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백광수
작품명 : 패왕연대기
출판사 : 어울림
표지에 작가의 나이설명에 "가끔 살아온 삶을 돌아보는 나이" 라고 적혀져 있는데 요즘은 참...성장이 빨라서 일찍들 성장하는건가..한 중학생때쯤 되면 삶을 돌이켜 보기도 하는구나...하는 의구심이 들만큼의 책이었다.
이 책은 한마디로 "싸질러놓은" 책이다.
이 책은 우습게도 소개 받아서 읽은것이다. 골때리는 책을 빌려버렸다고 한번 읽고 내일 가져다 주라고 해서 어거지로 손에 쥐어져서 읽은 책이 바로 이책이다.
최소한 소설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싸지른" 책이라는 것이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글쓰기 참 편해지긴 한것 같다. 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했고. 많은 출판사들이 예전 해적판 만화 팔듯이 너도나도 뛰어들어서 박리다매 물량집중으로 완전 물만난 시장이 펼쳐졌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되어 버렸다.
(이미 하루 단행본 만화책 발행 부수보다 대여점용 소설 발행부수가 많아진것은 오래된 이야기다. 이 땡보사업...나도 돈만있음 하겠는데..쩝)
자 다시 책에 집중해서 이 책을 맘껏 해부해 보자.
이 책을 보면 이책의 쟝르가 소설이 아니라 망상일기라는것을 쉽게 알수 있다. 뭐..일기도 일종의 수필에 들어가고 수필은 매우 자유성이 보장되는 서사문학이니. 그 자유도를 믿고 생각한다면
확실히 이 책의 장르는 "망상수필"이 되겠다.
뭐...이 책만 "망상수필"이냐 라고 한다면 억울할것이다. 이미 대여점엔 엄청난 "망상수필"이 쏟아져 나오긴 한데 이것은 좀더 특별할뿐이다.
뭐...받아볼땐 몰랐는데 이책은 가장 많은 망상수필이 많이 나온다는 "대체역사"라는 쟝르이다. 그래도 역사를 다루는 글인데 역사적 지식은 없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마치 자신의 망상을 끼워맞추기 위해 라면파는데 쥐약도 같이 끼워팔기 해보겠다는 식의 엄청난 구성이 나오기 시작한다.
모든것을 생략하고 싶어하고 그냥...잠자기전 잠이 안올때 사람들이 가끔하는 초간단 망상해봐요!! 식의 망상의 나열만이 있을뿐이고. 서술부분의 80%는 그런 구상의 변명식 서사나열이다.
소설의 내용이 뭐...정말 꽝일수도 있는것이다. 재미없을수도 있고 허황될수도 있다. 그럼 적어도 "망상소설"정도는 되어야 할것이 아닌가. 헌데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
도데체 무엇을 보고 이것을 소설이라고 해야할까. 소설에 대한 최소한의 특성이나 요건도 갖추지 않았는데. 그냥 길게 늘여쓴다고 소설이 되는것이 아니다.
그냥 길게 늘여쓰는게 다 소설이면 지금 내가 비평란에 적고 있는 글도 소설이 될것이다. 소설이란것은 소설 나름의 형식이 있는것이다. 시가 아무리 산문시여도 시적인 요소를 갖추어야 시라고 인정되듯 말이다.
그게 아니면 광고 카피도 모두 시라고 해야 할것이다. ;;;
적어도 소설을 쓴다면 소설적 특성은 다 몰라도 아무리 초심자라 하여도 소설의 생명은 묘사에 있다는것은 알고 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묘사와 서술 그리고 설명 3가지의 차이도 모르면서 소설을 쓴다고 하는 사람이 왜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과연 이 책 2권에있어서 묘사부분은 얼마나 될까...책의 10%는 될까? 아니 그도 안될것 같다.
이런걸 소설이라고 두둔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야말로 중학교부터 다시 내려가서 국어를 다시 배워야할 사람일텐데. 그런 사람들이 있고 출판사에 앉아서 책을 내준다는 것이다.
대여점책이 글자 교정이 허술하다 어쩐다 하지만. 솔직히 이런 내용의 책을 한글자 한글자 정독이 가능하겠는가? 나라면 때려죽인다고 하면 그나마 해볼것같다. 쳐다보기도 싫은 수준의 글을 교정하기 위해 한글자 한글자 정독하라니... 고문도 그런 고문이 없을것이다.
게다가 내용은 "우주 차원 판타지 역사 무협 짬뽕 망상기"가 내용이다.
무슨소리냐고 물으신다면 나도 묻고 싶다. 이 책의 내용이 뭔지. 뭘말하고자 하는지 나도 묻고 싶다. 폭풍이 불고 뒤에 보니 저말만 남는다.
말하자면 아이들의 방학숙제 밀린일기 벼락쳐서 쓴것을 읽어 보는것이 그래도 피식하고 웃을 거리는 있을듯 하다 라는게 내용적인 측면에서의 솔직한 감상평이다.
작가라는 사람이 책을 내는데 최소한의 문학작법강의조차 듣지 않고 강의를 못듣는다 쳐도 관련 서적한번 공부하지 않고 쓰는 작가들이 너무 팽배하다 보니 이런 막장의 막장글까지 출판이 된다.
현재 출판되는 대여점용 소설의 정말 대다수를 소설문학 이론적 관점에서 따진다면 줄거리가 양판소고 아니고 떠나서 소설문학이라고 부를만한 책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이러다가 모출판사 아들의 밀려쓴 방학숙제 일기까지 출판한다고 하는 날이 올까봐 무서울 지경이다.
혹자는 이렇게도 말하는 것도 봤다. 대여점 소설은 서사부문을 안읽고 막 넘어간다고 대사 위주로 간다고. ;;;;
그 독자들은 이제까지 태어나서 읽은 거의 대부분의 소설을 모두 막건너뛰고 읽었을까 아니면 작가 자신이 읽고싶게 못쓰는 것일까를 생각해 보아야 할것이다.
하지만 분명한것은 이책은 대사도 서사부문도 둘다 읽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소설의 표현은 일상적이어서는 안되는 법이다. 문학자체가 신선함을 쫒는것이다. 비슷한 상황 비슷한 심리를 작가마다 천차만별로 표현하는것이 문학이다.
이소설에서도 보고 저소설에서도 봄직한 전혀 참신함 없는 판에박힌 서사부분을 누가 읽을까. 누가 몰입감을 가질까.
뻔히 이 다음에 "그들은 말타고 어디로 달려갔다." 같은 뻔한 내용이 예상되는데 이 뻔한 것을 정말 뻔하게 "그들은 말타고 어디로 달려갔다" 라고 책에 그대로 기술된다면 누가 몰입감을 가지고 볼것인가. 소설의 기본도 모르는 작법아닌가.
적어도 그들이 어떠한 모습과 마음으로 어떤말을 타고 어디를 향해 어떠한 느낌으로 달려갔는가 이것을 자신의 감성대로 감정껏 표현하는게 소설아닌가.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가제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붓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칠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달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모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 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모밀밭께로 흘러간다. 앞장선 허생원의 이야기 소리는 꽁무니에 선 동이에게는 확적히는 안 들렸으나, 그는 그대로 개운한 제 멋에 적적하지는 않았다.
모두다 아는 메밀꽃 필 무렵의 한 부분이다. 작가가 바보라고 이렇게 늘여 썼을까? 그냥 "밤에 나귀를 타고 세명이서 대화를 향해 갔다" 라고 줄여쓸줄 몰라서 그랬을까?
순수문학처럼 뭐 엄청나게 쓰라는것도 아니다 사실. 적어도 소설이라면 최소한의 소설적 표현법은 익히고 그 외형적 표현법을 따르라는 것이다.
시가 최소한의 시적언어로 줄여쓰는 작업이라면 소설은 최대한 오감을 자극하는 글로 인지시키는 작업이다. 무슨 소설을 보고서 쓰듯 전부 줄여쓰면 그게 무슨 소설이란 말인가. 수필처럼 쓴 보고서지;;;
그런데 이소설은 그러한 몰상식한 작법의 엑기스만을 보여준다. 도데체 무엇을 기대하고 소설을 보라는 말인가. 그럴꺼면 대충의 시나리오만 적어서 소책자로 내서 "이 다음부분은 한 두달 후에 다시 소책자로 내볼께요" 라는 식으로 하지.. 종이아깝게 말이다.
소설의 기본은 "어떤모습으로"가 주된 생각의 흐름이다. 누군가 밥을 먹었으면 어떤모습으로 밥을 먹었느냐를 생각하는것이고 석상이 서있으면 어떤 모습의 석상이 서있는지 생각해야 하고 누군가 공포심에 빠졌다면 어던모습으로 그마음이 자리잡고 어떤 모습으로 그 공포를 느끼고 있느냐를 생각해야 하는것이 소설의 흐름이다.
"무엇을 했냐"는 보고서나 일기에서 생각하는 흐름이다.
통탄할 일이다. 이렇게 쓴 책의 작가들도 그래도 돈받고 내책이 출판된다고 좋아하겠지...라는 생각에 씁쓸하기 그지 없다.
Comment ' 17