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의 임진록에 실망을 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실망의 표현 중에...
절대 다수가 "그게 임요환의 플레이냐?" 였지만,
사실 그 내면에는
"치열한 명승부를 기대하고 있었건만, 첫 경기 20여분 외에는 나머지 두 경기 다 5분도 안 되는 gg 플레이였다."는 데에서 나온 실망감이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즉, 팬들이 말하는 "명승부"를 기대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것이지요.
시청자들이 또는 스타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명승부란 어떤 것인가 한 번 생각해 봅니다.
쉽게 답이 나오더군요.
칼과 방패, 용호상박의 찌르면 막고, 물리면 같이 물고, 이길 것 같으면서도 질 지 모르고, 역전에 역전이 거듭하기도 하는가 하면, 결과까지 승부를 예상할 수 없는 그런 경기들. 우리는 그런 경기를 명승부로 생각합니다.
갑자기 바둑의 명대국으로 이야기하는 기보들이 떠오르더군요.
흔히 이야기 하는 정석이란 "서로간에 취할 수 있는 최상의 수"를 정석으로 이야기 합니다. 결국 바둑에서 명대국은 몇집 차이로 승부가 나지요. 그만큼 막상막하였다는 소리입니다.
스타 경기에서의 명승부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하튼 많은 시청자들이 임요환 선수와 홍진호 선수의 대결, 이른바 임진록을 기대하면서 과거와 같은 명승부를 기대했던 것은 분명합니다.
한데 이건 웬 걸!
임요환 선수의 일방적인 플레이였습니다.
임요환 선수의 러쉬를 알고도(정찰 나간 드론이 그것을 보고 도망오고 있으면서도) 홍진호 선수는 그것을 막지 못했습니다.
홍진호 선수...
정말 대단한 선수입니다.
저도 정말 좋아하는, 진짜(Real) 저그 플레이어죠.
그런 홍진호 선수가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하고 gg를 치고 말았습니다.
세 경기 동안 그가 자랑하는 폭풍은 커녕 뮤탈도 한 대 뽑아 보지 못하고 럴커 대여섯 마리가 전부였습니다.
이건 무엇을 말할까요?
저로서는....
임요환 선수가 이번에 들고온 빌드와 컨트롤/타이밍을 조합한 전략이 그만큼 "필살기"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만큼 뛰어난 전략이었다고 밖에 생각이 안 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임요환 선수를 비난 하더군요.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냐?"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저그의 빠른 앞마당 멀티에 대응하여
테란은 앞마당 바로 앞에 벙커 조이기를 들고 나왔고,
다시 저그는 테란의 앞마당 조이기에 대항하여 드론을 몰고 나온 총력방어를 들고 나왔습니다.
저그가 방어에 성공하면, 조이기에 실패한 테란의 병력 부족이 바로 발생하죠. 그리고.... 많은 경기에서 저그의 낙승으로 끝나게 됩니다.
저는 임요환 선수의 이번 전략은
테란의 앞마당 벙커조이기에 이은 새로운 업그레이드 된 전략이라고 생각됩니다.
테란의 5~6scv 조이기를 사기다 라고 말씀하시는 저그 플레이어에게 한 번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그럼 4드론 저글링 러쉬는 뭐라 해야 할까요?"
김현진 선수가 패한 경기의 빌드오더를 두고 다른 선수들이 "도대체 왜 그렇게 했느냐?"고 질타성의 질문을 던지자, 나온 대답이 걸작이었습니다.
"4드론 저글링에 당해 봐." 였지요.
전략은 계속해서 바뀌는 것이고,
그 때문에 유행하는 전략의 패러다임도 변합니다.
전 임요환 선수가 다시 한 번 붐을 일으키지 않았나 싶습니다.
최소한....
다시 잠잠해지기 시작한 스타크 유행에 또 한 번의 관심과 집중을 말입니다.
프로 경기는 수많은 아마추어 매니아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프로 플레이어는 경기를 관중에게 제공하면서 수입을 얻지만,
관중들이 그 경기의 룰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고,
경기의 룰은 직접 플레이를 하면서 얻게 됩니다.
즉, 아마추어의 토대 위에서 프로가 있을 수 있는 법입니다.
거의 매주 하나씩 새롭게 쏟아지는 게임의 홍수 속에서 한동안 스타 경기가 뜸해지기 시작했었습니다.
그렇게 잊혀질 뻔 하던 스타크의 부활을 만든 선수가 바로 임요환 선수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도 부정하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곳곳에서 임요환 선수의 빌드를 테스트 하는 수많은 아마추어 플레이어를 보게 됩니다.
다시 관심이 떨어지고 잊혀져가는 스타크에 임요환 선수가 또 불을 붙였군요.
명경기는 아니었지만...
임요환 선수의 전략은 확실히 명전략이었습니다.
이상, 별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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