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곤지
작품명 : 돌아가는길 (리트레이스)
출판사 : 문피아 연재중
저번에 누군가의 추천글을 보고 그 추천글이 인상이 깊어서 읽어보았다. 추천글에는 출판이 중단되고 다시 연재한다는 소리였는데. 출판사를 보니 로크미디어였다.
로크미디어라면 망하지도 않았고 지금도 잘만 책을 찍어내고 있는 출판사인데 왜 출판이 중단되었을까? 라는 이유를 혼자 생각해볼때 우선은 "안팔렸기 때문이다" 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러한 흐름에서 "왜 안팔렸을까?" 를 생각하면서 읽어보았다.
내용자체는 재미있는 편이었다. 정치추리소설이라고 볼수 있다. 하지만 정치추리가 들어간 글을 쓰기위한 것이었다면 솔직히 좋은 솜씨라고 할수 없었다. 아마 그점에서 시장에서 호응을 얻지 못한것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흔히 정치추리물을 쓰려면 중요한건 사건을 최대한 이미지화 시키면서 풀어 나가는 것이다. 특히나 소설에서 복잡한 사건이 얽히고 얽힐수록 좋은 소설은 그 사건과 사건을 이미지화 시킨다.
확연히 다른장르지만 그래도 다들 한번쯤은 읽었을 소설로 예를 들자면, 다빈치 코드같은 경우 역시 사건을 특정사물에 이미지화 시킨다던가. 혹은 사건 자체의 묘사를 시각적으로 치중하여 시각적인 동선 아래에서 사건을 풀어나간다던가...하는 그런식으로 사건을 이미지화 시킨다.
물론 사건의 이미지화만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추리에 들어가는 사고력마저도 대부분의 추리 서스펜스에서는 시각화 혹은 이미지화 시킨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러한 기법이 상당히 결여되어 있다. 사실 돌아가는 길을 보니 사건과 정치알력이 그다지 복잡한 관계는 아니다. 헌데 이미지화가 안되어 있는 느낌이 심하다. 거기에 서술보다 대사의 비중을 의도적으로 높이는 식으로 글이 씌여져서 머리속의 연속극을 대사는 고대로 쓰면서 서술부분은 머리속 연속극을 그저 간추려 놓은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실은 반대가 되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좋은 글쓰기는 글쓴이의 머리속에 그려진 시각화된 드라마를 최대한 글로서 그대로 옮기는 작업이지. 그것을 간추리는 것이 아니다. 글쓴이가 복잡한 사고를 가지고 글을쓴다면 그것역시 복잡한 그대로 옮겨적어야 한다.
다만 그렇게 되면 난잡해 지기에 이미지화 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치소설이나 추리소설이 이미지화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원래 글쓴이가 생각한 복잡한 사고과정을 그대로 옮겨야 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이미지화가 되지 않으면 소설이 피곤해진다. 소설이란것이 무슨 중요 자료처럼 모두 정독하며 읽는 것은 아니다. 빨리 읽어지는 부분 느리게 천천히 생각하면서 읽는 부분 이런식으로 조율이 되는 것인데
특히나 잘 생각하면서 읽어야 하는 소설이 계속해서 미친듯이 세세하게 다 읽어 내려가야 한다면 그만큼 피곤한 소설이 없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지화가 필요하다.
비슷한 맥락에서 추리소설에서는 호흡타이밍이 나오는데 이 호흡타이밍은 좀 뒤에 다시 말하겠다.
아무튼 이러한 연유로 정치추리 소설일수록 갈등관계의 이미지화가 중요한 장르역시 드물다. 게다가 그 갈등관계를 줄타기 하는 사고 과정역시 이미지화가 중요하다. 아마 추리소설이든 정치소설이든 꽤 즐겨 읽은 사람이라면 이말이 무슨 말인지 알것이다. 딱 이말을 듣자마자 아!! 그래!! 라고 오는 그런 글의 이미지화이다. 시처럼 이미지화 시키고 시각적 묘사로 점칠하라는 말이 아니다.
게다가 추리소설이든 정치소설이든 공통점으로 중요한것은 사건의중간 정리장면에 항상 나오는데 거기에서는 최대한 간결하면서도 확실한 노림수들을 적어주어야 한다. 이 글은 그런부분에서는 나쁘지는 않지만 임팩트가 없다랄까? 정리하는 부분은 단순히 정리하기가 아니라 그 정리가 다른것으로 연계되는 무언가로 흘러나가기 때문에 더욱 강조되고 도드라져 보여야 하는 포인트가 있는데 그러한 임팩트에서는 조금 떨어진다.
왜냐면 단서의 비중을 너무 줄여 놓았기 때문이다.
추리형식의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서" 이다. 보통의 소설에서는 "단서"를 강하게 강조하여 거기에서 부터 흘러나오는 주인공의 사고를 풀어나가는 것인데 오히려 이 글은 그 관계가 반대로 되어있다. 단서보다는 주인공의 사고흐름을 더 강조한다. 그렇게 되면 상당히 글의 초점이 여기저기에 맞춰져 있는 느낌이들게 된다.
즉 독자의 초점을 집중시킬수 있는 대상이 모호해진다는 이야기다. 왜냐면 소설은 글을 읽는것이기 때문이다. 드라마같은 영상매체물이라면 이러한 역관계가 괜찮다. 왜냐면 이미 이미지화된 이야기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은 이미지화 시켜야 하는 매체이기 때문에 작법에 정형화된틀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나 서점가 시장이 아니라 대여점 시장처럼 쉽게 읽히는 것을 노리는 부분이라면 글쓴이가 원하는 부분에 독자의 초점을 맞추고 유지시키는 기술이 더욱 필요하다.
그런점에서 단서가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고 사고흐름만 부각시키면 초점이 분산되어 버리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럼 단순한 내용이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거기에 한창 추리물살이 트이고 있는 와중에 깜짝깜짝 놀라게 다른 이야기가 뜬금없이 섞여 있다면 초점을 그대로 유지하기가 힘들다.
독자의 피로를 풀기위해 잠시 쉬어가는 호흡을 위한것이라면 그 호흡은 상당히 엄한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겪이다. 잘못된 결론이든 잘된 결론이든 시작한 추리의 초점은 완결된 후에 쉬어가는 호흡이 있어야지 한창 흥미진진하게 같이 머리굴리는데 엄하게 갑자기 초점을 다른곳으로 돌리면 그건 쉬어가는것이 아니라 독자의 호흡을 아예 망가트리는 것이다. 그럼 초점역시도 풀어져 버린다.
추리소설에서 호흡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이 몇시간내내 머리 굴리면 집중력이 떨어지므로 추리소설은 중간중간 호흡을 주는 부분이 반드시 존재하는데 그 호흡은 굉장히 적절하게 씌여야 한다. 사건의 이미지화도 잘 안되어 있는 소설이 호흡마저 이렇게 흐름을 끊으면 대체적으로 정독과 속독의 비율중에서 속독의 비율이 많은 대여점 시장에서는 그리 좋은 대중적 호응은 얻지 못했을 것이다.
서점가 책들은 정독과 속독의 비율을 치자면 정독의 비율이 큰 책들이다. 대여점 시장은 반대. 그렇다면 그만큼 초점이 끊이질 않고 읽혀 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고 . 그렇기 때문에 대여점 소설이 좀더 자극적인 요소와 방법이 많이 들어가는 탓도 그때문이다.
쉽지만 좋은 소설은 흔하디 흔한 내용을 쉽게 쓴것이 아니라 생소하고 흥미진진하고 때로는 복잡한 글을 쉽게 쓴 소설이다. 그 쉽게 쓰기 위해서는 주 타겟이 되는 독자층의 초점과 호흡을 생각해 두어야 한다. 아마 돌아가는 길은 그러한 부분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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