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구대는 5월까지 ‘천호4파출소’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곳. 강동경찰서가 조직 개편을 하면서 천호 2, 3, 4 파출소를 통합해 6월부터 지구대로 이름이 바뀌었다.
26일 0시20분, 두 20대 남녀가 씩씩거리면서 파출소에 들어왔다.
남자=이 여자 좀 어떻게 해주세요. 제 20만원짜리 CD플레이어를 갖고 가서 안 준다니까요.
경관=아가씨, 왜 남의 물건을 안 돌려 주세요?
여자=그냥요.
경관=두 분 연인 사이세요?
남자=그냥 아는 사이에요. 연인은 무슨 연인.
이때 여자의 친동생이 파출소로 들어왔다. 그는 남자에게 “야, 몇 년씩이나 사귀었는데 우리 언니를 이렇게 병신 만들어? 우리 언니가 니 걸 훔쳤어? 절도로 신고를 해? 야, 니가 인간이야?”라고 소리쳤다.
남자=아, 시끄러워. 아저씨 얘들 좀 어떻게 해 주세요.
연인 사이가 틀어지자 여자가 홧김에 남자 CD플레이어를 빼앗아 돌려주지 않는 상황. 30분쯤 있다가 결국 남자가 “그래 너 다 가져라”라고 소리치며 파출소를 나가버렸다. 여자가 “웃기고 있네”라며 남자를 따라 나갔다. 그런데 두 시간 후 이 남녀가 다시 파출소를 찾아왔다.
남자=아, 정말. 아저씨 얘가 이번엔 제 휴대전화를 가져가서 안 내놓잖아요. 도저히 못 참겠어요.
경관=아가씨, 진짜 왜 그래. 돌려줘요.
여자=싫어요. 법대로 처리하세요. 야, 니 휴대전화 초기화시킨다.
여자가 휴대전화를 진짜 초기화시켜버렸다. 남자가 흥분을 참지 못하고 “쟤 구속시키세요. 피해자가 강력히 처벌을 원하니까 집어 넣으세요”라고 고래고래 소리쳤다. 여자의 고집이 계속되자 경찰관들이 난감해졌다. 파출소 한 구석에서 경찰관들이 의논을 시작했다.
“저게 절도죄가 되나?”
“아니지, 몰래 훔친 게 아니니까 절도가 아니지. 남자가 보는 앞에서 휴대전화를 집어간 거래.”
“훔친 게 아니고 빼앗은 거니까 갈취네.”
“횡령 아냐? 자기가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반환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횡령 아닌가?”
“에이 참, ‘사랑싸움’이라는 죄를 하나 만들든가 해야지.”
‘법률적’ 토론은 결국 한 경찰관이 동부지청 당직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문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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