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 마시는 이유도 가지가지 >
종요(鍾繇)가 어느 날 낮잠을 잘 때 그의 어린 아들 형제들이 함
께 약주를 훔쳐 마셨다. 마침 종요는 그때 깨어 있었기 때문에
그 사실을 깨달았지만 잠든 척하고 그대로 그들이 하는 꼴을 살펴
보았다. 한 아들은 절한 후에 술을 마시고, 한 아들은 술만 마실
뿐 절을 하지 않았다.
이윽고 종요가 일어나 두 아이에게 각각 다른 행동에 대해 질문
을 하였다. 먼저 절하며 술을 마신 아들에게 절한 이유를 물어보
았다. 그러자 냉큼
"술로써 예(禮)를 이루는 것이니 감히 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
다."
라고 답변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절을 하지 않고 술을 마신 아
들에게 어째서 절을 하지 않고 마셨는지 그 까닭을 물어 보았다.
이 아이 역시 별로 주저함도 없이 하는 말이
"훔치는 것이 본래 예가 아니니 어찌 절을 하겠습니까."
하는 것이었다.
< 내겐 지금 당장 한잔의 술이 필요하다 >
'법보다 주먹이 먼저'라는 말은 익히 들어보았지만 '명예보다
술 한잔이 먼저'라는 사고 방식으로 산 사람도 있었다. 장계응(張
季鷹)이라는 사람이 바로 그런 류이다.
장계응은 세상의 풍속 따위에 구애받지 않고 그저 자기 하고싶은
대로하며 살았다. 어떤 사람이 그러한 그를 딱하게 여겼던지 '그
날 그날을 방탕하게 살지 말고 후세에 이름을 남겨야 하지 않겠느
냐'고 넌지시 충고를 하였다. 그러자 그는 '후세에 이름을 남기
는 것은 지금 당장 한잔의 술만도 못하다'고 하며 일관된 모습을
보이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별로 관심도 없던 후세에 이름이 남
았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그는 술도 마시고 그로 인
해 이름도 남겼으니 둘 다 얻은 셈이라고나 할까.(世說新語誕)
Commen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