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밋이 없는 와중에도 라이온스는 홀로 모비스 용병 2명을 상대하며 KCC를 승리로 이끌었다. |
ⓒ 전주 KCC |
프로농구 전주 KCC가 시즌 3번째 경기 만에 첫승을 신고했다. 26일 울산 동천체육관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와의 맞대결에서 접전 끝에 73-71로 어렵사리 승리를 거뒀다.
초반 2연패에 빠지는 등 올 시즌 KCC의 출발은 썩 좋지 않은 편이다. 무엇보다 팀 내 1, 2옵션 안드레 에밋(34·191cm)과 하승진(31·221cm)이 빠진 빈자리가 크다. 질적 양적으로 선수층이 풍부하지도, 포지션별 밸런스도 좋지 않은 KCC는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큰 팀이다. 그런 상황에서 차포를 모두 떼고 경기를 벌이려니 제대로 공수가 이뤄질 리가 없다.
에밋, 하승진 외에도 KCC는 유달리 부상자가 많은 편이다. 포워드진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노승준(28·196cm), 정민수(28·192cm)는 아직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어렵사리 경기에 나오는 전태풍(36·178cm), 김효범(33·195cm) 또한 몸 상태가 좋지 못하다. 부상자가 워낙 많은지라 어쩔 수 없이 출전은 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컨디션이 아닌지라 경기력이 제대로 나올리 없다.
반면 똑같이 연패에 빠져있으나 모비스는 상대적으로 KCC보다는 사정이 낫다. 팀 내 리더 양동근(35·181㎝)의 부상공백이 아쉽지만 테크니션 빅맨 함지훈(26·200cm)은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토종선수 중 한 명이며 살림꾼 용병 네이트 밀러(29·187cm), 스트래치형 빅맨 찰스 로드(31·200.1cm) 등 용병진 또한 건재하다. 전준범(25·194㎝), 송창용(29·192㎝)의 3번 라인도 안정적이다.
하지만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는 KCC선수들의 투지는 놀라웠다. 기둥 하승진이 빠지고 외국인 선수도 한 명밖에 뛸 수 없었지만 전선수가 똘똘 뭉쳐 만수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모비스를 잡아내는 저력을 보여줬다.
이현민 리딩·주태수 수비·라이온스 에이스 역할, 새얼굴 활약 돋보였다!
이날 KCC에서는 시즌을 앞두고 새로이 합류한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주연급은 아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며 팀 첫 승에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다.
지난 시즌 KCC는 정통파 리딩 가드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 팀 내 핵심 강병현, 장민국을 모두 주고 데려온 고액연봉자 김태술(32·180cm)이 있었지만 사실상 이름값만 높을 뿐 공헌도는 매우 적었다. 연봉을 감안했을 때 실질적으로 마이너스가 맞았다. 공수 모두 평균치를 밑돌았는데 특히 부정확한 슈팅은 오픈찬스에서마저 상대수비가 버릴 만큼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김태술과 트레이드되어온 이현민(33·173cm)은 이름값은 낮지만 공헌도는 훨씬 높은 모습이다. 1번 치고 작은 신장임에도 불구하고 담대하고 노련한 플레이로 팀을 이끌고 오픈찬스에서는 적중률 높은 슈팅으로 상대수비로 하여금 자신을 버릴 수 없게끔 만들고 있다.
에밋, 하승진이 없던 이날 경기에서도 이현민(7득점, 4어시스트, 1스틸)의 활약은 빛났다. 무엇보다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기 힘든 상황에서 안정적 리딩으로 코트에선 5명 모두가 볼을 골고루 만지게 배분했다. 이전 경기에서는 자리를 못 잡고 헤메고 있던 용병 라이온스에게 호통을 쳤을 정도로 리더로서의 자질도 갖추고 있다. 포인트가드의 정석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선수층이 넘치는 전자랜드에서 영입된 백업빅맨 주태수(34·200cm)역시 쏠쏠한 역할을 해줬다. 4득점, 3리바운드, 2어시스트, 1블록슛으로 겉으로 보이는 기록은 평범했지만 모비스 장신 외국인선수 로드를 골밑 수비하는 등 보이지 않는 팀 공헌도가 좋았다. 팀에서 원했던 역할도 바로 그 부분이었다. 현재의 모습만 꾸준히 이어가더라도 KCC는 하승진의 좋은 백업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2년차 고졸루키 송교창은 드디어 조금씩 주연급으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장신 선수가 부족한 팀 내 상황에서 키 크고 잘 달리는 젊은 포워드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경기 내내 송교창은 부지런히 내외곽을 오가며 공격과 수비에 임했고 14득점, 6리바운드, 2어시스트, 1블록슛으로 전천후 활약을 펼쳤다.
무엇보다 승리의 선봉장은 리오 라이온스(29·205.4cm)였다. 아직까지 팀에 겉도는 모습을 보이며 불안감도 야기하고 있던 그였지만 에밋이 없는 이날경기에서는 그가 주인공으로 전면에 서야했다.
라이온스는 신장만 놓고 봤을 때는 빅맨형 외국인 선수로 생각하기 쉽지만 플레이스타일은 전형적인 장신 스윙맨이다. 신장과 탄력을 이용한 리바운드, 블록슛 등에 일가견이 있다고는 하지만 외곽에서의 슈팅을 즐기는 3번 타입 선수다. 골밑 근처에서도 몸싸움을 가져가며 포스트업을 치기보다는 순간적인 스핀무브를 활용한 페이스업에 더 강점을 보이고 있다. 리바운드 후 아울렛패스도 일품이다.
물론 KCC 역시 라이온스의 이런 점을 잘 알고 선택했다. 정통 빅맨이 아닌지라 골밑에서는 다소 약할지 모르겠지만 내외곽을 모두 넘나들 수 있는 장점을 활용해 에밋·하승진을 모두 보조해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어찌보면 라이온스로서는 짐이 많다. 득점원으로서 에밋을 보조해 내외곽을 모두 봐줘야하고 골밑에서는 하승진과 함께 트윈타워를 이루던가 아님 혼자 있을 때는 원센터 역할까지 소화해야하는 입장이다. 그동안 해오지 않았던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는 평가다.
라이온스는 이날 골밑의 로드, 외곽의 밀러를 번갈아가면서 상대했다. 로드에게는 몸싸움, 밀러에게는 스피드라는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각기 다른 플레이를 펼치며 경기 내내 혼자 뛰어야 되는지라 체력적 부담도 컸다.
36득점, 12리바운드, 1블록슛으로 전천후 활약을 펼친 라이온스는 특히 4쿼터 결정적인 빅샷 두 번을 성공시키며 팀승리를 이끌었다. 모비스에서 4반칙으로 벤치를 지키던 로드를 투입하기 무섭게 일대 일 공격을 성공시키며 바스켓굿으로 파울 아웃시켜 버렸다. 경기 종료 직전에는 어려운 자세에서 중거리슛을 꽂아 넣으며 결승골을 만들어 냈다.
비록 모비스전에서 잘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라이온스에 대해서는 의문점 투성이다. 기량이나 스타일같은 부분 외에 멘탈적인 요소에서도 융화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팬들은 모비스전의 활약이 라이온스의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문피아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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