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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청와대 컬럼에서 퍼왔습니다

작성자
Lv.8 용연
작성
03.03.24 03:46
조회
593

늦깍이라는 분의 글이군요. 요즘 양놈들 때문에 사방이 심란한데 정곡을 찌르는 얘기 같아서 허락 없이 퍼왔습니다. 문제가 되면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에선 일말의 정당성도 찾아볼 수 없다. 구실도 이념도 없다. 국가의 폭력성이 극에 달했던 2차대전을 마지막으로  저물어가던 국가주의의 망령은 이라크전쟁을 계기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국가의 이익을 최고의 선으로 숭배하는 국가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UN은 이제 유명무실해졌다. 그와함께 국가에 최소한의 이성이 있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존중되어진 다자간 합의의 정신도 이제는 쓰레기통에 쳐박혀버렸다.

과거 강력한 군사력을 지녔던 소련의 존재는 미국의 국가주의적 팽창에 일정정도의 제동장치의 역할을 해왔다. 소련의 참전으로 인한 확전의 위험성으로 인해 미국이 눈치를 봐야할 상대가 적어도 하나는 존재했다. 소련의 몰락으로 유일하게 세계 어느곳에서나 압도적인 군사력을 유지하게 된 미국에게 있어 그 힘을 견제하게 되는 UN과 같은 다자간 합의체는 이제는 거추장스러운 옷에 불과해졌다.

양에서나 질에서나 가장 막강한 대량살상무기체계를 갖추고 있고 또 일정시기마다 재고를 소진하고 신무기체계로 군사력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그러한 나라가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명분으로 이라크전을 일으킨 것은 21세기의 비극이자 희극이다. 그러나 이 희비극이 다큐멘터리로서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세기초 파리박람회는 광란의 국가주의가 종식되고 인류가 선의의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낙관을 갖게 했지만, 양차대전은 그러한 낙관을 여지없이 짓밟았다. UN의 수립은 다자간합의와 견제를 통해, 나치독일과 같은 팽창주의 국가를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었지만, 그 최대주주인 미국의 팽창주의를 전혀 견제할 수 없는 무기력함이 드러났다. 이제 국가주의의적 팽창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은 당분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브레이크가 없는 미국이 다음 타겟으로 삼고있는 나라가 북한이다. 북한을 구실로 MD체계를 굳건히 할지 아니면, 북한을 군사적인 방식을 통해 순간적으로 또는 경제제제를 통해서 천천히 붕괴시킬려고 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미국의 공식입장을 곧이 곧대로 믿는 것은 어리석다. 확실한 것은 현재의 북한이 반미정권인 한, 용인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북한을 폭격한다고 해서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으며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에게 있어서 북한은 그들이 스스로 한반도의 평화를  파괴하려하지 않는한 그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파트너이며 끊임없이 동북아 공동번영이라는 프로젝트에 동참하도록 설득해야 하는 동반자이다.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어떠한 국부적인 전쟁도 피땀흘려 쌓아온 경제를 재로 날려버리는 것이고, 주변강국의 군사적 대결의 종속변수로 우리를 전락시킨다. 우리에게는 북한과의 화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남북화해가 이제 시작한 이 중대한 시기에 우리는 일방주의에 탐닉하는 초강국 미국의 노선에 반대해야할지도 모르는 중대한 시련을 맞고 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들도 동격으로 여기지 않는 미국에 있어서 독자노선을 추구하는 한국은 가소롭지도 않는 상대일 뿐이다. 굳이 군사적 방식이 아닐지라도 한국은 경제정책만으로도 심대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미국의 종속변수이다. 미약한  다윗 한국이 거인 골리앗 미국을 상대로 한반도의 명운을 거는 외교전을 펼쳐야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행동반경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미국이 남북화해라는 정책기조를   인정해준다면 다른 어떤 댓가도 치루어야 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다.

아이 손목 비틀기나 다름없는 이라크전을 지켜보는 심정은 참담하다. 그토록 존엄한 가치인 정의는 땅에 떨어졌다. 명분이라고는 찾아볼 수없는 전쟁에 참전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수락하는 대통령을 지켜보면서 대통령자리가 영광이 아닌 굴욕의 자리일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미국과의 중대한 외교전을 앞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사안들에서는 양보를 거듭해서라도 대립되는 지점을 좁혀야한다. 그래서 동맹으로서의  역할을 다했음을 과시하여 차후벌어질수 있는  대립에서 미국의 양보를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축적해야한다. 한국처럼 중대한 외교적사안이 없는 나라들도 초강국의 세몰이에 기꺼이 합류하는 것이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미국과 이해관계를 다툴 가능성이 높은 우리로서는 더더욱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부당한 전쟁에 파병해야 하는 우리의 이런 처지를 통탄해한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아예 영향력도 없고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요구받지 않는 국제 현실이 차라리 고맙다. 상임이사국은 말할 것도 없고 안보리 이사국이 아니라서 참전 결의안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사실이 고맙다. 그저 비전투요원을 파병하고 전쟁자금을 지원하는 것만으로 역할을 다한다는 것이 다행이다. 초강국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는 나라는 지금 지구상에 없다.

역사는 진보하지만  그것이 일직선으로 이루어진 적은 없다. 끈임없이 낡은 과거가 되풀이된다. 진보라는 순수한 믿음만 가진 채 낡은 과거의 현재성을 외면한다면 비록 순교자와 같은 고결한 명예를 얻겠지만, 지금 현실을 한발 아니 반발도 진보시키지 못한다. 우리가 분명 양보할 수 없는 그리고 해내야 하는 인류사의 진보는 남북화해이다. 비록 우리가 정당하지 못한 전쟁을 지지하고 도울지언정 그 부정적인 영향은, 우리가 남북화해를 통해서 이룩할 긍정적인 기여보다는 훨씬 작은 부분이다. 냉혹한 국제정치 현실에서 우리는 작은 것을 희생하고 큰 것을 추구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그것도 쉽지 않지만, 가능성이 보다 높은 시나리오를 쫓는 것 이외에 무엇을 하겠는가?

노대통령의 참전결정이 못마땅하기만 한 사람들에게, 우리 역사에서 병자호란이라는 뼈아픈 경험를 환기시켜드리고 싶다. 새롭게 일어난 청나라는 조선에 군신의 예를 갖출것을 그리고 명나라와의 단절을 요구했다. 유교적이념의 뿌리이고 또 임진란에서의 원군을 보냈던 명나라와의 관계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명분이었고 청나라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은 '정당'했다. 청과의 일전을 불사하자는 척화파의 대표인 김상헌은 그의 이념의 측면에서나 그의 인물의 됨됨이에서나 결코 부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정당'한 소신은 결과적으로 인조를 삼전도에서 무릎꿇게 만들었다. 청나라와의 화해를 주장했던 주화파의 대표자인 최명길은 비록 신조가 없다고 비난받았지만, 정작 청나라가 쳐들어오자 왕이 남한 산성으로 피신할 시간을 벌기 위해 전투를 했고, 청과의 강화협상과 이후의 구차한 외교적 교섭에서도 굳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최선의 그리고 최적의 정치적 선택을 했고 소신을 다했다. 그는 비록 '정당'하지는 않았을 망정, '타당'했다. 정당성과 타당성이 대립하는 지점에서 우리 역사는 분명 타당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정치가가 궁극적으로 옳았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노무현을 통해서 다시금 최명길을 재발견한다. 그리고 신하가 아닌 최고결정권자로서의 최명길이 우리에게 있음이 다행스럽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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