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말미잘
작품명 : 왕은 웃었다
출판사 :
일단 출판 축하드립니다. 출판될만한 퀄리티를 가진 글이었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거나 출판하게 되었으니 그동안 찝찝했던 부분을 좀 지적해보겠습니다.
먼저 설정... 왕은 웃었다를 보면서 목에 가시가 걸린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던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설정 부분이이 이야기를 이루는 뼈대인 데다가 주요 소재ㅡ진군위라거나 왕ㅡ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에피소드가 중심이 되는 만큼 이 문제는 꽤 큽니다. 이미 몇몇 분들이 지적하셨듯이 십이국기와 설정이 매우 유사합니다. 일단 예를 몇개 들어보죠.
십이국기 세계는 12개의 나라가 있고 왕이 있습니다. 왕은 하늘이 내려주는 인물입니다. 왕적에 일단 이름이 오르면 기본적으로 불노불사입니다. 왕이 없는 나라는 엄청나게 황폐해집니다. 요마가 습격하고 각종 천재지변이 일어 납니다. 더군다나 12나라로 딱딱 나눠져 있는 탓에 나라 간 인구 이동도 힘듭니다. 왕이 사라진 채로 오랜 시간이 흐르면 그 나라 국민은 거의 다 죽어나갑니다.
왕은 웃었다의 세계에선 왕은 하늘이 내리는 인물입니다. 왕은 보통 수명이 매우 깁니다. 비를 내릴 수 있다는 신통력이 있기 때문에 왕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왕이 없으면 나라가 망하고, 왕이 막장일 경우에 백성은 나라에서 빠져 나갈 수 없기 때문에 그 나라 안에서 그냥 죽어갑니다.
다시 십이국기 턴. 십이국기에는 기린이라는 게 있습니다. 왕을 보필하는 신하입니다. 왕은 무조건 기린 하나를 신하로 데리고 있습니다. 기린은 기본적으로 어진 생물이라 왕의 브레이크 역활을 하는 편입니다. 불노지만 왕이 폭군이 되기 시작하면 기린은 병들어 죽습니다. 십이국기는 선적이라는 게 있어서 신하들을 불노로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왕이나 기린, 선적이라는 게 어떤 이치로 돌아가는 건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뒷배경이 살짝 나오긴 했지만...
이번엔 왕이 웃었다 입니다. 왕은 군위를 거느릴 수 있습니다. 군위가 되면 노화가 늦어집니다. 군위를 거느리려면 소원을 들어줘야 하기 때문에 왕은 많은 군위를 거느리지 못합니다. 꼭 필요한 인재만 군위로 만들어 곁에 둘 사람을 정합니다. 국명부라는 게 있어서 여기 이름이 실리면 그 나라에서 빠져 나갈 수 없습니다. 오래 전에 어떤 사건이 있어서 어째서 왕이 생기는가, 군위와 진군위는 무엇인가 등등 지식이 사라졌습니다. 아무도 모릅니다.
그리고 두 이야기 모두 동양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두고 있습니다. 사실 이건 신경쓸 정도는 아니지만 많은 부분이 겹치다 보니 신경 쓰입니다...
설정이야기는 이쯤에서 접어두고 다른 부분을 지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왕은 웃었다가 가진 최고의 장점인 심리묘사입니다. 매력적인 배경에서 세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독자는 자세하게 묘사된 감정의 흐름을 따라 쉽게 주인공에게 몰입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고, 글에서 눈을 땔 수 없게 만듭니다. 근래 문피아에서 읽은 글 중에 가장 심리묘사가 뛰어난 글 같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 캐릭터가 작위적인 느낌을 주더군요. 무무입니다. 라야 시점에서 진행되는 글이지만 다른 캐릭터는 별다른 거부감 없이 볼 수 있었던 반면 무무는 이야기 속에서 굉장히 튑니다. 이야기의 흐름을 끊는다고 해야 하나요? 심리묘사를 굉장히 몰입되게 쓰시는 작가 분인데도 무무가 하는 행동은 꽤 부자연스럽습니다. 절정 부분에서 적에게 일일히 설명을 하면서 이야기의 흐름을 끊어먹지 않나, 터트리고 깔끔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할 시점에서 질질 끌지 않나, 뜬금없이 감정을 폭발시키질 않나... 이렇게 써 놓으니 굉장히 무무가 이상한 캐릭터처럼 느껴지긴 하는데 사실 엄청 작위적인 캐릭터는 아니였습니다. 하지만 왕은 웃었다는 세세한 심리묘사로 독자를 잡아두는 만큼 밥에 든 돌을 씹는 거 같아 굉장히 거북하더군요. 조악한 비유를 해보자면 엄청나게 매운 닭꼬치를 먹으면 매운 맛 말고 다른 맛을 신경 안 쓰게 되지만, 스프를 먹다가 매운 맛이 나면 엄청나게 신경이 쓰이는 것과 비슷합니다.
불평을 꽤 많이 적어놓긴 했지만 왕은 웃었다는 재밌는 글입니다. 저도 추천을 보고 밤을 새서 읽은 독자 중에 한명으로 출판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출판본을 조금 더 다듬는다면 글이 더 재밌어질 거 같아 쓴 글입니다. 다시 한번 출판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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