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SK는 박승리(왼쪽)의 이탈로 새로운 주전 3번이 필요했다. |
ⓒ 전주 KCC |
현역 시절 최고의 3번이었던 양 감독, 비시즌 간 3번 자리 골머리
프로농구 전주 KCC와 서울 SK는 지난 시즌 종료 후 3번 포지션에 대한 고민이 컸다. KCC는 최근 몇 시즌 간 꾸준히 있어온 고민이었고 SK 역시 혼혈 선수 박승리(26·198㎝)의 이탈로 인한 공백을 메워야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양 팀에서 공통된 3번 고민을 하고있던 추승균 감독과 문경은 감독은 현역시절 최고의 3번 스몰 포워드 출신이다. 단순히 뛰어났던 정도가 아닌 프로농구 역사에 이름이 새겨진 레전드급 3번의 위용을 뽐냈다.
추 감독은 가장 모범적이고 이상적인 현역 시절을 보냈다. 한양대 시절 에이스였던 그는 프로에 입단하기 무섭게 주전 자리를 꿰차기는 했지만 팀 내에 이상민, 조성원이라는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있어 공격보다는 수비에 전념해야 했다. 특히 단신 슈터 조성원 같은 경우 공격력은 뛰어나지만 신장의 한계로 인해 수비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어 거기서 생긴 빈자리 역시 상당 부분 추승균의 몫이었다.
신인시절부터 추승균은 자신의 역할을 너무도 잘해주었다. 특유의 디나이 디펜스를 통해 자신의 매치업 상대를 꽁꽁 묶는 한편 도움 수비 역시 영리하게 잘 들어갔다. 신선우 감독의 의중을 누구보다도 잘 파악해 복잡한 전술을 이행했으며 패싱게임에서도 강점을 보였다.
그렇다고 추승균의 공격력이 봉인된 것은 아니었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필요하다 싶을 때면 대학 시절 주포로 활약하던 모습을 어김없이 재현했다. 기복 없는 슈팅력이 장점이라 외곽에서 조성원이 3점을 조준하기 위해 뛰어다니면 포스트와 3점 라인 중간 정도에서 고감도 미들슛을 곧잘 적중시켰다.
발도 빨라 속공 때는 누구보다도 무서운 속공수 중 한명이었다. '소리 없이 강한 남자'라는 닉네임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이러한 추승균의 다재다능함은 꾸준히 이어져 이후 운동능력이 떨어진 고참 시절에는 노련미를 통해 또 다른 형태의 '살림꾼' 역할로 팀에 공헌했다. 오랜시간 현역으로 뛰며 여러 차례의 팀 내 우승과 개인 기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냈으며 이후 감독까지 맡으며 KCC의 살아있는 레전드가 됐다.
문 감독은 프로 농구 뿐 아니라 아마 농구시절까지 포함해서 한국 농구의 슈터계보를 잇는 선수였다. 190cm의 신장에 탄탄한 웨이트 등 당시 기준으로 좋은 사이즈를 갖췄던 그는 점프력 등 운동능력까지 좋아 높은 타점에서 고감도 3점슛을 펑펑 터트렸다. 학창시절 내내 에이스급 슈터로 활약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외곽슛을 던졌다. 추승균이 '소리 없이 강한 남자'였다면 문경은은 '요란한 슈터'였다.
물론 문경은은 공격력에 비해 수비력에서 다소 약점을 보이며 한때 '반쪽짜리 에이스'라는 오명에 시달리기도 했다. 동시대에 같이 활약했던 추승균, 김영만, 양경민 등이 워낙 수비가 좋아 그들과의 매치업에서 손발이 묶이는 경우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경은은 실보다 득이 많은 선수였다. 특히 수비 부담을 덜어줄 동료들이 함께할 때 그의 가치는 더욱 빛났다. 이것저것 필요 없이 내 외곽을 오가며 부담 없이 슛을 던지는 문경은은 공격력 하나만큼은 어지간한 외국인 선수 못지않았다. 좋은 선수들이 즐비한 국가대표팀에서 특히 위력이 상승했던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선택지 넓어진 SK, 송교창 성장만 믿을 수밖에 없는 KCC
때문에 현역 시절 최고의 3번이었던 두 감독 입장에서 뻥 뚫려버린 해당 포지션을 두고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최근에는 사이즈 좋은 장신 3번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며 안양 KGC 인삼공사, 고양 오리온, 인천 전자랜드 등 포워드 왕국들이 즐비해 원활한 경쟁을 위해서라도 취약 포지션 보강은 시급했다.
사정은 SK가 나은 편이다. 주전 박승리가 빠지기 무섭게 발 빠르게 보강 작업에 들어가 2명의 쓸만한 젊은 포워드를 영입했다. 오리온 포워드 왕국 경쟁라인에서 밀린 김민섭(28·194cm)을 데려오는 한편 파워포워드 유망주 이대헌을 전자랜드 함준후(28·195cm)와 맞바꿨다. 함준후는 수비가 좋은 살림꾼 스타일이며 김민섭은 정확한 슈팅력이 일품이다. 둘 다 색깔이 다른 만큼 문 감독의 입맛대로 적재적소에서 쓰일 수 있다.
물론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는 SK입장에서 김민섭, 함준후만으로는 뭔가 아쉽다. 둘 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좋은 포워드 자원이기는 하지만 경쟁팀들에 맞서 주전 3번을 꿰차기에는 아직 검증받지 못했다. 확실하게 포워드 라인의 중심을 잡아주는 주전감이 필요했다.
이러한 문 감독의 고민은 조만간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2016 프로농구 신인선수 지명순위 추첨식'에서 2순위 지명권을 확보해 2m 대형 스윙맨 최준용(22·연세대)을 뽑을 수 있게 됐다. 국가대표 센터 이종현(22·고려대)에게 전체 1순위는 빼앗길 공산이 크지만 최준용 역시 한국 농구의 미래로 불릴 만큼 기대치가 큰 선수다. 장신이면서 빠르고 드리블, 슛, 패스에 모두 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마음먹고 주전 3번으로 키울만한 선수다.
KCC는 사정이 더 나쁘다. 그렇지 않아도 늘상 3번 부재로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태홍(28·193cm)을 떠나보냈고 정민수(28·192㎝)마저 부상으로 정상 가동이 힘들다.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서도 9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어 어설픈 3번 자원보다는 또 다른 약점인 빅맨자원 보강을 위해서 박인태(연세대·200cm), 김철욱(경희대·202cm), 한준영(한양대·202cm) 등을 눈독들이고 있다. 결국 KCC에 남은 답안지는 2년차 고졸루키 송교창(20·201cm)을 성장시키는 수밖에 없다.
송교창은 장신이지만 기동력과 운동능력이 좋으며 센스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몸이 호리호리한 관계로 몸싸움에 약하고 아직 슈팅 밸런스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만큼 약점 보강에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만약 송교창이 기대치만큼 성장해서 주전으로 중심을 잡아준다면 KCC 역시 3번 라인의 고민을 어느 정도 덜 수 있다.
-문피아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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