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평온한 나날이 거짓처럼 느껴지듯 오늘 하루는 정말 바쁜 날이었습니다. 논검란에서는 고무림 유료화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오가고 여러 모로 혼란스럽더군요.
원래 오늘의 '미치도록...'의 메인 게스트는 전편에서 소개한 바 있는 강남 C병원 경비 역사상 최악의 고객 중 하나인 CHF(C Hospital Fucker) 닌자거북이였지만 너무도 황당한 인물 하나 때문에 다음 화로 출연이 옮겨지게 되었습니다.
그 인물은 레벨이 극상에서 저질까지 고루 분포되어 있는 강남 C 병원 최대의 고객 초딩도, 초극의 레벨과 경비 죽이기의 어빌리티를 가진 학원장도, 경비를 우습게 알고 살살 건드려 이용해 먹는 삼돌이 시설부들도 아닙니다. 그는 바로 오늘 저녁 응급실에 실려온 중환자의 아들이었습니다.
...중략.
어제 2시에서 3시 사이 강남 C병원으로 한 중환자가 실려왔습니다. 대부분 이 병원에 실려오는 중환자는 산모였지만 이번에는 나이드신 여사분이시더군요.
마침 그 자리에 선배 경비분들이 안 계셔 제가 응급실로 인도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는지라 인도에 애로사항이 있었지만 어떻게 요령을 부려 환자를 잘 인도하게 되었지요.
연세도 있으시고 몸무게도 있어 보이시는지라 상당히 위독하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몸이 비대하신 분들은 저항력이 없어 급사(흔히 쇼크사라고 한다죠?)하실 가능성이 많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그 분은 돌아가셨습니다. 어떤 치료가 이루어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사인은 설마했던 쇼크로 인한 돌연사였습니다. 마음이 안 좋더군요. 이 때까지는 그저 비통한 마음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그 분의 아들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 분이 돌아가신 몇 시간 뒤 빈소를 지켜야 할 남자가 이곳 컴퓨터를 이용하기 위해 다가오더군요. 응급실로 모셔가는 도중 얼굴을 기억했기 때문에 이 사람을 알아보는 것은 쉬웠지요.
뭐, 급한 용무가 있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비통한 심정인 사람에게 컴퓨터 사용시간 지났으니 돌아가라고 하기는 좀 그렇잖습니까?
그리고 이 남자는 저를 두번 경악시켰습니다.
첫번째 경악은 이 남자의 행동으로 그는 컴퓨터를 키고 피망 고스톱을 실행하더군요. 저는 고인에게 다시 한번 묵념했습니다.
두번째 경악은 컴퓨터를 사용한 얼마 안되는 시간일지라도 이 남자가 빈소를 내버려 두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분명히 응급실로 실려갈 때 어머니가 어쩌고 하는 소리를 들었기에 분명히 이 남자는 그 분의 혈육임이 분명한데 자식된 도리로 돌아가신지 얼마 안 되는 부모의 빈소를 비워두고 있다는 것은 천인공노할 짓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고인에게 두번 묵념했습니다.
더욱 통탄할 것은 그가 고스톱을 치는 태도였습니다. 뭐, 돌아가신 분에 대한 슬픔을 억누리기 위한 억지 행동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자신의 부인까지 데려와 고스톱에 동반하는 행동을 그런 사유로 이해하긴 힘들더군요.
정말 요즘 세상 이상합니다. 부모 자식간에 당연히 지켜야 할 예의마저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고 나니 저 역시 어머님께 잘못한 행동을 저지르지는 않았나 걱정이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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