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은 절대 가벼운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생각과 철학, 그리고 인생의 길마저 결정짓는 아주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정신연령은 경험의 종류와 그것에 대한 사색의 깊이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요즘 장르소설을 쓰는 작가 분들 중 대다수가, 이런 정신연령을 제대로 감안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요컨대, 일명 애늙은이와 어른애라고 할 수 있겠죠.
나이도 경험도 사색의 깊이도 적은것이 분명한 어린아이가, 말하는 건 늙은이처럼 말하고 생각하는 건 작가를 대변하는 추리탐정 급이라던가. 차라리 생각한 적이 많았던 문학가라고 설명을 덧붙이면 좋겠네요. 이건 뭐, 특별한 언급도 없이 천재 급의 서술과 대화를 해주니까요. 조금 보기에 불편해요.
또 분명 엄청나게 살아온 자칭 고연령자면서 하는 행동과 생각은 어린애 수준, 혹은 그 이하. 더 이상한 것은 주위의 사람들도 어린애보다 못한 정신연령이 되어 주인공의 말에 무조건 맞장구친다는 것.
양판소설이 이런 경향의 대표적인 선두주자로 판단됩니다. 주인공들 중 대개 정신연령이 높은 생명체로 알려져 있는 고수명의 드래곤, 악마, 천사 등이 있고, 환골탈태와 반로환동 등의 사기적 스킬을 사용해 몇 백 년 이상 살아간 이, 곱게 늙어 죽었는데 다시 환생한 인간 등 많은 유형이 있습니다.
솔직히 전자의 경우 반박될 구석이 많습니다. 어릴 때부터 생각하는 걸 좋아했던 필자이기에 애늙은이가 뭔지 직접 체험도 해보았죠. 그렇기에 인물들의 정신연령도 적정 선까진 수용할 생각이 있습니다. 뭐, 애니 '테니스의 왕자' 급은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입니다만...
(그녀석들은 모두 중학생입니다. 중학생이요.)
하지만 후자의 경우 대표적인 양판비판의 구실이 되죠. 1000살 넘은 드래곤들은 10살 인간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문제는, 차라리 작가가 100살에 인간 1살 정도의 정신연령이라고 적어줬다면 이런 말이 나오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개의 1살이 인간의 몇 년 인생과 맞먹는다고 하잖아요? 그런 부가적인 설명이라도 달아주면 괜찮을텐데, 자칭이든 타칭이든 그런 이들은 모두 현자 이상의 지식인으로 취급받고 있는데 행동은 그렇지 못하기에 문제란 겁니다.
제발 작가 분들이 이런 점은 어느 정도 감안해서 글을 써주시면 좋겠습니다. 혹은 개연성을 충족할 정도의 부차설명을 언급해주시던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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