 고려한 라인업도 고려할만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KCC는 이른바 볼 소유 시간을 오래가져가면서 공격 리듬을 찾는 유형의 선수들이 많다. 에밋은 지나친 개인기 위주 공격으로 인해 '양날의 검'으로 불리고 있으며 이정현, 전태풍 또한 에이스 기질이 넘친다.
이에 대해 추승균 감독은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는 팀플레이에 신경을 많이 쓰겠다고 했지만 오랜 시간 몸에 배인 습관을 단 시간 내에 선수들이 고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포웰, 라이온스도 지명 당시에는 팀플레이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번 라인에 꼭 포인트가드의 리딩이 필요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서 파생된다. 포인트가드가 리딩을 하려면 불가피하게 공을 오래 가져가야 하는데 이럴 경우 선수구성상 볼 배분이 쉽지 않다. 차라리 에밋, 이정현 등이 돌아가면서 리딩과 공격을 하는게 더 나을 수도 있다. KCC 1번을 맡게 될 이현민, 전태풍, 박경상 등이 단신에 수비도 좋지 않다는 부분 역시 이같은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구태여 정통파 1번을 고집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에밋, 이정현 등이 주로 리딩을 하게 된다면 1번 자리는 다른 역할이나 수비에 중점을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불스 왕조 팩슨, 커처럼 김지후가 슈터역할을 할 수도 있고 수비가 좋은 최승욱이 1번에 나서게 된다면 전체 신장이 높아지는 효과도 발휘된다.
물론 KCC는 양적으로 가드가 많은 상황이니만큼 코트에 나서는 선수 구성에 따라 유동적으로 라인업을 움직일 필요는 있다. 이래저래 비시즌이 궁금해지는 KCC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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