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요즘 보이는 소설은 치밀함이 없는 것처럼 보일까요? 제 주관적인 견해일 뿐이지만 최근 작품들을 둘러보면서 안타까움을 자주 느낍니다. 해외 소설이나 국내 고전 정통 소설들을 읽었을 때 느낄 수 있던 플롯의 “치밀함”이 느껴지는 작품을 찾기가 힘드네요.
왜 주인공은 후반부로 갈수록 순탄한 대로를 걷게 되죠? 소설 내용이 뒤로 가면 갈수록 작가가 초점을 잡아둔 인물이 너무 인생을 쉽게 살아갑니다. 마치 계획된 것처럼요.
왜 세상은 이렇게 멍청한 건가요? 여러분이 현실을 사는 당사자로서 느끼는 바가 있을 겁니다. 현실은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 같은 것이잖아요. 그런데 소설의 주인공은 너무 모든 문제를 쉽게 풀어나갑니다. 아니, 세상이 주인공에게 특례를 주는 것 같아요.
주인공이 겪는 위기는 별 것도 아닌 것처럼 한 번에 해결되어버리고, 주인공에게 맞서는 악역은 단 일말의 입체감도 없이 악역으로 남습니다. 심지어 그런 악역이 매우 지능적이고 똑똑하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닙니다. 멍청하고, 어리석고, 자만하죠.
물론 현실에도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고, 그런 악당이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만 흔하지 않잖습니까? 우리 한 번 우리 인생을 되돌아봅시다. 인생에 있어서 고난과 역경이 술술 풀리던가요? 우리 인생에 방해가 되는 악역이 항상 멍청했나요?
왜 모든 소재가 한 이야기 안에서 나오지를 못하나요? 티끌 하나도 수만가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소재입니다. 심지어 짧은 글에서 끝날 수도 있고,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책 한 권을 써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한 소재를 그저 한 이야기에서 다루고 끝내버리는 경향이 강하더군요. 왠지 이야기 안에서 “이번에 이걸 썼으니 다음에는 다른 걸 써야지”라며 바로 버리는 것 같습니다. 질릴까봐요? 네, 하나를 오랫동안 많이 쓰면 질릴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뽑아낼 것은 다 뽑아내고 버려야죠. 이건 마치 겉만 핥아버리고 먹었다고 하는 것이랑 다를 게 없습니다.
본인도 글을 쓰는 작가이지만 또한 한 사람의 독자로서 주절거려 봅니다. 만약 제가 언급한 것들이 잘 짜여진 작품이 있다면 조심스럽다만 추천도 부탁드려요. 정말 보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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