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코 ‘크로캅’ 필리포비치(42·크로아티아)가 돌아온다.
29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서 열리는 ‘라이진 FF’ 연말 이벤트 무제한급 토너먼트 8강전이 그 무대다. 크로캅이 상대할 무하메드 ´킹모´ 라왈(35·미국)은 우수한 레슬링 실력과 흑인 특유의 탄력이 돋보이는 비UFC권 최강자 중 하나다.
크로캅은 ‘도끼살인마’ 반더레이 실바(40·브라질)와 일합을 겨룰 예정이었지만, 실바가 대회를 2주 앞두고 몸 상태를 이유로 출전을 포기하면서 무산됐다. 라이진 측은 부랴부랴 대체선수를 찾아 나섰고, ‘벨라토르 169’에서 이시이 사토시(30·일본)를 제압한 킹모를 낙점했다.
킹모는 크로캅에게 난적이다. 전성기 운동능력과 스피드를 대부분 상실한 크로캅에게 어렵지 않은 현역 강호가 없을 수 없지만, 타격가 특성상 힘과 기술을 겸비한 레슬러는 더욱 까다롭다.
킹모는 그저 그런 레슬러가 아니다. 대학부 상위랭커였을뿐 아니라 미국 국가대표로서도 맹활약했다. 레슬링 압박이 상당해 과감하게 펀치도 꽂을 수 있다. 그 영향으로 20승 가운데 13승을 넉아웃으로 따냈다. 정교한 그라운드 테크닉은 떨어져 아직 서브미션 승리는 없다.
레슬링과 펀치를 앞세워 거칠게 상대를 압박하는 터프가이 유형의 파이터다. 막강 화력을 자랑하던 시절의 크로캅이라면 킹모도 덤벼들기 쉽지 않지만, 현재의 크로캅에게는 알고도 막기 어려운 킥을 시도할 수 있다. 저돌적인 공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표도르와 세기의 대결을 펼치던 전성기의 크로캅 공격은 단타와 왼쪽 일색이었지만, 워낙 빠르고 타이밍이 뛰어나 대부분의 상대들은 패턴을 알면서도 방어하지 못했다. 하지만 운동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면서 장점은 사라지고 단점만 남아 무기력한 패배가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스피드가 떨어지다 보니 주특기 레프트 스트레이트는 상대 가드에 걸리거나 라이트 위험에 노출돼 펀치는 물론 킥조차 봉인되는 악순환에 시달렸다. 타격은 물론 태클 방어에도 효과적이었던 스텝의 경쾌함도 잃었다. 고집스럽게 하나의 패턴만 구사, 상대를 긴장시킬 만한 다른 무기도 보이지 않았다.
자각한 크로캅은 선수생활 말년 들어 파이팅 스타일에 변화를 줬다.
더 이상 무서운 스피드와 현란한 스텝으로 상대를 유린하는 사냥꾼은 될 수 없었지만, 그동안 쌓아온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노련한 ‘더티복싱’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최상급 타격가 출신답게 좋은 타이밍에서 꽂아 넣는 타격에 일가견이 있어 원거리보다는 근거리에서 상대를 공략하기 더 편했다.
빠르고 날렵한 타격가들이 주를 이루는 무대인 K-1에서 이러한 스타일이 잘 통했고, MMA 무대로까지 패턴변화가 이어졌다. 예전처럼 멀리 떨어져 피하고 때리는 것이 아닌 최대한 바짝 붙어서 짧고 정확한 타격을 자주 시도했다. 가깝다보니 회피하거나 흘리기에도 용이했고, 카운터에 노출될 확률도 낮아졌다.
‘더티복싱’을 원활하게 구사하기 위해 크로캅은 몸을 더 불렸다. 체격적으로 더 커야만 제대로 근거리에서 힘을 쓸 수 있기 때문. 그러한 과정에서 클린치 능력은 물론 그래플링도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정상급 그래플러를 상대로는 여전히 어렵지만 웬만한 상대와의 공방전이 가능하다.
가브리엘 ‘나파오’ 곤자가(37·브라질)와의 UFC 2차전에서 쉼 없는 그라운드 압박을 견딘 크로캅은 오히려 상위포지션에서 팔꿈치 공격으로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아이언 젠틀맨’ 명현만(31·압구정짐) 앞에서는 그래플러로 빙의해 한 수 가르쳤다.
물론 크로캅의 그라운드가 아무리 발전했다고 해도 킹모와의 그래플링 싸움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위험한 순간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수준의 능력은 갖춰 주도권을 빼앗기더라도 역전승을 기대할 수 있다.
상위권 강자들과의 승부는 아니었지만 크로캅은 2014년부터 4연승을 이어오고 있다. 여기에 킹모라는 거물이 추가된다면 연승의 가치는 더욱 빛날 수 있다. 노장 투혼을 불사르는 살아 있는 전설의 크로캅이 어디까지 나아갈지 주목된다.
문피아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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