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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
16.10.26 18:35
조회
970
전태풍.jpg  KCC 노장 공격형 가드 전태풍은 제대로만 활용하면 여전히 무서운 옵션이 될 수있다.
ⓒ 전주 KCC


현재의 프로농구 전주 KCC는 안드레 에밋(34·191cm)의 팀이다. 에밋이 펄펄날면 팀 전체적인 경기력도 올라가고 그렇지않은 경우에는 함께 다운된다. 그만큼 에밋의 존재감이 엄청나다고 할 수도 있지만 KCC입장에서는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팀플레이는 줄어들고 다른 선수들 역시 컨디션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에밋은 마이클 조던이나 앨런 아이버슨이 아니다. 더블팀을 몰고 다니는 국내 최고의 득점머신 중 한명이지만 한계도 분명 존재하는 단신 외국인선수다. 조던이나 아이버슨도 자신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적절히 팀 동료들과 융화하며 소속팀을 강호로 이끌었다. 실제로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고양 오리온은 에밋을 봉쇄할 다양한 수비 전략을 들고 나왔고 결과적으로 KCC는 최고의 원 패턴이 봉쇄당하면서 자멸하고 말았다.

그런 점에서 올 시즌 KCC의 최대 과제는 에밋 외의 득점루트 활성화다. 에밋이 얼마나 잘하느냐에 상관없이 대놓고 같은 전략을 쓰면 결국은 상대의 수비벽에 막힌다. 다른 제2, 제3의 옵션이 함께할 때 상대의 수비가 분산되며 본래 있던 패턴까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현재로서 KCC가 에밋을 도와줄 수 있는 주된 공격루트는 외곽슛지원이다. 에밋이 상대 수비수들을 달고 다닐 때 빈공간에 위치한 동료들이 외곽슛을 넣어주면 효과는 배가 될 수 있다. 김효범(33·195cm) 혼자 고군분투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김지후(24·187cm), 김민구(25·191cm) 등이 시즌 초부터 합류한지라 제대로 된 양궁부대 구축이 기대된다.

더불어 필요한 것은 에밋이 막힐 때 혹은 쉬고 있을 때 기술적으로 상대수비를 뚫어낼 수 있는 또 하나의 기술자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슈퍼에이스 스테판 커리(28·190.5cm)가 막힐 때 클레이 톰슨(26·201cm)이 대신 에이스 역할을 해주던 것이 대표적 예다.

현재의 KCC에도 그런 선수는 있다. 에밋만큼은 아니지만 놀라운 기술로 여전히 상대수비를 벗겨낼 수 있는 2옵션 테크니션이 존재하는지라 상황에 따라서는 이를 적극 활용 할 필요도 있다는 분석이다. 리그 최고의 공격형 가드중 하나인 전태풍(36·178cm)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노장이지만 사용에 따라서는 여전히 날카로운 칼

물론 현재의 전태풍은 예전의 전태풍의 아니다. 적지 않은 나이로 인해 단신용병급으로 불리던 시절의 존재감은 이제 없다.

KCC에서 허재 감독과 함께 할때만 해도 운동능력이 살아있던 때인지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고득점이 가능했다. 양손을 모두 사용해 가랑이 사이로 재빠르게 드리블하는 '킬러 크로스 오버(killer cross over)' 기술까지 능숙하게 구사하는 때의 전태풍은 스피드와 힘을 동시에 갖춰 동 포지션 선수 가운데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특히 플레이오프같은 큰 경기에서는 어지간한 외국인 득점원 이상의 포스를 뿜어냈다. 국내최고 슈팅가드로 불리던 조성민을 락다운 수비로 봉쇄해버리던 양동근이 플레이오프 모드 전태풍 앞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기진맥진했을 정도다.

한창 국내무대에서 이름을 날릴 때도 전태풍은 장단점이 존재했던 1번이다. 패스를 통해 차분하게 게임을 풀어나가는 정통파 스타일이 아닌 유연한 드리블로 돌파를 즐기고 한번 제대로 장전되면 미들, 3점을 가리지않고 마구 폭격을 해대던 공격형 가드다. 경기장에서의 성격 역시 다혈질 기분파적인 요소가 있어 게임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무리하다 스스로 망쳐버리는 경우도 잦았다.

하지만 허감독은 신바람이 나야 제대로 경기를 하는 전태풍에게 프리롤을 줬고 이는 실보다 득이 많았다.

반면 귀화외국인 3년 규정으로 인해 다른 팀으로 갔을 때의 전태풍은 KCC시절만큼 힘을 쓰지 못했다. 나이로 인해 운동능력도 떨어졌지만 무엇보다 감독들이 정해진 틀에 가둬놓으려 했고 이에 적응치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자유인일 때 더욱 강한 전태풍인지라 정해진 역할만 하는 옵션에서는 신바람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친정과도 같은 KCC에 돌아온 전태풍은 마인드적으로 더욱 성숙해져있었다. 본인이 각별하게 애정을 가지고 있는 팀인만큼 KCC가 이길 수 있는 방향으로 자신을 맞추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현재의 전태풍은 팀을 위해 자신의 스타일을 봉인하고 있는 부분도 많다. 현재 에밋 중심으로 돌아가는 팀에서 볼 소유 욕심도 내지 않고 있으며 조력자로서 노력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감독이나 팬들 입장에서는 고마운 상황이다.

하지만 아무리 예전 같지 않아도 전태풍은 전태풍이다. 적지 않은 나이이지만 그의 개인기는 외국인가드를 제외한다면 국내가드 중에서는 여전히 탑급이다. 이는 지난 LG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에밋이 가래톳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경기에서 전태풍은 봉인해놓았던 공격 본능을 뽐냈다.

예전처럼 폭발적인 스피드는 없지만 드리블을 통해 장대숲을 헤치고 다니며 돌파를 통한 득점을 올리는가하면 빈틈을 노린 플루터나 미들슛도 일품이었다. 문제는 체력이었다. 예전같으면 한 경기 내내 무서운 득점력을 뽐내지만 체력이 떨어진 전태풍은 오랫동안 집중하지 못한다. 이날도 초반 힘을 너무 쏟은 탓인지 이후 활약이 미미했다.

LG전을 통해 전태풍은 시간 배정만 잘해준다면 짧은 시간 동안 에밋의 짐을 덜어줄 강력한 옵션임을 입증했다. 어차피 현재의 KCC는 에밋의 볼 소유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은 팀인지라 정통파 가드가 크게 빛을 보지 못한다. 전태풍같은 공격력 좋은 가드가 더 어울리는 팀이다. 에밋이 펄펄 날 때는 빈 공간에서 외곽슛을 통해 지원사격을 해주다가 에밋이 쉬고 있거나 상대 수비에 막힐 때 짧은 시간동안 에이스롤을 이어받아 그 역할을 해주면 KCC의 득점력은 꾸준히 유지될 수 있다.

득점력 외에 전태풍의 또 다른 장점은 볼간수 능력이다. 단순한 신체 조건을 떠나 그가 1번 자리가 어울리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하다. 드리블이 좋은지라 좁은 공간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잘 헤집고 다닐 수 있는데 어지간해서는 공을 빼앗기지 않는다. 때문에 전태풍이 있을 때는 코트를 넘어올 때의 볼 운반 같은 것은 전태풍이 하는게 맞다.

에밋이 지나치게 볼소유 욕심을 낼 때 적당히 조절해주며 팀원들에게 공격을 시킬 수 있는 이도 전태풍 밖에 없다. 거기에 전태풍은 속공전개능력도 좋다. 송교창이 적극적으로 공격은 시도했지만 성공률이 떨어지며 의기소침해하자 날카로운 패스를 통해 오픈찬스를 만들어주며 기를 살려준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평소에는 볼운반, 슈터역할, 속공전개 정도에만 관여하며 체력을 아끼다가 필요한 순간 짧고 굵게 제2의 에이스 역할을 해준다면 전태풍도 살고 KCC도 살 수 있다는 평가다.

더불어 노장 공격형 가드임을 감안했을 때 전태풍의 수비적인 부담도 덜어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몇 시즌 간의 KCC는 지나치게 단신 라인업을 돌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팀내 장신선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해도 투가드, 쓰리가드는 문제가 많다. 과거 강병현처럼 장신가드도 없는 상황인지라 이를 이용한 상대의 미스매치 공략에 맨날 당하고 있다.

최근 두 경기 동안 자주 나타난 전태풍-이현민(33·173cm)의 투가드라인은 그야말로 현대 프로농구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다. 이럴 경우 전태풍은 상대 2~3번급 선수를 막아내야 하는데 미스매치문제를 떠나 체력적으로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공격에 쏟아야 되는 에너지를 실속도 없는 수비에서 다 떨어뜨리는 악재가 되고 만다.

KCC 입장에서는 또 다른 칼 전태풍을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에 대해 고심해볼 필요가 있다.


-문피아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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