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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무협소설같은 세상사

작성자
Lv.11 알테
작성
04.07.15 00:16
조회
517

  무협소설을 보면, 보통의 대립구조는 정,사,마가된다. 여기서 이른 바,

정에 해당하는 이들이 무협을 전혀 안봐도 대충 이름을 들어본 구파일방

- 소림사나 화산,무당,개방 등등 - 을 주축으로 한 문파들이다.

  이른 바 정파에 속하는 이들은 늘상 '정의의 수호'를 외치면서 사파나

마교와 싸운다. 고전적인 '권선징악'의 틀을 가진 무협스토리에서는 사

파나 마교는 아주 극악한 단체 - 사람을 함부로 죽이거나 시체를 강시로

만들거나 부도덕한 일을 일삼는 파 - 로 표현된다. 하지만, 다양한 시각

이나, 조금 다른 시각들의 소설들도 많이 양상되는데, 이러한 소설의 스

토리를 보면 이른 바 '정파'라 일컬어지는 이들의 아집과 오만이 고스란

히 드러나 있다.

  세계정세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무협소설과 다르지 않아 돌연 이야기

를 꺼내보는 것이다. 아무도 시키지 않지만 한 번 비교해 볼까나?

  자, 일단 정파나 사파 혹은 정파와 마교가 대치하는 상황부터 시작하

자. (이거 어딘가 공산주의와 민주주의 양대 진영으로 나뉘어 미국과 소

련을 주축으로 하던 냉전시대랑 닮았지?) 보통 이쯤되면 정파는 무림맹

이란걸 만들어 내더라. 즉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정파끼리 뭉치자는 것

이다. 이리되면 상대방(마교나 사파)도 가만히 있을 턱이 없다. 이러다

보면 백도와 흑도를 나누어 양분하는 양상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실제,

지네 문파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여기 꼭 참여하고 싶기만 할리는 없다.

흑백전 양상에서 이름 날리고 이득을 볼 만한 가능성 있는 큰 문파야 신

나서 '모여라'를 외친 다음 득세하려고 애를 쓰겠지만, 작은 문파들이야

그러고 싶겠는가? 하지만 이 시점에서 양쪽 중의 한쪽에 붙지 않으면 배

신자로 낙인찍히는만큼 선택의 여지가 없더란 것이다.

  뭐 정석대로 가보자면 여러 고난을 거친 끝에 이러한 정사대전 혹은

정마대전 등등은 정파의 승리로 끝나게 마련이다. 이 시점에서 재밌는

것은 명예운운하던 무림인들이 마교 우두머리 죽일 때 만큼은 10명이 합

공을 하고도 하나도 안부끄러워 한다는 것이다. 이른 바 '대의명분' 앞

에 정당한 승부는 뒷전이 되는 것이지. ^^;;

  암튼 이래저래해서 이런 전쟁에 가까운 살벌한 시기가 끝날 때 즈음에

는 꼭 등장하는 이가 있으니 이러한 정사대전의 선봉에 서서 불세출의

영웅으로 이름을 날리는 '대협'이라는 존재가 되겠다.

  요 대협이 문제다. 이 인간이 걍 혼자 살던가 은퇴해서 사라져버리면

별 문제가 없는데, 만약 00파의 수장쯤 된다고 쳐보자. 여기서부터 스토

리를 현재 세계정세에 맞춰서 만들어보면 딱 요렇게 된다 하겠다.

  00파의 수장인 왕영웅은 여러 군웅들의 요청에 의해 영구적인 무림맹

의 맹주가 된다. 이 때 그는 마교교주가 가졌던 '사악한 무공'의 '독랄

하고도 무서운 위력'에 걱정해 마지 않으며 후일을 위해 이 '무공'을 금

지시킨다. 그리고도 모자라 각 파의 절기를 담은 비급을 거두어들여 보

관하고, 이러한 절기의 연공 또한 금지한다.

  이는 강력한 무공을 바탕으로 다시는 사악한 무리가 무림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려는 '배려'라고 강조하면서.

  하지만 말이다. 혹시나 나타날 사악한 무리를 대비하여 몇몇 고수들은

꼭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여 00파 내에서는 각 파에서 거두어들인

비급을 꼭꼭 숨겨두고 자파내에 고수들을 양성하는 것이다.

  간혹 사악한 무리 - 마도의 잔당 - 가 나타나면 00파의 고수들이 휘리

릭 출도해서 마땅한 응징을 제공하기도 하면서, 무림의 평화를 지킨다는

것이 바로 이러한 제도의 촛점이다.

  그리고, 그나마 대충 정신 멀쩡하게 있던 왕영웅이 00파를 맡고 있던

시대에는 처음의 의도가 크게 어긋나지는 않았다. 또한 이 때에는 아무

리 00파가 목소리가 높았어도 정마대전에 직접 참여했던 타파의 고수들

도 살아있었기에 암암리에 행해진 몇 가지 사건을 제외하고는 나름대로

무림의 정의가 지켜졌다고 한다.

  문제는 왕영웅의 사후에 일어났다. 그 몇 대손인가 되는 왕부셔라는

싸가지 없는 놈이 00파를 제외한 다른 문파에 고수가 없다는 점을 착안

하여 작은 문파들에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억울하다해

도 이미 모든 강력한 무공은 00파가 독점하고 있는터이고, 말일 00파에

대항하는 기미가 있으면 그 어떤 문파던지 '마교의 잔당'으로 낙인찍혀

'멸문지화'를 당할 것이 뻔한 터인 것이다.

  00파는 무림맹의 수뇌부를 계속 독점하고 있었고, 동급으로 치부되면

몇몇 명문 문파들 또한 비급을 독점한 00파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

다. 그래도 정신 있는 문주들이 00파의 수장일 때에는 대충 참아줄만한

수준이었는데, 왕부셔1세와 2세가 연이어 00파의 장문이 되면서 무림은

암울한 사태를 맞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있지도 않은 암살자를 찾아낸다면서 00파의 전횡에 대항하는 무리들의

출신지인 아무파를 지목한 것이 그 시초였다. 암살단의 수장이 반드시

제 출신문파로 숨었으리라는 발표를 했고, 물론 아무파에서는 부인을 했

다. 허나, 이미 암살자로 인해 문도 몇을 잃은 00파로서는 자파의 자존

심을 세우기 위한 희생양이 필요했던 것이다. 결국 아무파는 00파의 고

수들이 들이닥쳐 잿더미가 되었고, 그 와중에 아무파 내의 아녀자들과

무공을 모르는 다수의 선량한 사람이 희생되었다. 설상가상으로 00파가

잡겠다고 떠들어댄 암살단의 수장은 이러한 희생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붙잡히지 않았다.

  많은 무림인들이 00파의 전횡에 대하여 분개하였으나, 이를 들어냈다

가는 보나마나 다음 표적이 될 것이라 참을 수 밖에.

  아무파의 수장도 잡지 못하고 무림에서 평판만 깎인 00파의 수장 왕부

셔는 이쯤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이미 깎인 평판이고, 뒤

에서 뭐라고 할찌라도 무공으로 당하지 못할진데, 기왕이면 금력이 있는

문파를 표적으로 하기로 한 것이다. 수 대에 걸쳐 무림의 표면적인 평화

가 지속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문도들에게 들어가는 유지비도 만

만찮거니와 이번 기회에 아예 어떤 문파를 없애든 '내맘대로'라는 불문

률이 세워질 것이라는 계산을 마친 터였다.

  00파는 금권을 장악한 한 무리의 문파들 중에 다른 문파를 침범했던,

평소 고깝게 여기던 괘씸파를 지목한다. 괘씸파는 이미 비겁파를 한 번

침공했다가 00파에 의해 패하고 물러난 적이 있었고, 그로 인해 역시 만

만찮던 비겁파의 금력이 00파로 귀속된 터였다. 마침 괘씸파의 장문인의

교체가 그동안 없었으므로 이를 빌미로 괘씸파를 토벌하기로 결정을 보

았다.

  00파에서는 무림맹 회의를 소집하고 금지된 비급을 괘씸파에서 소장하

고 있으며, 무림고수를 양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침을 튀기며 열변

을 토했다. 회의에 참석한 각파 장문인들은 뻔히 보이는 00파의 속셈에

속으로 혀를 차면서도 겉으로는 완곡하게 실증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괘

씸파의 멸문에 반대했다.

  이쯤되니 00파의 수장인 왕부셔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었다. 어차피

무림맹의 합의가 없더라도 괘씸파 정도는 충분히 자파의 고수들로서 제

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왕부셔는 '지들이 잿더미 된 갸들

문파를 보면 어쩔거야? 이미 때는 늦었지'라고 생각하면서 괘씸파의 멸

문을 무림에 공표했다.

  이에 대하여 힘없는 무림맹의 장로들이 반대의견을 냈지만, 비급없고

고수없는 문파들이 아무리 명문이었을지언정 큰 힘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 술 더떠서 왕부쉬는 작은 문파들들에 서찰을 보내 '마교의 잔당이

며 후일 무림의 큰 우환이 될 악마들의 집단을 토벌하는데 힘을 보태달

라'는 내용은 분명히 부탁이나 실제로는 협박문에 가까운 전교를 내보냈

다. 작은 문파들의 수장은 괘씸파의 처지가 불쌍하든 문내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자파의 생존을 위해서 00파에 협력하겠다고 울며 겨자먹기로

약속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기타등등. 기타등등.

  실제 무협소설에서는 이쯤되면 둘 중의 하나로 방향이 잡힌다. 은거기

인에게 사사를 받은 대단한 영웅이 하나 나타나서 마교의 수장이 되어

이미 썩어빠진 정파와 00파의 수괴를 단죄하거나, 혹은 숨죽이고 있던

무림맹의 타파들의 00파 몰래 손을 잡고 새로운 공공의 적으로 00파를

표적으로 삼아 대전을 재개하는 것이다.

  어찌되더라도 무림에 적을 둔 사람이면, 혹은 무림인이 아니더라도 그

저 같은 지역에서 땅을 파 농사를 짓던, 장사를 하던 간에 이러한 큰 싸

움이 벌어지면 억울하게 죽어나가는 사람은 부지기수.

  자, 지금 무엇이 다른가???

  핵무기라는 무소불위의 비급을 내휘두르면서, 다른 나라들이 절대 개

발을 못하게 하고, 전횡을 일삼는 어떤 나라와 말이다.

  참 세상 무협소설이랑 똑같이 돌아가기도 한다. 제발 결론도 무협소설처럼

났으면 좋겠다.

- 알테 -

덧글 : 인사글 대신 올립니다.

         한 달 정도 눈치보던 모기에서 온 알테라지요.

         반갑습니다.


Comment ' 5

  • 작성자
    Lv.93 비룡마스터
    작성일
    04.07.15 00:19
    No. 1

    킁 결말이 무협소설처럼 나면
    세상 정말 재미있겠네여. ㅡ,.ㅡ;;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하늘소ii
    작성일
    04.07.15 00:45
    No. 2

    부셔가 문제가 아니라 그 문제를 안고 있는 미국 사회가 문제입니다.
    부시랑 다른노선의 인물이 반전이니 군축이니 핵폐기 해댔으면
    다시 미국사에 저격으로 대통령 그만둔 사람 명단에 오를껍니다.
    남탓하기 전에 내가 외 힘이 없나부터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7 紅淚
    작성일
    04.07.15 02:12
    No. 3

    무협소설의 결말이 꼭 권선징악은 아니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여우같은곰
    작성일
    04.07.15 02:32
    No. 4

    요즘은 정파보단 사파쪽이 인기가 높지요~ 저또한 사파쪽을 더 좋아한답니다.
    세상과 비교하셨는데..... 뭐~ 비슷한것도 있겠지만...^^;;
    일단 소설은 소설이고 현실은 현실이다보니...... 괴리가 심하죠~
    어째거나... 재미있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3 박람강기
    작성일
    04.07.15 15:52
    No. 5

    어느덧 무협의 핵심적 이야기 축이 무림맹만글고 그것의 썩어가는 과정이렇게 대표되는 구도가 되부럿는지;;
    일단 패러디 형식으로 제언자님이 하신거니 비교하는 의미에서 재밌기도 한데 무협창작에서 무림맹이 남발되는거 보기 좋은거는 아닌거 같습니다, 무협소설의 기본 축은 홀로 움직이는 강호인이어야 더욱 매력있는거 같습니다, 문파란게 있엇지만 그거야 수도차원에서 같이 수련하자고 맹글어진것일테구 이들이 무신 정의수호 이런 목적으로 쉽게 단체 맹근다는 발상자체가 쉽게 납득이 안가는 구상이지요. 갠적으루 수련자들이 일반 강호에 얼굴비치는 예가 드물게 설정했던 것, 어느 정도의 수련이 되지 않는 이상 강호출두란 것을 허용치 않햇떤것 등의 설정이 요즘 더욱 매력적으로 회상됩니다, 즉 수련/은둔자의 강호와 일반강호의 이분적 구도를 재고해봄직 합니다,
    새외가 쳐들어오니 단결하여 물리치자? 이것은 민족주의적 발상을 조금 표현해본거였겠지요^^
    단체적 관점을 도입하여 진행하는게 추세가 된듯한데 그것두 스케일의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관과 무림이 별개라지만 강북/강남을 아우르는 거대세력이 있을 경우 국가에서 가만 놔뒀을리도 없고 재미있기는 하지만 원래의 무협이 개인적인 면이 부각된데 비해 요새 너무 집단을 강조하는 참에 먼가 놓치게 되지는 않았나 회상해봅니다,
    주인공의 로망이 무협의 핵심이 아녔을까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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