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문가지(不問可知)한 사실이겠지만 확실히 김치 찌개 같은 것은 그 원료인 김치가 맛있어야 제대로 된 맛이 나온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엉? 무슨 말이냐고요? 하하하핫… 사실 제가 지금 조금 기분이 좋습니다. 오래간만에 입에 꼭 맞는 김치찌개를 끓여서 먹는데 성공했거든요. 미숙한 제 손으로 직접 끓여먹어서 조금 아쉬운 감도 있지만(아직 나이가 많지 않으니 언젠가는 결혼도 해서 아내가 끓여주는 김치찌개를 먹을 날도 있겠지요. ㅠ_ㅠ)말입니다.
남자, 여자를 불문하고 대한민국의 성인이라면 대부분 김치찌개정도는 끓일 줄 알 것입니다. 맛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단 김치 넣고 기타재료 넣고 부글부글 가열하면 김치찌개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김치를 넣고 얼큰하게 끓인다는 것 이외에는 특별히 규정지어진 공식 같은 것이 없기에 더더욱 그렇겠지요. 거기에 맛소금과 미원이라는 존재는 웬만한 찌개종류라면 최소한의 맛은 보장하게 해주거든요.
요새 어떤 분이 김치를 두통을 선물로 주셔서 그것으로 식사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저와 그 김치는 궁합(?)이 안 맞아서 인지 과거에 먹던 김치 맛이 안 나더군요. 무슨 김치에 그렇게 생선이 많이 들어갔는지… 액젓이나 새우젓종류는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게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온갖 생선이 가득해 씹는 중간 중간 휘청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라면과 함께 김치를 먹는데 게다리가 연속해서 씹힌다고 생각해보십시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김치를 담으신 분이 생선을 유달리 좋아하신다고 하더군요. 생선찌개를 좋아하시는 분은 여기에 있는 김치로 찌개를 끓이면 그 진한 맛을 확실하게 느끼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암튼 이 김치는 생선은 많이 들어갔지만 제가 좋아하는 얼큰한 맛이 전혀 나지 않아 찌개나 볶음밥을 해도 자꾸 실패의 원인을 제공해주더군요.
문득 냉장고청소를 하다가 냉동실에 정체를 모를 검은색 비닐봉지 다섯 개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내용물을 확인해본 결과 전에 제가 먹던 것과 같은 종류의 김치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배추김치 네 포기에 무김치 한 포기이더군요. 집에 다녀가신 부모님이 냉동실에 넣어 주었었나봅니다. 발견즉시 두통을 밖으로 꺼내 해동시켰습니다. 웬만큼 녹이고 능숙하게 가위질을 하자 서걱서걱하면서 잘 썰어지더군요. 오히려 완전히 녹았을 때보다 반쯤 얼었을 때 더 잘 썰어진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돼지고기나 소고기 같은 것도 살짝 얼었을 때가 자르기 더 편하지 않습니까? 마찬 가지더군요.
그리고 즉시 수퍼에 가서 김치찌개전용 참치 캔을 하나 사와서 요리를 시작했습니다. 정말 재료가 필요 없습니다. 김치 넣고 참치 넣고 나중에 맛소금으로 맛내고 미원 살짝 넣고… 금새 끓여서 밥과 함께 먹으니 잃었던 식욕이 단숨에 돌아오더군요. 캬아! 바로 이 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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