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홍련의 전제척인 스토리는 한마디로 '죄책감에 완전히 미친 수미의 혼자놀기의 진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초반부터 나오던 수미와 수연, 그리고 새엄마(염정아)와의 만남과 관계 또한 수미 혼자 만들어낸 자기환상 속에서 1인 3역을 했던 것입니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영화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철저히 트릭과 비밀리에 부쳐진 주인공의 가족을 불안한 시선으로 보여주는 부분과 그 상황이 극에 달하는 부분....그리고 수미의 다중인격이 드러나고 주인공 가족의 과거 비극이 드러나는 부분이죠.
관객들은 초반 내용보다도 수연이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아버지의 말이 있을때부터 혼란을 느끼게 됩니다. 분명 수연이는 앞에 우둑커니 서 있는데 아버지는 뜬금없이 수연이는 죽었다고 말하죠. 관객들은 그때 수연이가 귀신이고...수미는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가졌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그럼 새엄마는?'하고 의문을 갖게 됩니다. 죽은 수연이를 협박하고 때리고 장롱안에 가두고...그럼 새엄마도 수연이를 볼 수 있다는 건가?.....하구요.
아니면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군요. '아냐..수연이는 살아있구...아버지가 미친거야..'
하지만 영화는 허를 찌릅니다. 1인 3역이라는 수미의 놀라운 혼자놀기......!!가 반전이죠.
그리고 요양원에서 집으로 내려올때부터 그 집에는 아버지와 수미밖에 없었습니다.
새엄마도 수연이도 없었던거죠.
초반 식사장면에서 보면 아버지는 식사를 마치고 뜬금없이 새엄마에게 알약 2알을 줍니다. 그 부분 이상하다 생각하고 넘어간 부분인데.....(감독은 새엄마가 정신이상자라는 트릭을 쓰고 싶었는지도)
실제로 아버지는 혼자 1인 3역하며 놀고 있는 수미에게 알약을 준거죠...
즉, 영화는 모두 수미의 관점으로 우리에게 보여진 것이었습니다.
삼촌내외를 초대해서 같이 식사하는 부분도 새엄마가 아닌 수미가 새엄마의 입장에서 초대한 것이겠죠.
결국 그 식탁에는 새엄마가 아닌 수미가 있었던 거구요. 영화에서 무척이나 코믹스런 요소로 자리메김 했던 '비 내리면 옷 벗는 남자' 이야기에 동조할 수 없었던 삼촌......
그 이유는 수미가 가진 경험(또는 가상)이었지....삼촌의 경험이 아니었기때문이겠죠.
그리고 후반에 편집을 엉키게 해놓은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수미는 다중인격과 지독한 편집증에 사로잡힌 중증환자였습니다. 그것이 다 죄책감 때문이죠.
그럼 그 죄책감은 무엇이냐?
영화 후반에 가족의 비극적인 과거가 나오는데요.
병에 걸려 있어 아무 기력도 낼 수 없는 엄마와 함께 두 딸은 윗층에 있고, 아랫층에는 아버지의 새여자와 그 동생내외가 식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말그대로 힘없는 어머니를 무시하고 새여자를 집에 들인 거죠. 그 새 여자는 자기를 시기하는 수미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여린 수연이에게 똑같이 베풉니다. 수미가 식사를 하다말고 뛰쳐 나가자 수연이의 수저를 빼앗아버리고 수연의 밥을 버려버리는 장면에서 알 수 있듯이. 슬퍼하며 방으로 올라온 수연이를 보며 마음 상한 친엄마.
결국 수연의 옷장안에서 자살한 채로 발견된 엄마....그 집안에서 어떤 영향력도 행사치 못한 엄마의 비극적 결말이라고 할 수 있죠. 그것을 제일 먼저 목격한 것은 수연이구요. 장농이 넘어가면서 엄마의 시체와 장농에 깔린 수연은 발버둥 칩니다. '살려달라고......'
그 인기척에 윗층으로 올라온 새엄마는 분명 그 광경을 목격하지만 외면 해 버리고 약간의 갈등을 합니다. 그러다가 자기방에서 나오는 수미와 마주칩니다. 수미의 쌀쌀맞은 태도에 새엄마는 자신이 목격한 광경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수미도 그 상황에선 반항하고 싶은 마음뿐.
이 과정에서 수미는 자신이 살렸을지도 모르는 수연이에 대해서 심한 죄책감을 느낀 것입니다.
자신의 꿈속에 보이는 엄마(목이 꺾인 귀신)는 무서운 존재로 자리메김 하고 만 것이구요.
한가지 분명한건........
수미가 아무리 정신이상이었다고 해도 집안에 보여졌던 이상한 기운들은 사실이었습니다.
삼촌의 아내가 발작중에 보게 된 싱크대 밑에 얼굴......
새엄마가 열어보게 되는 장농속에 녹아내린 엄마시체....
수미와 별도로 집안에 귀신이 깃든건 맞습니다. 아니면, 영화에 출연한 모든 인물들이 집단 히스테리에 걸려 환상을 본것이라고 볼 수도 있구요. (새엄마건 삼촌내외건 수연과 친모가 죽는 날 그 집에 있었으니까 그들도 죄책감에 보여지는 환영이라고 추론 할 수도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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